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기질환

 
백현욱 분당제생병원 임상영양내과

노화가 진행되더라도 주요 위장관 기능은 상당 부분 보존 유지되는 경향이 있다. 실제 젊은 연령층에서 발생하는 소화기질환의 대부분이 노인에게도 발생하나 빈도, 임상 진행과 예후는 다르다. 인후부와 상부 식도의 운동성, 대장 운동 기능 조절능력과 장 면역력은 노화 진행에 따라 저하되어, 특징적으로 노인에게 문제가 되는 소화기질환 유발과 관련된다.

특히 급성 복증(acute abdomen)의 경우 노인의 비전형적인 증상으로 인해 진단 정확도가 낮고, 각종 장기의 보존능력 감소로 사망률이 증가한다. 노인 급성 복증은 가장 흔한 담낭염과 충수염에 이어서 장폐색까지 3개의 질환이 주요 원인이다. 혈관질환과 암에 의한 급성 복증은 젊은 연령층에 비하여 발생 빈도가 월등히 높아 감별 진단으로 반드시 고려해야 하며, 특히 70세 이상의 노인은 급성 복통의 원인 중 4분의 1 이상이 암에 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역류성 식도염은 65세 이상 노인의 유병률이 젊은 연령층에 비하여 높다고 알려져 있으나 점막 손상이 심한 경우일지라도 증상은 그리 뚜렷하지 않을 때가 많다. 노인의 역류성 식도염은 식도염의 전형적인 증상 발현보다는, 흡인성 폐렴 유발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실제 뚜렷한 연하장애가 동반되지 않더라도, 노인이 흡인성 폐렴 가능성이 높은 이유로서, 역류성 식도염과 함께 인후부와 상부 식도의 운동성 저하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이며 영양불량으로 인한 근소실이 있으면 더욱 쉽게 기관지로 흡인 현상이 일어난다. 따라서 일반적인 역류의 치료 방법인 프로톤 펌프 억제제의 사용만이 아니라 적절한 영양치료를 동반하여 근소실을 방지하고 기관지로의 흡인을 줄이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식도 진균증은 대부분 캔디다 감염증으로 면역력이 저하된 환자에게 발생한다. 젊은 연령층에서는 항암치료 중이거나 기타 면역력이 현저히 저하된 환자에서 흔히 볼 수 있으나, 노인은 이러한 암 등의 기저 질환을 동반하지 않더라도 노인성 식욕부진과 전신 소모성 증후군만으로도 드물지 않게 발현한다.

캔디다 식도 감염은 연하곤란을 유발하고 음식을 삼킬 때 통증이 있으므로, 노인이 갑자기 식사를 하지 못하는 결정적인 원인이 될 수 있고, 의사 표현이 뚜렷하지 않을 경우가 많아 간과할 수 있다. 영양불량을 심화시키는 원인이 되므로 의심스러울 때 바로 식도 내시경 검사로 확인을 요한다. 내시경 검사 소견은 점막 발적을 동반한 크림색 가성막이 다양한 형태로 점막을 덮은 양상이며 병변 부위 생검으로 진균을 확인할 수 있다.

정제에 의한 식도 궤양
테트라사이클린, 클린다마이신, 사이프록신,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 등의 약 정제를 복용한 후 연하통이나 흉통을 느끼는 경우 약 정제로 인한 식도궤양을 고려한다. 노화로 인하여 식도 배출능이 감소하는 것이 노인에게 발생하기 쉬운 요인으로 여겨지며, 예방을 위하여 바른 자세에서 충분한 물과 함께 복용하도록 권고하는 것이 필요하다,  

급성위점막병변(AGML)과 위궤양 
노인은 다양한 질환을 복합적으로 보유하고 많은 약제를 복용할 때가 많다. 특히 관절염이나 심혈관계 질환 등의 원인으로 비스테로이드성 진통소염제를 장기간 복용하는 경우, 프로스타글란딘 합성을 저해하여 위점막 방어기전 저하로 인한 급성위점막병변(acute gastric mucosal lesion, AGML)이나 위궤양을 유발하기 쉽다. 급성위점막병변은 급성 위염, 미란과 얕은 궤양을 포괄하는 질병군으로 심한 복통, 구역과 구토 등을 동반할 수 있고, 특히 전신소모증후군이 진행되어 있는 노인의 경우 이 증상만으로도 탈수와 쇼크까지 이를 수 있으므로 적절한 치료를 요한다. 소화성 궤양 중 노인은 여전히 십이지장 궤양보다는 위궤양의 발병이 흔하며 이는 바로 많은 약물 복용, 특히 비스테로이드성 진통소염제복용이 위점막 방어기전을 저하시키기 때문으로 보인다. 노인의 소화성 궤양, 특히 위궤양은 젊은 연령층에 비하여 출혈 합병증 발생이 높고 사망률 또한 높다. 미국의 경우 65세 이상 환자의 궤양출혈과 관련된 사망률은 8~10%에 이른다고 하였다.

비스테로이드성 진통소염제 복용에 더하여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 흡연과 음주가 동반되면 위점막병변과 위궤양의 발병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다른 질환과 마찬가지로 노인의 급성위점막병변이나 소화성 궤양은 전형적인 상복부 통증, 음식 섭취 관련 증상 등이 전형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경구 섭취불량 증상만을 보이는 경우가 많아 증상이 전형적이지 않더라도 위점막병변의 확인을 요한다.

게실증 및 게실염
대장 게실은 나이가 증가함에 따라 유병률이 증가하는데, 서양의 경우 40세 이하는 10%의 대장 게실증 유병률을 보이는 반면 80세 이상의 노인은 50~66%에 달한다. 서구 사회에서 유병률이 높으며 이는 식이 요인, 특히 섬유소의 섭취와 연관이 있어 보인다. 대장 게실의 호발 부위는 서구에서는 90%가 S상 결장인 반면에 아시아 지역에서는 우측 결장에 호발한다. 게실증은 대부분 증상을 유발하지 않으나 15~25%의 게실증 환자는 게실염이 발생한다. 우측 게실염은 급성 충수돌기염과의 감별 진단을 요하며 특히 노인은 대장암과 감별진단을 요한다. 노인은 게실염 증상이 뚜렷하지 않고 비전형적이기는 하나, 천공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 위험은 젊은 연령층에 비하여 3배 이상 높다. 

천공 이외에도 농양, 누공과 장폐색 합병증까지 발생하는 경우가 있어 초기 치료에 반응이 없으면 추가 평가를 하여야 한다. 대장 게실의 출혈은 60세 이상 환자의 가장 흔한 혈변의 원인 중 하나이며 우측 대장  게실 출혈이 흔하다. 대부분 통증이나 게실염 증상은 동반하지 않으며 대장내시경, 출혈 스캔과 혈관 조영술 등으로 원인과 출혈부위를 확인할 수 있다. 

 
허혈성 대장염
노인은 혈관질환이 동반되어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대장 허혈이 잘 발생한다. 대부분 노인의 허혈성 대장염은 비폐쇄성, 즉 혈관이 막힌 것이 아닌 단락성(shunting)이므로 혈관 조영술을 시행할 필요성은 없다.
급성으로 진행하여 전격성 허혈성 대장염이 동반되면 괴사된 장을 제거하는 수술을 하는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 보존적 치료를 한다. 하복부 통증과 직장 출혈이 주증상이며 S결장 내시경이나 대장내시경으로 진단을 할 수 있다.

변비와 변실금
노인은 변비가 흔하나 그 양상은 젊은 연령층과 달라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변비가 지속되어 분변 매복(fecal impaction)으로 진행되면 비교적 정상 항문괄약근압을 가진 환자도 지속적인 설사나 변실금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대한 정확한 판단 없이 지사제를 장기간 처방하면, 기존의 분변 매복은 더 심해지고, 복부팽만, 숙변성 궤양(stercoral ulcer), 출혈과 같은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분변 매복은 항문 수지 검사만으로도 진단이 가능하고 적절한 치료가 가능하다. 매복 분변을 관장과 변 완화제로 제거하면 상당수의 노인은 정상적인 배변이 가능할 수 있다 그 외에 배변 시 과다하게 힘을 주게 되면 노인의 경우 실신이나 일과성허혈발작(transient ischemic attack)이 발생하는 예가 있다. 기존의 뇌혈관질환이 있을 경우 쉽게 일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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