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통제 벗어난 가격 vs 꾸준히 몰려오는 환자

“성형외과는 이미 포화상태 아닙니까? 성형할 만한 사람은 이미 다 했고 큰 돈 들여 개원했는데 돈은 안 되고,  그래서 나온 것이 뼈에 손대고 양악수술, 유방확대술, 안면거상술 등 고가 수술 아닙니까? 심지어 중국인 브로커한테까지 휘둘리고요. 정말 문만 열었다 하면 환자가 우르르 몰려오는 질병 치료를 하고 싶어요. 특히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 치료라면 환자가 꾸준히 자주 오지 않습니까? 지방에서 몸값이 높은 재활의학과는 어떤가요? 저희 때는 성형외과가 최고였는데 아무래도 전공 잘못 선택했나봐요.” (A성형외과 원장)

“요즘 환자가 뚝 떨어졌어요. 앞으로는 더 아찔합니다. 대학병원은 한꺼번에 몇 달씩 처방을 내고 동네의원으로 절대 보내지 않는 구조이죠. 이런 상황에서 원격모니터링에 수가 산정한다고 나오지 않았습니까? 원격모니터링이 되면 빅5병원에서 앞다퉈 실시할 것이고, 결국 몇 달씩 처방을 하면서 실시간으로 환자 상태를 확인하게 하겠죠. 아마 개원가는 다 도산할 것입니다. 지금도 내과, 가정의학과는 전공의들이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많이 나오고 있어요. 당장 정부 정책에 크게 영향 받지 않는 비급여과가 부럽습니다.”(B내과 원장)

“저희는 환자를 보는 것이 아니라 일반인을 보게 돼요. 환자 진료를 해주면 보람이 있고 감사인사도 받지요. 그런데 여기는 항상 고객 만족과의 사투입니다. 만족할 때까지 서비스해주지 않으면 안 되고, 항상 웃는 얼굴로 상담해야 합니다. 불만고객이라도 생기면 어떤가요? 요즘은 불만고객이 아니라 진상고객이 많은 것 같아요. 이 병원 저 병원 돌면서 의료쇼핑을 하고 불만을 제기하면서 돈을 환불받지요. 경기가 안 좋은 탓인지, 사회 문제가 많아진 탓인지 정말 사람 상대하는 일이 힘듭니다. 보람있는 환자 진료를 하고 싶어요.”(C피부과 원장) 

“재활의학과가 몸값이 높다고요? 지금 순간은 그렇겠지요. 지방에 요양병원이 늘어났고, 요양병원에 재활의학과 의사의 가산을 인정해주기 때문에 그런 것이지요. 이제 요양병원 병상도 포화상태이고 정부는 어떻게든 병상을 줄이겠다는 방침을 세웠다고 합니다. 그럼 어떻게 되겠어요? 거기에 있는 의사들이 일자리를 잃고 재활의학과도 같이 추락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고 재활병원을 세우기에는 재활수가가 너무 터무니없이 낮아 제대로 된 치료를 할 수 없잖아요. 병원이 아니라 스포츠센터나 열어야 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재활의학과 인기도 지금 반짝이에요.”(D요양병원 원장)

개원가에서 비급여과와 급여과 원장들이 서로가 서로를 부러워하는 '신세한탄'이 많아 보인다.

급여과의 어려움으로 더 선호될 것으로 여겨지던 비급여과 역시 포화 상태로, 가격 경쟁이 한층 치열해진 상황에서 급여과가 부럽다고 말한다. 병원도 대형으로 세워야 하고 자본에 의한 대형 고객 유입이 일상화되고 있는 만큼, 비급여과라도 일선 개원의들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차라리 혼자 개원해도 그럭저럭 환자를 볼 수 있는 급여과를 부러워했다.

반대로 급여과의 사정은 그렇지 않다. 낮은 수가에 3분 진료해야 간신히 적자를 모면하는 구조지만, 환자가 계속 줄어들고 있다. 힘겹게 진료를 하는데도 하루가 멀다하고 실시되는 각종 정부 정책에 의사를 마치 범법자 취급하는 사회 분위기가 도무지 신바람나지 않는다. 이런 짜장면 하나를 팔아도 5000원이든, 1만원이든 마음대로 가격을 책정해 팔 수 있는 비급여과를 부러워했다.

이에 대해 한 의원 원장은 “급여과 비급여과 할 것 없이 잘되는 과가 없다. 이제는 개원 자체도 어렵고 특수 진료과 효과도 사라졌다. 그저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고 환자 수를 유지하는 것이 성장하고 있는 것”이라며 “의사여서 잘 되는 시대는 끝났고 각자 진료과에서 살아남는 자가 잘되는 냉정한 현실에 직면해 있다”고 분석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