통증학회, 환자 치료에 적합.치료에 편리한 의료기기 개발 도모

"의사들의 의료기기 개발, 국가 산업 일으킬 수 있다"
[의사, 의료산업 중심에 서다②] 이평복 대한통증학회 연구개발이사

의사들의 의료기기 개발 의지가 곳곳에서 들썩이고 있다. 하지만, 실제 개발에 참여하면서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데는 장벽이 많다. 이에 대한통증학회는 연구개발이사를 별도로 두고 의료기기 개발 소위원회를 구성, 관심있는 의사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로 했다.
통증학회 이평복 연구개발이사(분당서울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로부터 의료기기 개발에 참여하게 된 배경과 의의에 대해 들어봤다.

-학회 내 의료기기 소위원회를 만든 이유는 무엇인가?

▲ 통증학회는 연구개발이사를 별도로 두고, 환자에 적합하고 치료에 편리한 의료기기 개발을 위해 의료기기 소위원회를 구성했다. 연구개발이사를 맡은 이평복 분당서울대병원 교수.


대한통증학회는 대한의학회 산하의 유일한 통증의학 관련 학회다. 학회 운영이나 홍보, 학술행사 등이 중요한 활동이지만, 기초실험이나 임상연구에 대한 학술적, 제도적 발전 토대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사용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좀 더 객관적이면서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통증치료기기 개발과 사용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과거에는 정확한 효능효과 검증없이 그저 몸에 좋다는 신비의 명약으로 과대포장된 사례가 많았다. "이 약 한번 잡숴 봐. 밤에 아주 그냥 좋아"라는 식의 약장수 대사가 익숙했다. 최근에도 "어르신들의 통증을 말끔히 해결해 드린다"는 기기들이 마구 난립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호객 행위는 단순히 이러한 비의료현장에서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다. 작년 여러 언론을 통해 질타를 받았던 '신경성형술'은 언론의 과민반응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동시에 고가 의료기기를 이용한 과잉 치료행태라는 내부 비판도 만만치 않았다. 신경성형술을 명명하고 도입했던 주체가 바로 통증학회였고, 또 본인이 의료행위신설과정 당시 주된 역할을 담당했던 만큼 논쟁에서 피해갈 수 없으리라 본다.

물론 여러 논문에서 효용성이 입증되긴 했지만, 보다 구체적인 행위기준이나 적용범위 마련에는 아쉬움이 남았다. '결자해지'라는 관점에서 기존 기기에 대한 의학적 타당성과 행위기준, 나아가 인력기준을 만들어 가는 것이 필요하다 생각했다. 이를 위해 미래지향적인 조직적 형태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의료기기 소위원회를 구성하게 됐다.

-통증의학과에서 개발했거나 개발하고 있는 제품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의사들은 하얀 가운을 입고 있지만 '화이트칼라' 부류라기보다는 자신의 노동을 통해 치료를 담당하는 노동자로서의 역할이 더 많다.

따라서 의학적 지식 외에 손기술이나 숙련도 등도 매우 중요한 의사의 덕목이 된다. 환자 치료를 도맡다 보면 사용하는 기구, 기기에 대한 아이디어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의료산업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맞물리게 되면서 한층 더 상승작용이 생기고 있다. 통증치료, 비수술적 척추치료 분야의 수요가 많아지고 시장이 넓어진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통증의학과 전문의들은 비수술적 척추치료 분야에서 많은 제품을 개발했거나 개발하려고 하는 단계에 있다. 이전의 해바라기형 척추체성형기기를 비롯해 최근의 풍선카테터를 이용한 비수술적 척추치료기, 신경자극기를 이용한 척추신경치료기, 추간판감압기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경막외 내시경, 경피적 추간판 절제술과 같은 미세침습적 치료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이런 제품들 역시 많이 개발될 가능성이 있다.

-의료기기 중에서도 통증치료에 관련된 기기는 자체 개발과 성장이 늘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통증치료기기를 통해 치료를 받으면 어떤 효과가 있나?

인구고령화가 현실이 되고 있는 가운데, 근골격계 통증을 비롯해 다양한 만성통증이 사람을 괴롭힐 수 있다. 예방적 사업을 발판으로 건강한 노년시대를 맞이하기 위해 의료계 뿐만 아니라 전사회적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통증치료에서는 예방, 보전, 치유적 개념의 통증치료기기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될 것이며, 이에 대한 대비가 있어야 한다. 전문가들이 효용과 가치에 대해 냉철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해 치료에 적용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통증치료를 위한 기기를 발전시켜 나간다면 수술을 현저하게 줄일 수 있고, 조기 사회복귀가 가능해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더욱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다. 향후 통증클리닉은 과학적이고 검증된 의료기기를 이용한 통증치료를 시행하는 전문기관으로 발전,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

-의사가 직접 의료기기 개발에 참여할 때 개발회사, 환자, 의사 본인에게 돌아갈 수 있는 이득은 무엇인가?

학회 소위원회 구성원들이 곧 제품 개발자이다. 공대 출신도 있고 이미 개발에 참여한 의사도 있다. 어떤 아이디어가 있다고 해서 구체적인 제품으로 만들어지고, 심지어 실제 치료행위에 사용될 수 있기까지는 시간적, 제도적으로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개발에 참여할 때 얻을 수 있는 이득에 대한 철학이다. 정말 환자 치료에 적합한지, 의료진에게는 조그만 차이라도 치료에 편리한지 등의 이득을 따져야 한다.

제품이 상용화되고 어느 정도의 수익을 올릴 것인가는 또 다른 문제가 된다. 여기서 뒤따르는 이득이 있어야 의사들이 동기부여가 될 것이며, 대신 학회를 통해 건전한 수익구조를 구축해 보자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의료산업 발전을 위해 의사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는가?

의료기기 개발을 선도하는 많은 선진국 대기업을 보면 막대한 자본과 연구진을 동원해 시장을 선점하고 있고,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삼성-애플 간 법정공방에서 보듯,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특허를 걸어 놓고 있어 진입장벽이 높아지는 것도 알 수 있다.

인류를 위한 의료 기술 개발에 있어 선진국과 후발주자 간 차이를 인정할 수밖에 없지만, 일부 선진국의 독점이 현재의 불평등한 의료산업 구조를 만들어낸 사실을 간과해선 안된다.

의료기기 개발과 같은 의료산업은 가진 것이라고는 인적자원밖에 없는 우리나라가 특히 주목할 수 있다. 실체없는 창조경제가 아닌, 의료기기 개발에 대한 의료진의 동기부여, 개발회사의 연구개발 투자, 인허가 등의 규제 완화 등이 한걸음씩 진전되도록 해야 한다. 의사들이 진료실 안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성과를 가시화하고 국가 산업을 성장시키는 역할에 기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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