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같은 모습으로 있어주는 내과 원장.예쁘지만 질투안나는 피부과 원장 등

#경북 A내과의원 원장은 옷을 사러 가서 마음에 드는 옷이 있으면 똑같은 옷을 여러 벌 산다. 같은 셔츠는 5개까지 사봤다. 월화수목금 매일 가급적 같은 옷을 입기 때문이다. 환자는 주로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는 어르신들이 많고 그분들에게 편안함을 드리기 위해서다. 심지어 머리도 몇 년 째 같은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다. 처음 개원했을 때는 너무 젊어 보여서 개원한지 얼마나 됐는지 질문을 받기도 하고 진료경험이 별로 없어 보인다며 무시를 당하기도 했다. 이제는 환자들이 듬직한 아들처럼 보는 것이 하나의 전략이 됐다.

 

“아들처럼 생각하는 분들이 많으세요. 집 앞 텃밭에서 키운 상추를 따다 주시기도 하고, 손자손녀들이 놀러왔을 때는 책을 읽기 시작했다고 자랑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늘 항상 그 자리에 같은 모습으로 앉아있는 것을 편하게 생각하시더군요. 그래서 몇 년 째 같은 스타일을 유지하고 비슷한 스타일의 같은 옷을 자주 입습니다. 든든히 곁에 있는 존재라는 것을 보여 드리게 되지요. 딸은 몰라도 아들은 항상 바쁘고 멀리 있잖아요. 만성질환 처방을 위해 병원에 자주 오시면서 가까이 있지 못하는 아들에 대한 대리만족하고 돌아가시는 것 같기도 합니다.”


#서울 이대 인근 B피부과의원 여성 원장은 대부분 같은 여성 환자를 맞이한다. 레이저와 보톡스, 필러 등의 피부미용 시술을 위주로 하기 때문이다. 여대 근처에 있다 보니 여대생들이 정말 많다. 그들은 피부에 뾰루지 하나만 나더라도 당장 병원에 달려올 정도로 외모에 매우 민감하며, 심지어 원장의 피부 상태나 옷차림 하나하나까지 은근히 훑어보는 것이 느껴졌다. 선생님의 옷 브랜드까지 파악하고 이야기하던 여고시절이 떠올랐다. 너무 뒤쳐져서도, 너무 차려입어도 안된다는 생각이다.

“피부과의사인데 피부 상태가 안좋으면 신뢰할 수 있겠어요? 다행히 피부에 큰 트러블이 없지만, 저도 가끔 피부관리를 받고 레이저를 맞기도 합니다. 그런데 여성 고객들이 예뻐지고 싶어하지만 그만큼 예쁜 사람에 대한 질투심도 많잖아요. 본인보다 원장이 너무 예쁘면 질투심이 생겨 다시 찾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는 친구도 있더군요. 제가 연예인급 미모는 아니지만, 가급적 예쁘게 하고 있되 어느 정도 선에서 적당히만 하려고요. 옷도, 가방도 학생들은 갖지 못하는 고가의 명품은 굳이 사지 않습니다. 눈높이를 맞춰야 마음을 열고 더 자주 찾아오지요.” 
 

#경기도 성남 C소아청소년과의원 원장은 가운을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로 주문한다. 유행에 따라 맞춤형 가운을 제작하기도 한다. 우는 아이들을 달래기 위해 사탕을 쥐어주기도 하지만, 아이에게 좋은 것만 먹으려는 엄마들이 무척 싫어한다. 마땅한 대응방법이 없다고 생각하다가 대학병원의 어린이병원에서 착안했다. 기린, 사자 등의 동물 그림으로 벽이 도배돼있고 일반적인 가운보다는 화사한 색의 가운을 입고 있는 것이었다. 해외 어린이병원에는 헬리콥터 모양으로 전등을 꾸미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많은 소아청소년과들은 소아환자만을 위한 개별 인테리어가 한창이에요. 가운도 소아과용은 알록달록한 캐릭터가 그려진 것이 많이 나왔습니다. 또봇이 인기있을 때는 또봇을 넣어 특별주문하는 등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려고 합니다. 그래야 병원은 무서운 곳이 아닌 가서 놀다오고 싶은 곳이라는 인식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개원 원장들에게도 '옷차림도 전략이다'라는 공식이 통했다. 진료실이라는 좁은 공간에서도 그들만의 노하우가 숨겨있었다. 그들은 드러내놓고 말하기에는 쑥쓰러운 수준이라고 정식 인터뷰에는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여러 해 진료 경험이 축적되면서 나름대로 만든 노하우라고 귀띔했다.

한 의원 원장은 “의원들이 경쟁이 치열해진 상태다. 이대로 가다가는 삼성의원, 아산의원 등과 경쟁해야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많다"며 "대신 작은 의원도 충분히 경쟁력을 키워 환자들에 사랑받을 수 있다. 옷차림 등 사소한 것까지 자기만의 경쟁력으로 무장해야 하며, 앞으로도 갖가지 이색적인 아이디어가 도출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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