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혈당 위험 낮추고 혈당조절 혜택 극대화해야

 
 
우리나라 국민건강통계를 보면, 2011년 현재 만 30세 이상 성인의 당뇨병 유병률은 10.5%10명 중 1명 꼴이다. 하지만 65세 이상 연령대에서는 유병률이 21.2%5명 중 1명 꼴로 당뇨병을 앓고 있다<그림 1>. 큰 문제는 전반적으로 당뇨병 환자의 조절률(당화혈색소 6.5% 미만)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이다. 2011년 통계자료에서 만 30세 이상 성인의 당뇨병 인지율(77.9%)과 치료율(65.7%)은 상대적으로 높은 반면, 조절률(24.3%)은 매우 저조하다. 65세 이상 연령대 역시 당뇨병 조절률(30.3%)이 인지율(84.0%)과 치료율(74.8%)에 비해 극히 낮다<그림 2>.
 

다중이환·다제약물요법·노인증후군
노인인구의 당뇨병 유병률이 상대적으로 높은데도 불구하고 조절률은 전반적으로 떨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중이환(multimirbidity), 다제약물요법(polypharmacy), 노인증후군(geriatric syndrome)으로 대변되는 고령 당뇨병 환자의 유병·임상특성으로 인해 혈당치료가 쉽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미국노인병학회(AGS)는 지난 2013년 발표된 노인 당뇨병 가이드라인을 통해 당뇨병 고령 환자들의 조기사망, 관상동맥질환, 뇌졸중 위험이 비당뇨병 환자에 비해 높다고 밝혔다. 고연령대의 당뇨병 환자들이 열악한 신체기능 및 삶의 질, 장애, 허약(frailty) 등 신체적 결함과 함께 고혈압, 지질이상, 근골격계기능장애, 신장기능장애 등 다수의 질환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환자들을 고혈당 하나만 보고 접근해서는 치료목표에 근접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의 김광일 교수는 다중이환의 경우 하나의 증상에 대해 효과적인 치료가 환자의 다른 질환에는 나쁜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포괄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각각의 치료가 환자의 전반적인 건강상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노인 당뇨병 환자의 경우 다중 동반질환으로 인해 복용해야 하는 약물의 개수도 증가한다. 이 다제약물 투여의 문제도 노인 환자에서는 중요하게 고려돼야 하는 요인이다. 김광일 교수는 여러 약물을 복용하면 노인성 질환과 노화에 대해 약동학적 약물상호작용이 발생해 이상반응이 훨씬 빈번하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고령 당뇨병 환자들도 다제약물요법으로 인한 약물 간 상호작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노인 당뇨병 환자의 치료는 노인증후군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병태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또 다른 난관을 만나게 된다. AGS 가이드라인은 우울증, 인지기능장애, 실금, 낙상, 만성통증 등으로 대변되는 노인증후군의 높은 유병률로 인해 노인 당뇨병 환자의 치료가 더욱 복잡해진다며 치료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러한 질환과 증상들이 신체기능과 허약 등에 악영향을 미치며 당뇨병 치료에 개입한다는 설명이다.
 
저혈당증 위험 고려돼야
 
이러한 유병특성으로 인해 노인 당뇨병 환자들은 저혈당증 위험에 매우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노인 환자에서 자율신경계의 부조화, 영양부실, 알코올 의존성, 다제약물의 복용, 신장과 간기능의 약화, 미세혈관합병증 위험 등으로 인해 저혈당이 더 자주 더 심하게 발생한다.
 
특히 노인에서 저혈당증이 생겨도 잘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주의가 필요하며 과도한 혈당조절은 저혈당증을 유발해 심혈관합병증 및 인지기능의 저하를 초래할 수도 있다. British Medical Journal에 발표된 메타분석 결과를 보면, 중증의 저혈당증이 심혈관사건 위험증가와 강력한 상관관계를 보이며 제2형 당뇨병 환자의 심혈관질환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중증 저혈당증을 피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따라서 당뇨병 가이드라인 대부분은 일반적인 혈당 목표치를 A1C 7% 미만으로 권고하는 동시에, 노인 환자의 경우 임상특성을 기반으로 치료의 위험 대비 혜택을 고려해 개별화되고 유동적이며 완화된 목표치를 정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치료에 있어 유효성의 혜택과 함께 안전성이 핵심요인으로 등장하는 것이다.
 
ACCORD 연구
 
노인 당뇨병의 유병특성에 따라 치료전략을 개별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ACCORD 연구를 통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 연구는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은 당뇨병 환자들에게 A1C6% 대로 낮추는 집중 혈당조절 전략을 적용한 결과, 표준치료와 비교해 심혈관합병증 개선의 혜택은 없었고, 오히려 사망률은 증가함에 따라 조기중단됐다.
 
ACCORD 연구 대상 환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노인 당뇨병의 유병특성을 대변하고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환자들의 평균연령은 62세로 고령층이었으며, 대부분이 심혈관사건 병력자나 두 가지 이상의 위험인자를 가진 다중이환의 경우에 해당했다. 또한 환자들은 여러 혈당강하제는 물론 항혈소판제, 스타틴, 항고혈압제 등 다제약물 투여의 대상이었다. 여기에 당뇨병 이환기간도 10(중앙값)에 달하는 장기적 만성질환 환자였다.
 
이렇게 노인 당뇨병의 유병특성을 그대로 나타내는 환자들을 A1C 6.4% 대로 집중치료했더니, 표준치료군(7.5%)에 비해 심혈관사건 예방에는 유의한 차이가 없었고 사망은 22% 증가했다<그림 3>.
 
주목해야 할 대목은 표준치료군 대비 집중치료군의 저혈당증, 체중증가, 체액저류가 유의하게 높았다는 것이다. 의학적 수단이 필요한 저혈당증 빈도가 10.5% 3.5%(P0.001), 10kg 이상 체중이 증가한 경우는 27.8% 14.1%(P0.001)로 집중치료군의 위험도가 모두 높았다.
 
이러한 위험요인 증가와 사망률 간의 인과관계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노인 당뇨병 환자에서 과도한 혈당조절이 저혈당증 위험과 연관성이 있다는 팩트는 검증됐다. 이 연구를 기점으로 대부분의 당뇨병 가이드라인은 혈당조절의 목표를 정할 때 나이, 당뇨병 유병기간, 여명, 당뇨병성 합병증의 진행 정도, 동반질환, 저혈당증 등을 고려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ACCORD
2형 당뇨병 환자에서 집중 혈당조절의 효과
NEJM 2008;358:2545-2559
 
배경·목적
2형 당뇨병 환자의 A1C 수치를 낮출수록 심혈관질환 사망위험이 줄어든다는 보고가 있었다. 이를 대규모 무작위·대조군 임상연구(RCT)를 통해 검증코자 했다.
 
방법
심혈관질환 고위험군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혈당수치를 현재 가이드라인의 목표치보다 낮게 조절했을 경우의 사망과 심혈관사건 위험을 조사했다. 40~82세의 연령대(평균 62), 두 가지 이상의 관상동맥질환 위험인자(고혈압·고지혈증·비만·흡연 등) 또는 이미 심혈관질환 병력이 있는 제2형 당뇨병 환자 1251명을 모집했다. 이들은 당뇨병을 진단받은지 평균 10년에 해당하는 장기 이환 환자였다.
 
혈당을 비당뇨병 수준으로 낮추는 집중치료그룹(A1C 6% 미만 목표, 5128)과 현 가이드라인 범주를 목표로 하는 표준치료그룹(A1C 7~7.9% 목표, 5123)으로 나누었다. 이들은 혈압이나 지질수치 조절에 따른 심혈관질환 위험을 조사하기 위해 두 가지 다른 시험방식에도 배정됐다. 수축기혈압 120mmHg 140mmHg 조절과 지질치료에 있어 피브레이트 + 스타틴 또는 스타틴 단일요법의 효과를 비교·검증키 위함이다.
 
결과
집중치료군과 표준치료군의 A1C 중앙값이 6.4% 7.5%로 이전 연구에 비해 탁월한 혈당조절 효과를 달성했다. 환자의 절반이 해당 수치 미만에 도달한 것이다. 평균 4년의 치료·관찰결과, 집중치료 대 표준치료군의 사망자 수가 257(연간 1000명당 11) 203(연간 1000명당 14)으로 차이를 보였다(hazard ratio 1.22, P=0.44). 집중치료군 환자들이 연간 1000명당 3명 더 사망한 것. 심혈관사건 빈도는 집중치료군 352명 대 표준치료군 371명으로 양 그룹 간에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hazard ratio 0.90, P=0.16). 치료를 요하는 저혈당증과 10kg 이상 체중이 증가한 경우는 모두 집중치료군에서 유의하게 높았다(P0.001).
 
결론
연구팀은 표준요법 대비 집중 혈당조절 전략이 사망률은 증가시키고 주요 심혈관사건은 유의하게 감소시키지 못했다이번 결과를 통해 심혈관질환 고위험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공격적인 혈당조절의 위험성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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