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 신장이식 대기자 1만5000명에 희망 기대

삼성서울병원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혈액형 불일치 조합을 포함한 신장 교환이식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특히 세 쌍의 가족이 연달아 신장을 주고받는 릴레이 방식으로 교환이식을 진행한데 의미가 더 크다.

교환이식은 가족이 환자에게 신장을 기증하려 해도 혈액형이 맞지 않거나 면역 거부반응 등 이식 실패의 우려가 클 때, 성공 가능성이 높은 다른 환자와 가족을 찾아 신장을 주고받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는 지난 1991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이 같은 제도를 도입했지만,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 장기를 교환하는 행위 자체가 워낙 예민한 문제인 만큼 신장을 주고받는 모든 당사자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삼성서울병원 장기이식센터 김성주·박재범·오하영·허우성·장혜련·강은숙 교수팀(이하 김성주 교수팀)에 따르면, 지난달 2일과 3일, 이틀에 걸쳐 세 쌍의 이식환자와 가족이 신장을 주고받았다. 이들은 최근 병원을 퇴원했다.

세 가족은 그동안 혈액형이 맞지 않거나 면역 거부반응 등으로 가족 구성원 내에서 는 기증받을 길이 없어 고민이 많았다.

강상덕씨(여·48세)는 지난 2012년 사구체신염 등이 악화돼 신장이식이 필요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남편으로부터 신장을 기증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남편에 대한 항체가 형성돼 있었다. 병원을 찾기 전부터 B세포 항체 투여, 혈장교환술 및 면역글로불린 투여 등의 조치를 받으며 자체적으로 해결해 보려 했지만, 결국 뇌사자 기증만이 답이었다.

또 다른 환자 박인숙씨(여·60세)는 당뇨로 인해 신장 기능이 나빠 2002년부터 투석을 하며 버텨왔다. 신부전으로 상황이 악화되자 2009년 가족으로부터 이식을 받기로 했으나 강 씨와 마찬가지로 항체가 형성돼 있었다. 그녀 역시 뇌사자 기증이 유일한 희망이었지만 가능성은 낮았다.

세 번째 환자인 이언희씨(남·52세)는 지난 2003년 남동생으로부터 신장을 한 차례 이식을 받았지만 2010년부터 기능이 떨어져 투석을 다시 받아야 했다. 투석을 받으면서도 몸 상태가 호전되지 않았고, 유일한 희망인 아내와는 혈액형 부적합 등 조건이 맞지 않았다. 혈액형 부적합 신장을 이식하는 대신 뇌사자 기증을 기다리기로 했다.

이들에게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뇌사자 기증 대신 교환이식이 가장 성공 가능성이 높은 대안이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교환이식에 참여하는 가족 모두를 만족할만한 조합을 찾아 짝지어 주는 것도 어려웠다.

최적의 조합으로 꼽힌 이들 세 가족 중 강상덕씨 가족은 불가피하게 혈액형까지 맞추기는 어려웠다. 모두가 다시 절망에 빠질 수도 있는 순간, 강상덕씨를 포함한 세 가족 모두 용기를 냈다.

강씨는 극복하기 불가능했던 교차반응 양성의 조합을 교환이식을 통해 극복이 비교적 가능한 혈액형 부적합 신장이식을 선택했다. 나머지 환자들과 가족들 역시 난관을 딛고 교환이식을 택했다.

강 씨의 남편 허현선씨(남·52세)는 박인숙씨에게, 박 씨의 남편 권성대씨(남·60)는 이언희씨에게 신장을 기증했다. 이 씨의 부인 나경순씨(여·47세)는 강상덕씨에게 본인의 신장을 줬다. 이들은 교환이식으로 인연을 맺기 전까지 얼굴도 모른 채 살아왔지만 지금은 한 가족처럼 지낸다.

의학발전으로 ABO 혈액형 불일치 이식수술 역시 널리 알려졌지만 아직까지 교환이식에서는 한 차례도 없었다.

하지만, 삼성서울병원이 이번에 ABO 혈액형 불일치 신장이식을 교환이식 수술에 도입, 혈액형 불일치가 더 이상 의학적 한계요소로 작용하지 않게 됐다.

평균 1732일이 걸리는 뇌사자 기증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이식 대기자 1만 4729명에게 대안이 된다는 기대다. 

김성주 장기이식센터장은 “우리나라 장기이식의 경우 대기 환자에 비해 기증자가 현저히 적고, 가족 간에도 교차반응 양성으로 나타나는 등 이식조건을 맞추기가 어렵기 때문에 단일병원 내에서 혈액형 부적합 신장이식을 포함하는 적극적인 교환이식이 활성화되면 많은 환자들이 혜택을 볼 수 있어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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