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증후군의 개념
노인 환자에서 나타나는 건강 문제는 기존의 질병 진단명 및 증후군과 일치하는 경우가 약 50%에 불과하므로 새로운 개념과 정의가 필요하다. 노인 환자의 경우 노화로 인해 각종 장기의 기능이 저하되고 만성 질환이 다발할 뿐만 아니라, 영양 부족 및 다수의 약물 복용, 사회·경제적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비전형적 증상이 나타나게 되는데, 이를 노인증후군이라 한다. 다시 말해 노인증후군은 기존의 질병 진단명이나 증후군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비전형적 소견을 보이지만 노인에서는 흔하게 발생하는 질환이다.

노인증후군의 위험요인

 
보통 증후군이라 하면 초기에 증상만 있고 원인을 모를 때를 일컫는데, 노인증후군은 이와는 조금 다르다. 노인증후군은 섬망, 낙상, 실금 등이 대표적인데 다양한 원인이 작용해 발생할 수 있다. 즉, 기존의 만성 질환뿐 아니라 탈수, 감염, 시각 및 청각 장애, 복용 중인 약물, 수면 장애, 그리고 노화 현상 등의 위험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증상을 나타낸다.

노인증후군의 임상 특징은 흔히 원인 질환이 밝혀지지 않으며 그 대신 다수의 위험요인만 확인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포괄적 노인 평가(comprehensive geriatric assessment)를 통해 위험요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대표적인 노인증후군인 낙상, 실금, 섬망의 위험요인은 표와 같으며, 위험요인이 서로 겹치는 경우가 있다.
노인증후군의 원인 질환을 밝히기는 어렵지만, 위와 같은 위험요인들을 해결하거나 개선하면 증상이 개선되고 기능이 회복될 수 있다.

노인증후군의 정의
노인증후군의 정의에는 Reuben 및 Tinetti의 정의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Inouye의 정의를 기준으로 가장 많이 사용한다. Reuben은 노인증후군을 노인, 특히 노쇠한 노인이 흔히 경험하는 임상 증상으로 급성 스트레스에 의해 유발될 수 있고 흔히 기능 저하로 이어진다고 정의했다. Tinetti는 개별적인 질환들 또는 여러 신체 계통의 누적된 장해로 인해 발생하는 증상들이라고 정의했다.

Inouye의 정의에 의하면 노인증후군은 노인에서 유병률이 높고 관련 요인이 다수이며 심각한 유병상태와 나쁜 예후(사망 및 요양시설 입소)를 보이는 상태를 의미한다. 대표적인 5가지의 예로는 욕창, 실금, 낙상, 기능 저하, 섬망이 있다. 연자를 포함한 대한노인병학회 노인증후군위원회에서 아시아 지역의 노인의학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는 치매, 인지기능 저하, 실금, 섬망, 청력 및 시력 장애, 근감소증, 영양 장애, 허약, 거동 장애, 욕창도 노인증후군의 범주로 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European geriatric medicine 2013;4:335-8).

일본의 노인의학자들은 아주 광범위한 증상/증후를 노인증후군으로 생각하고 있다. 예를 들면 변비, 두통 등도 노인증후군의 일환으로 간주한다.

노인증후군의 임상 적용
실제 임상에서 식사량이 감소하고 대화가 잘 되지 않으며 누워 있으려고만 하는 증상으로 내원한 노인 환자를 진료한 경험이 있다. 이 경우 기존의 내과적인 검진으로는 특별한 원인진단명이 없지만 노인의학에서는 기능 저하(허약)와 섬망이라는 노인증후군의 일환으로 진단한 후, 원인이 밝혀지지 않더라도 위험요인들을 찾아 해결하면 증상이 개선되고 기능이 회복될 수 있다. 즉 전해질 이상, 영양 장애, 경도 치매, 욕창, 요로감염 등의 위험요인을 확인하고 이들 위험요인을 치료 및 관리함으로써 환자는 대화도 가능해지고 보호자의 도움으로 거동이 가능해져서 퇴원할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노인증후군의 중요한 임상적 유용성은 기존의 개념으로는 설명이 안되고 치료가 어려운 노인 환자의 증상/징후에서 노인증후군의 위험요인을 확인해 치료하거나 관리할 경우 환자의 증상이 개선되고 기능이 회복될 수 있다는 점이다.

Discussion

노용균 각 과마다 노인 환자가 많은 비중을 차지함에도 불구하고, 노인증후군의 개념은 널리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노인증후군은 조절이 어렵고 관리가 안 된다는 생각보다는 위험요인들을 차분하게 확인하면서 치료할 경우 관리가 가능하다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김광일 아직 노인증후군 자체의 정의라든가 임상에서의 활용 방안에 대한 논의가 다 이뤄지지 않아 어렵게 생각될 수 있습니다. 고혈압의 경우도 노인에서 약 50%의 유병률을 보이지만, 일반적으로 고혈압을 노인증후군으로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노인증후군을 명확하게 정의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또한 노인증후군이 공통된 병인이나 기전에 의해 발생하는 것인지 혹은 노인에서 주로 나타나는 임상 상태를 의미하는 것인지에 대해 헷갈려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개인적으로 노인증후군은 노화로 인해 나타나는 임상적 특성이며, 어떤 환자에게 노인증후군이 발생했다는 것은 노화를 반영하는 임상 지표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입원 환자에서 갑자기 섬망이나 요실금이 발생한 경우 노인 환자의 특정 임상 질환이나 증상으로 발현되는 것이 아니라 노인증후군과 관련된 임상 상태로 반영하기 때문에, 역으로 이러한 상태가 질환에 의해 나타났는지를 추론해서 확인하는 것이 임상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유형준 노인증후군에 대해 혼란스러운 점은 현재 진단 방법이 없다는 것입니다. 정의가 아직 불분명하고 진단 방법이 없어 임상에서 적용하기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노인증후군은 여러 위험요인에 의해 발생하는데, Inouye는 ‘공유위험인자(shared risk factor)’라는 개념을 통해 여러 위험요인 중 어느 하나를 개선시키면 다른 요인들도 개선된다고 설명합니다.

원장원 노인 의학에서는 세계적으로 Inouye의 영향력이 매우 큽니다. Inouye가 노인증후군에 대해   2007년에 발표한 논문을 많은 학자들이 인용하고 있으며, 향후 근감소증 등이 추가로 노인증후군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유형준 Inouye의 논문에 의하면 ‘현재까지 알려진 질환에 속하지 않는 것들’이라는 언급이 있는데, 그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실제 임상에서 환자를 보면 Inouye의 언급 외에도 노인증후군으로 볼 수 있는 증상이 많습니다.

노용균 노인증후군 발생이 다양한 요인과 기관의 기능 장애에 기인한다는 것에 동의합니다.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적용되는 진단 방법의 경우 때로는 비효과적일 수도 있고,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모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진단을 내리지 못하거나 원인을 확인하지 못한 경우더라도 임상 증상의 개선을 위해 협조적인 대응을 한다면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유형준 Inouye의 ‘공유위험인자’를 모두 발견하기는 어렵지만, 하나의 요인이라도 발견하고 이를 놓치지 않고 개선시키면 노인증후군을 개선시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원장원 노인에서 섬망, 낙상, 실금, 기능 등은 기존 진단 방법 즉, 혈액 검사나 X-선 검사로 진단되는 부분이 아니지만, 이를 노인증후군으로 정의하고 위험요인을 확인해 치료하는 것은 완전한 회복은 아니더라도 환자 증상이 개선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노인 환자 증례
 82세 여성 환자로 숨이 차는 소견으로 외래 방문했는데, 검사 결과 심비대가 있었다. 또한 폐기능 검사에서는 강제호기량(forced expired volume, FEV)이 감소해 있었고, 구혈률(ejection freaction, EF) 역시 감소됐으며 빈혈, 골다공증, 골절 및 근감소증이 동반된 상태였다. 이처럼 다양한 증상을 동반한 노인 환자의 경우 어떤 진단명으로 관리하고 어떻게 치료해야 개선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생긴다. 본 증례의 치료 시 처음에는 각 질환에 대한 개별적인 접근을 시도하다가 결국 모든 증상이 환자에게 종합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실제로 노화 자체가 상기 언급한 증상들의 직접적 원인이 된다.

골다공증, 골절 및 근감소증은 부동성(immobility)을 초래하며, 이러한 부동성은 증상에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본 증례의 경우 젊을 때부터 흡연을 해 폐기종과 관상동맥질환의 직접적 위험이 높은 상태였고, 치료를 위해 사용한 아스피린이 위장관 출혈의 원인이 됐으며, 심근경색이 있어 허혈성 심질환에 의한 수축력 저하가 있었다. 따라서 이 경우 단일 질환을 치료하는 것 만으로는 개선이 어려운데, 이러한 개념을 다중이환(multimorbidity)으로 설명할 수 있다.

노인 환자와 다중이환
동반이환(comorbidity)은 한 개의 주요 질환이 있고 거기에 동반되는 질환이라는 개념인데 반해, 다중이환은 노인에서 무엇이 주요 질환인지 애매하므로 여러 질환을 갖고 있다는 개념으로 접근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노인 환자의 경우 연령이 증가할수록, 사회·경제적 상태가 어려울수록 만성 동반이환의 개수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 국내의 경우 단일 질환으로서는 고혈압의 유병률이 가장 높다.

다중이환의 양상은 남성보다 여성에서 주로 관찰되는데, 남성에서는 주로 혈관질환, 대사질환이 많았고 여성에서는 불안, 우울 등의 정신 장애와 신체 장애(somatic disorder)가 많았다. 따라서 여성의 삶의 질 관련 지표에서 부정적인 결과를 나타나는 요인에 동반이환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노인 환자의 진료 시 이러한 동반이환을 진단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단일 질환을 치료 목표로 접근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처럼 노인 환자에서 증상의 진단과 치료가 어렵고, 치료하더라도 기대효과를 보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다중이환적으로 접근해 복합적으로 질환을 파악하고 치료하면 궁극적으로는 환자의 예후를 개선시킬 수 있다. 노인 환자의 치료 시 또 다른 문제는 관련 임상연구들이 단일 질환을 가진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것이어서 실제 임상에서 적용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노인 환자에서 다중이환의 치료
다중이환의 경우 하나의 증상에 대해서는 효과적인 치료가 환자의 다른 질환에는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궁극적으로는 포괄적인 치료(comprehensive practice)가 필요하다. 또한 노인 환자는 젊은 사람과 달리 삶의 질 향상 및 독립적 기능 수행 유지를 치료 목표로 할 수 있다. 환자에 따라 아프더라도 오래 사는 것을 중시하거나, 독립적 기능 수행을 중시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환자의 선호도를 파악해 각각의 치료가 전반적 건강 상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고려해야 한다.

노인병학회에서 권장하는 바로는 환자와 보호자의 선호도를 중시하고, 환자의 다중이환을 파악해 특정 단일 질환만 치료하는 것으로는 불충분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급성 질환으로 내원한 경우 해당 질환에 대해서는 어떤 치료 방법들이 있는지 파악하고, 치료에 대해 환자가 어느 정도의 복약순응도를 보이며 불편감을 느끼는 지를 재평가해 환자의 선호도와 다시 맞춰봐야 한다. 치료의 기대효과로 수명 연장, 삶의 질 및 기능 개선, 예후 개선 정도를 파악할 수 있으며, 치료가 질환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어떤 유익과 위해를 갖는지에 대해서는 환자와의 상의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면 1999년도 Randomized ALdactone Ecvaluation Study (RALES) 연구를 통해 신부전 환자에서 알도스테론 길항제가 환자 예후를 개선시키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베타차단제, 안지오텐신 전환효소(angiotensin converting enzyme, ACE) 억제제,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angiotensin Ⅱ receptor blocker, ARB)에 이어 알도스테론 길항제가 치료제에 추가됐다. Spironolactone을 추가 투여한 결과 약 30%의 사망률 유익을 보여 모든 신부전 환자에서 spironolactone 25mg 이상을 투여하도록 가이드라인을 변경했는데, 이후 공교롭게도 고칼륨혈증으로 입원 및 사망하는 환자가 증가했다.

RALES 연구는 대상 환자의 평균 연령이 65세로 상대적으로 젊은 노인들을 대상으로 유익이 있었다는 것을 증명했다. 하지만 이보다 대략 10세 이상의 고령 환자에게 같은 기준을 적용할 경우 신기능 저하라는 동반이환이 고려되지 않아 고칼륨혈증의 약물이상반응으로 인한 입원 및 사망률이 증가하는 결과가 초래됐다. 따라서 노인 환자의 치료 시 임상연구로 얻은 근거가 실제 임상에서도 같은 결과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다중약물요법

 
다중이환은 복용해야 하는 약물의 개수가 증가하는 문제를 초래한다. 여러 약물을 복용하면 노인성 질환과 노화에 대해 약동학적 약물상호작용이 발생해 약물이상반응이 훨씬 빈번하게 나타난다. 임상에서는 ‘medicalization’이라고 해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에 대한 치료적 반응으로 의사가 약물을 처방하게 되는데, 약물을 사용하면 또 그에 대한 이상반응을 호소하게 되고 의사는 약물을 더 추가하게 된다. 따라서 환자의 증상을 약물로만 해결하는 진료 형태는 약물이상반응의 발생을 증가시킬 수 있다.

노인 환자에서는 결국 노화 자체에 의한 변화와 이로 인한 다중이환으로 인해 여러 약물을 복용하게 되므로 노인 환자를 진료할 때에는 그림과 같이 노화 및 여러 만성 질환, 그리고 이러한 만성 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다중약물요법 문제를 어떻게 조화롭게 조절하고 관리할 지가 중요하다.

Discussion

노용균 동반이환이 아닌 다중이환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하는 것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노인이 포함되지 않은 연구 결과가 임상 진료에 적용됐을 때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분명히 짚어주신 것 같습니다. 다중이환, 노화에 따른 항상성 장애, 그에 따른 다중약물요법 세 가지가 복합적으로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일으키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노인 환자의 경우 여러 문제가 포괄적으로 나타나므로, 치료의 목표가 기능 장애 및 삶의 질 개선인 경우 환자 선호도가 중요하고 이에 따른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합니다. 국내에서는 잘 시행되지 않지만 노인성 질환을 꾸준하게 관리할 수 있는 ‘노인 주치의’ 등의 제도 정착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원장원 노인 의학에서는 복합적인 문제가 다뤄지므로 단일 질환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닌 여러 질환을 가진 노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필요합니다. 다중약물요법과 관련해 약물 복용으로 인한 입원은 국내의 경우 약 5%에서 많게는 20%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즉, 노인 입원 환자의 10% 이상이 치료 약물로 인해 입원한 것입니다.

유형준 다중이환은 다발성 질환(multiple pathology)과 같은 개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미국은 최근에 만성 질환 관리를 Multiple chronic care (MCC)로 정리했는데, 국내 보건복지부에서는 이를 ‘복합 만성 질환 관리’로 번역했습니다. 이처럼 미국은 복합 만성 질환을 국가 차원에서 관리합니다. 또한 국내와 달리 일본의 경우도 ‘와상 제로 작전’이라고 해서 중풍, 고혈압 등 무슨 원인이든 간에 누워서 일어나지 못하는 노인은 치료 대상에 해당됩니다. 국내에서도 미국과 일본처럼 바꿔 나가지 않으면 노인 건강의 핵심을 놓칠 수 있습니다.

원장원 노인 의학에서는 질환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를 예방하는 즉, 누워만 있는 와상 상태를 예방하고 기능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따라서 다중이환이 몇 개 있는지 보다는 기능 장애의 유무를 살펴 개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노용균 현재 일본에서 중시되는 개념은 ‘care prevention’입니다. 노인에서 기능 장애가 발생하면 가족이나 사회에서 노인을 보살펴야 하므로, 해당 단계 전에 관리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국내의 경우도 장기요양보험이 2008년도부터 안정화되는 중이지만, 노인 환자의 관리 측면으로는 지원이 부족합니다. 일본의 경우 기능 장애가 있는 환자들이 장기요양서비스를 받기 전에 care prevention service를 통해 노인증후군 만성 질환을 잘 관리해서 중증으로 진행하지 않게 예방하는데, 국내에서도 그 부분에서의 관리가 중시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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