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이동호 교수

 
- 노인환자의 만성질환, 무엇이 가장 큰 문제인가?
노인환자에서 가장 큰 문제는 한 번에 다양한 질환이 동시에 이환돼 있다는 점이다. 표현은 간단하지만,  질환이 상호영향을 미쳐, 환자의 성향 자체를 복잡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다약제복용으로 이어진다는 점이 중요하다. 다약제복용은 보통 약물 간 상호작용이 강조되지만, 약물과 환자 사이의 영향, 약물이 질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신경쓸 필요가 있다.

예로 고혈압 환자들에게 이뇨제를 투여하지만, 이로 인해 전해질 이상이 발생할 수 있다. 또 신장이 좋지 않은 환자에게 주의해야 하는 약물들이 있다. 고혈압 약물 중에서도 혈당을 높이는 약물은 피해야 하고,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보다 칼슘채널차단제(CCB)가 노인환자에서 예후를 더 좋게 해준다는 점 등이 대표적이다.

- 1차적으로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우선 치료를 시작하기에 앞서 노인환자들은 전반적인 신체기능이 저하돼 있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노화로 인해 활동기능뿐만 아니라 장기들 자체가 약화돼 있기 때문이다. 장의 점막이 얇아져 있고, 간의 크기도 줄어들어 있으며, 신장의 기능도 저하돼 있다. 즉 체내의 절대적인 대사 및 해독 능력이 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노인환자에 대한 약물처방 시 안전성에 무게를 두고 용량을 조절하거나 선택적으로 약물을 처방해야 한다. 일예로 미국에서는 비스테로이드성항염증제(NSAID)와 연관된 위천공, 출혈 사건이 연간 2만여건 발생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결코 적은 수가 아니다. 본인의 경우에는 외래에 70세 이상 노인환자들이 방문할 경우 약물의 용량을 50~60%로 줄여서 투여하고 있다.

- 각 만성질환의 가이드라인에서는 각각의 치료타깃을 제시하고 있다. 노인환자에서는 어떤가?
위에 말한 것처럼 신체 조건이 약화돼 있는 노인환자들에서 치료타깃은 환자별로 고려해 설정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여명의 증가로 설정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큰 범주에서는 환자의 신체기능 보전, 나아가서는 삶의 질을 고려해야 한다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에 한 번에 큰 효과를 보기 위한 공격적인 치료전략보다는 장기적으로 점진적인 개선을 안전하게 얻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

먼저 언급한 약물의 감량, 선택적 처방을 통해 합병증이나 부작용을 줄이는 방향과 함께 생활습관 개선이 강조되는 이유다. 일본에서 장수하는 지역으로 알려진 오키나와 지역 남성들의 수명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 시기가 있었다. 패스트푸드가 원인으로 지목됐는데, 나가노현에서는 지역 주치의의 노력으로 노인인구의 식습관개선을 통해 수명감소 경향을 개선한 사례도 있다.

이와 함께 삶의 질 측면에서 정신건강 상태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우울증의 경우 환자의 치료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임상 의사들이 외래에서 노인들의 우울증 여부를 파악해 관리하게 되면 예후가 눈에 띄게 좋아지는 경우가 있다. 환자들의 사회적 활동도 장려해 삶의 질을 높일 필요도 있다. 특히 노인 암환자의 경우 가족과의 교류를 나누는 것이 항암치료만큼 중요하다고 본다.

- 노인환자의 만성질환, 결국 어떻게 관리해야 하나?
크게는 전문과 중심의 관리에서 통합적인 의료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만성질환을 차치하고 노인증후군만 고려하더라도 다양한 전문과의 관리가 필요하다. 낙상을 예로 들면 낙상이 근감소증, 인지기능 장애, 균형조절 장애, 시각 및 청각 장애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만큼 정형외과, 신경외과 등의 협진이 필요하다.

여기에 만성질환이 더해지면 순환기내과, 내분비내과, 호흡기내과 등 추가적으로 들러야 하는 진료과가 늘어나게 된다. 이로 인해 다약제복용이라는 필연적인 결과를 낳게 된다. 이를 관리하기 위해 전문과적 접근이 아니라 통합적인 접근(integrated approach)이 필요하게 된다. 즉 노인환자에 대한 배경적 지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외래뿐만 아니라 수술 시에도 단일 병변이 아니라 다양한 장기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만성질환 관리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비용 대비 효과 측면에서도 사회 전체인구 중 1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노인들이 30% 가량의 보건의료 자원 및 비용을 사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혜택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질환이 발생한 다음 치료하면 비용에 비해서 효과가 높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환자 1명에게 소요되는 의료비용을 조기에 예방적인 차원에 투자하는 것이 긍정적인 방향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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