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고령화로 노인환자 증가

 
아일랜드의 시인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는 ‘비잔티움으로의 항해(Sailing to Byzantium)’라는 시의 첫 문장에서 ‘저곳은 노인을 위한 나라가 아니다(That is no country for old men)’라고 적었다. 다양한 의역들을 통해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고 표현되고 있지만, 기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는 ‘노인들의 나라’로 변모해 가고 있다.

이미 서구의 선진국에서는 사회의 고령화가 주요 이슈로 자리 잡았고, 우리나라도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지 오래다. 65세 이상 인구가 사회 전체의 7% 이상일 때를 고령화 사회, 14% 이상은 고령 사회, 20% 이상은 초고령 사회로 분류된다. 우리나라는 2000년도에 65세 인구 비율 7.2%로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었고, 2014년 현재는 12.7%로 고령 사회로의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리고 현재 속도로 고령화가 지속되면 2026년에는 20.8%로 초고령 사회를 맞이하게 된다(통계청 장래인구추계, 2011년 12월 기준).

하지만 노인들의 나라가 ‘노인을 위한 나라’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 노인복지의 수준은 유엔인구기금(UNFPA) 조사결과 91개국 중 67위로 나타났고, 행복지수도 하위수준으로 나타났다. 즉 노인인구의 삶의 질이 낮다는 것인데, 여기에는 노인인구에서의 높은 질환발병률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일부 연구에서는 뇌혈관질환, 치매, 파킨슨병, 퇴행성 질환 등의 유병률이 전체 노인인구에서 21.8%로 나타나, 5년 전과 비교했을 때 66%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비도 10년 전 대비 4.5배 늘어, 전체 의료비에서 노인환자 진료비의 비중이 19.3%에서 34.4%로 증가했다. 변화폭만 놓고 보면 78.2%가 늘어난 것이다.

환자수와 의료비의 증가는 건강한 장수노인들의 감소와 노인 빈곤층 증가 현황을 대변해주는 지표역할도 하고 있다(경기개발연구원 한국노인의 사중고-원인과 대책, 2013). 큰 틀에서 보면 ‘노인을 위한 나라’보다는 ‘노인환자를 위한 나라는 없다’라는 말이 더 어울릴 수도 있는 상황이다.

‘노인환자를 위한 나라’가 더욱 멀게 느껴지는 이유는 노인환자들에서 나타나는 비전형적인 질환 양상 때문이다. 경희의료원 어르신진료센터 원장원 센터장은 “기존의 질환 또는 증후군 기준으로 노인환자들을 진단했을 때 이에 적합한 경우는 50%에 불과하다”며 노인환자의 특수성을 강조했다.

노인환자의 특수성은 1차적으로 노화에서 기인한다. 노화는 고령화와 함께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특징이지만, 체내의 장기 기능을 저하시킨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내분비내과 유형준 교수는 “노화가 모든 노인들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나지만, 환자들에게 유해한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즉 노인환자의 병태생리와 발현증상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노인환자에서는 다양한 질환이 동반된다. 이로 인해 위험요소로 고려해야 하는 범주도 넓어지고, 개수도 많아진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비전형적인 증상으로 나타나게 된다. 이런 배경들을 고려하면 기존의 질환 및 증후군의 관점에서 노인환자에서 발생하는 증상의 원인질환을 읽어내기가 쉽지 않은 것도 이해가 된다.

게다가 사회적인 역할상실, 소외감 및 우울감, 경제적 빈곤 등의 사회경제적 요소들이 더해지면 점점 노인환자 관리를 위한 답은 찾기 어려워진다.

그렇다면 병고(病苦), 빈고(貧苦), 고독고(孤獨苦,) 무위고(無爲苦)의 사중고(四重苦)에 시달리는 노인환자들의 질환은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노인의학 전문가들은 이에 대한 해답으로 노인증후군(geriatric syndrome)을 제시하고 있다.

노인증후군은 큰 범위에서 기존의 질환진단이나 증후군으로 설명되지 않는 비전형적인 소견을 보이면서 노인에서 흔하게 나타나는 건강문제로 정의된다. 세부적으로 노인증후군에 어떤 증상들이 포함되는가에 대한 명확한 합의(consensus)는 없는 상태지만, 임상현장에 적용돼야 한다는 부분에는 중지가 모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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