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정신질환 - 우울증·치매·경도인지장애

 

 

유승호 건국의대 교수(건국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노인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노년기의 대표적인 정신과적 문제인 ‘우울증’과 ‘치매’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우울증은 모든 연령에서 흔한 정신건강의 문제이며 삶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심각한 장해를 일으키지만, 비교적 치료가 쉬운 질환이다. 그러나 노인의 경우는 노화에 대한 잘못된 인식으로 의학적 치료를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 치매 또한 부적절한 인식과 편견으로 심하게 진행된 상태에서야 병원에 내원하는 경우가 많다. 노인에서 대표적인 만성 퇴행성 뇌질환인 알츠하이머병을 비롯하여 다양한 치매성 질환들은 악화되면 다시 돌이킬 수 없고 근본적으로 진행을 막을 수 있는 약물이나 치료법이 없어, 치매로 진행되기 이전의 상태에 대한 임상적인 관심이 증가하였고 ‘경도인지장애’라는 개념이 나왔다. 이는 치매는 아니고 일상생활동작이나 기능에 뚜렷한 문제는 없지만 표준화된 인지기능검사에서 수행이 저조한 상태를 말한다. 경도인지장애는 치매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 이에 대한 임상적 접근이 치매의 예방과 관리에 중요하게 되었다. 노인에서의 우울증, 치매 및 경도인지장애에 대한 체계적이고 일반적인 관리전략은 다음과 같다.

1. 우울증의 관리전략
노년기 우울증의 임상양상과 치료는 젊은 성인에서와 차이가 있다. 우울감은 덜 호소하지만 신체증상 및 기억저하 호소가 심하고 불안, 초조 증상을 흔히 보인다. 우울증은 보통 약물치료에 반응하고 완치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노인에서는 항우울제 약물에 대한 반응이 좋지 못한 편이다. 또한 뇌혈관의 문제와 같은 뇌의 노화와 관련된 상태를 고려해야 한다. 우울증 관리에서 우선적으로 중요한 것은 정확한 진단과 평가다. 노인에서는 우울증의 진단과 치료에 소극적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우울증상의 심한 정도와 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보다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벼운 우울증의 치료는 일단 비약물적 치료, 즉 정신사회적 치료 접근을 먼저 고려한다. 환경의 조정과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문제를 다뤄주는 것만으로도 증상이 호전된다. 대인관계치료 및 인지행동치료와 같은 기법들은 약물치료 없이 효과를 보기도 한다. 그러나 보다 심각한 기능저하를 일으키는 주요 우울증과 같은 심한 우울증에서는 빠른 호전을 위해 항우울제 투약이 적극적으로 필요하다.

항우울제는 노인에서는 흔히 동반되는 신체적 질환과 치료약물을 고려해, 투약으로 인한 신체적 질환의 악화와 약물 자체의 부작용 그리고 약물상호작용을 고려해서 조심스럽게 투여해야 한다. 약물투약을 시작하는 경우 낮은 용량에서 시작하고 천천히 증량해야 한다. 그러나 가능한 범위에서 최대한 적정용량으로 용량을 올리고 재발의 방지를 위해 장기간 투여할 필요가 있다. 투약 초기와 투약 중단 시 특히 부작용을 주의해야 한다.

또한 항우울제에 대한 반응이 젊은 성인보다는 부족할 수가 있기 때문에 다른 약물의 병합 또는 부가요법을 고려해야 한다. 약물치료와 함께 정신사회적 치료를 동시에 시행하는 것은 치료효과나 재발의 방지 측면에서 효과적일 것이다.

우울증의 예방관리는 노년기 다른 건강관리와 다르지 않다. 신체적인 건강을 위한 운동, 건강한 식단, 사회활동 및 여가활동, 명상과 같은 마음을 챙기는 행위는 가능한 환경의 조정과 함께 우울증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결국 노인은 통상적으로 우울할 것이라는 편견을 버리고 우울증을 제대로 평가하여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노년기 우울증의 관리에서 가장 중요하다.

2. 치매 및 경도인지장애의 관리전략
일단 치매로 진단이 되면 치료는 치매를 일으키는 원인질환이나 현재 치매의 심한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가역적인 치매는 원인질환을 치료할 경우 호전되고 미리 원인을 막음으로써 예방이 가능하다. 그러나 만성 퇴행성 뇌질환과 혈관성 병변으로 발생하는 대부분의 비가역적 치매에서는 이미 손상된 인지기능이나 활동의 수준을 이전으로 되돌리기 어렵다.

현재 알츠하이머병이나 혈관성 치매의 치료로 저하된 인지기능을 호전시키기 위해 공식적으로 ‘콜린에스테라아제 억제제’와 ‘NMDA 수용체 길항제’와 같은 인지기능개선제를 투여하는데, 근본적으로 병의 진행을 막을 수 없고 어느 정도 지연시키는 정도의 효과를 가지고 있다. 혈관성 치매는 이에 더하여 혈관성 병변의 진행을 막기 위한 약물을 투여함으로써 어느 정도 예방을 기대할 수 있다. 따라서 치매 상태를 가능한 빨리 진단하여 조기에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저하된 인지기능과 이로 인한 일상생활동작 능력의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약물치료와 함께 인지훈련을 포함한 인지재활치료를 시행하면 도움이 될 수 있다. 현실지향, 회상요법, 인정치료, 다감각자극 및 신체활동 등은 환자의 인지기능 개선보다는 환자의 정서적인 안정 및 삶의 질의 향상에 효과적일 것이다.

가능한 빨리 진단해 치료를 시작한다 해도 결국 병은 진행되기 때문에, 진행된 상태에 따라서 조호관리가 필요하게 된다. 일상생활동작에 대한 조호는 가족들이 주로 시행하는데, 가족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요양보호사의 정기적인 방문, 주간보호센터 및 입소시설 이용이 유용하다. 이에 대한 재정적인 부담은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의 시행으로 많이 감소하였다.

결국 치매의 치료는 다양한 단계에서 환자나 보호자에게 적합한 맞춤형 치료 및 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하고, 지역치매센터의 활성화와 같은 국가나 지역사회 차원에서의 체계적이고 다각적인 접근과 관리계획이 필요하다. 경도인지장애는 치매의 전단계로 매년 치매로 전환되는 비율이 정상인에 비해 상당히 높다. 따라서 특별한 관심과 접근이 필요하다. 경도인지장애에서 치매의 예방을 위해 미리 쓸 수 있는 약물과 같은 의학적 치료는 아직 가능하지 않다. 현재로서 가장 좋은 방법은 보다 자주 정기적인 치매평가를 시행하는 것이다. 그러나 조만간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치매의 원인질환에서 뇌영상검사나 뇌척수액검사와 같은 생물학적 진단표지자의 사용이 활성화되고 병의 원인에 대한 치료약물이 개발된다면, 경도인지장애 상태에서 적절한 치료가 시행되어 환자는 상당기간 치매상태에 이르지 않고 거의 정상에 가까운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치매나 경도인지장애와 같은 신경인지장애의 예방으로 우선적으로 중요한 것은 신체적 질병의 관리다. 치매의 흔한 원인질환인 알츠하이머병과 혈관성 치매는 상당부분 의학적 위험요인을 공유하고 있는데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심혈관질환 및 뇌혈관질환 등이다. 따라서 이러한 질병을 치료하고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많은 연구들이 적절한 영양, 운동, 인지적 활동, 사회 및 여가 활동, 마음을 챙기는 명상 등이 치매를 예방하는 데 중요하다고 한다. 이러한 예방적 관리는 어려서부터 꾸준히 하면 보다 효과적이지만 나이가 들어서 시작해도 늦은 것은 아니다. 지속적이고 꾸준한 생각과 실천하는 행동이 우울증을 포함하여 치매나 경도인지장애 같은 노인정신건강의학적 문제를 예방하는 데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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