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바·다케다, 몸집키워 초대형 기업 성장

글로벌 상위 15대 제약사에 당당히 올라선 이스라엘 제약사 테바와 일본의 다케다제약(2012년 기준 각각 10위, 15위, IMS Health). 이들이 글로벌 제약 시장에서 살아남고 나아가 화이자, 노바티스 등 공룡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던 비결은 무엇일까?

성균관대 제약산업학과 이희상 교수는 두 기업이 M&A를 통해 괄목할 성장을 이뤘으며, 국내 제약기업도 R&D를 늘리고 작은 것부터 규모를 키워 글로벌 시장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기업의 생존전략 'M&A'

대형 제약 기업들이 다른 제약사와 기술 제휴 및 M&A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R&D 비용을 절감하고, 블록버스터 제품을 확보해 매출을 올렸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특히 1990년대 중반 이후 미국의 대형 제약업체들은 M&A를 통해 초대형 제약 업체로 성장했다.

제약사 간 M&A의 장점은 크게 △기존 사업의 합리화(영업·마케팅 활동강화 및 비용절감) △Product Development(R&D, 제품 파이프라인 확보 등 포트폴리오 확장) △Market Development(해외 시장진출 등 영업 영역 확대) △Business Development(신성장동력 확보를 통한 신규 사업 진출)로 꼽힌다.

화이자는 지난 1995년부터 2013년까지 66건의 크고 작은 M&A를 진행했다. 같은 기간 GSK는 46건, 애보트는 44건이며 테바와 다케다도 각각 34, 15건이다.

또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상위 제약사의 전략적 제휴는 급격히 감소했으나, M&A는 여전히 증가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성공사례로 꼽히는 테바·다케다

▲ 이스라엘 제약사 테바와 일본 제약사 다케다

이희상 교수는 8일 KOTRA에서 열린 '유럽 의약품 시장진출 전략수립 세미나'에서 글로벌 제약사들의 경영전략을 소개하며 테바와 다케다제약 사례를 비교·분석했다.

먼저 테바는 매출액 11억달러(1997년)를  달성하는 데 설립 후 90여년이 소요됐다. 이후 20억달러(2001년) 기록에는 불과 4년밖에 걸리지 않았고, 2008년에는 110억달러 규모로 성장했다. 11억달러가 110억달러가 되는 데 불과 10여년밖에 안 걸린 셈이다.

테바는 잘하는 분야에 집중했다. 규제에 적합한 최신 생산시설을 중심으로 경제적이고 고품질인 제네릭을 공급하는 데 힘을 쏟았고, 여성질환, 호흡, 항암 등 핵심 치료분야에 역량을 모았다.

또 R&D의 방향은 신물질이 아닌 기존 약들을 개량 또는 개선한 NTEs(New Therapeutic Entities) 형태로 잡아 적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거뒀다.

파트너십 제휴 전략도 다른 제약사와 다르게 제품과 기술 중심이 아니라 특허 침해 소송의 제기(Infringement)와 합의(Settlement) 등 기타 제휴가 26%를 차지했다. 특허 소송은 블록버스터의 특허가 만료되는 2003년 시점 이후로 증가했으며, 소송을 건 경우보다 소송을 당한 경우가 더 많았지만 일단 소송에서는 쉽게 지지 않았다.

다케다제약은 2012년도 162억달러 정도의 매출을 기록했다. 종양, 대사질환, 위장병, 신경질환, 염증, 백신의 6개 치료 영역에 집중했으며, R&D투자를 늘려 신약 개발 역량을 확충하는 한편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분야는 대학연구소와 연계를 통해 R&D를 확장시켰다.

미국계 제약사인 시릭스(Syrrx)와 밀레니엄(Millennium)을 각각 2005년과 2008년에 인수해 미국 시장 진출을 먼저 시도했으며, 2011년 스위스의 나이코메드(Nycomed)사를 인수해 유럽과 파머징 마켓으로 시장 확대를 꾀했다.

특히 국제 신용평가회사 신용등급이 Aa1에서 Aa3로 떨어지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밀레니엄 인수에 9000억엔, 나이코메드 인수에 1조 1086억엔의 거액을 투자했다.

2010년 기준 다케다제약은 매출 1조 4000억엔(약 173억달러) 중 86%를 일본과 북미에서 달성했으며, 나이코메드는 31억 7000만유로의 매출 중 39%를 러시아와 브라질 등 신흥시장에서 달성했기 때문에 M&A에 대한 지역적 이점도 분명했다.

두 회사의 성장 사례를 소개한 이 교수는 글로벌화 전략의 공통점으로 △1단계 : 필요한 회사들의 합병과 R&D 역량 확대 △2단계 : 미국 시장 진입 △3단계 : 핵심 사업 분야에 대한 회사·제품 인수 또는 파트너십 제휴를 통한 유럽 등 시장 공략을 꼽았다.

차이점은 테바가 규제에 강한 생산시설 역량을 강조하는 반면 다케다제약은 R&D를 중시한다는 것과, 블록버스터 특허 만료 대처 방안도 테바가 NTEs 중심인 반면 다케다제약은 혁신 의약품이나 브랜드 제네릭 등이 중심이라고 밝혔다.

향후 R&D에 대한 지향점도 테바는 새롭고 특별한 의약품 및 NTEs 개발이지만 다케다제약은 지속성장 품목 개발에 초점이 맞춰졌다고 전했다.

이어 양사를 포함한 글로벌 15개 제약사는 M&A를 할 때 각 회사들이 갖고 있는 포트폴리오, 파이프라인 등 다른 것을 찾아 필요한 부분을 찾는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전통적 산업에서 M&A와 전략적 제휴에 부정적이고 냉소적인 평가가 많았지만, 제약산업에서는 경영과 기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효과적인 전략이라고 부연했다.

한국형 공룡제약사는 시기상조?

그러나 M&A를 통한 한국형 공룡제약사의 탄생은 아직 이르다는 지적이다. 테바나 다케다제약 정도 제약사가 되려면 적어도 20억달러 이상의 매출은 나와야 본격적인 R&D도 이뤄지고, 규모가 커질 수 있다는 것.

이 교수는 테바도 초창기에는 이스라엘의 Teva, Assia, Zori, Ikapharm을 합치는 등 자국내 회사들의 합병으로 일정 규모를 만들었기에, 국내 제약사도 새로운 것을 준비할 수 있는 규모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한두 가지 품목으로는 글로벌 시장에 승부를 걸 수 없으며, 국내에서 자기 영역에 안주하지 않고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전략을 통해 넓은 시장으로 진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자본이 많지 않아도 가능한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해 부족했던 영역을 확장·보완하고, 이후 R&D에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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