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응답하라 의료윤리
의사와 환자 사이의 윤리


문지호
명이비인후과 원장
의료윤리연구회 운영위원
인간관계 중에서도 의사와 환자 관계는 아주 특별하다. 첫 만남부터 강한 신뢰가 요구된다. 질병에 대한 진단이 맞아도 의사에 대한 신뢰가 없으면 치료가 잘 되지 않는다. 의사를 신뢰할 때 더 나은 치료를 기대할 수 있다. 의학의 발전으로 질병에 대한 진단율이 높아졌다. 의학지식과 기술이 치료의 절반을 해결했다면 나머지 절반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 의사-환자 관계에 의해 이뤄진다. 신뢰를 바탕으로 치료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의사의 중요한 역량이다. 여기에는 환자를 대하는 윤리가 포함된다.
 



환자의 입장에서, 의사를 신뢰하기 전까지는 여러 가지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 이 의사가 내 얘기를 잘 듣고 있을까?
△ 오진을 하거나 실수를 하진 않을까?
△ 내가 부탁하는 대로 치료를 해 줄 수 있나?
△ 내게 정직하게 얘기해 줄 것인가?
△ 나를 돈벌이로 여기거나 무시하진 않을까?
등의 걱정이 생긴다. 이런 환자의 마음을 헤아려 주는 것이 의사가 지녀야 할 자세이고 윤리이다.

의사는 질병만을 다루지 않는다. 병든 인격체를 치료한다. 인격체와의 만남에서 가장 중요한 자세는 상대에 대한 존중이다. 존중은 상대를 배려하는 인간관계의 소중한 원리다. 존중을 받은 사람은 자신의 존재 가치를 깨닫게 된다. 살아야 할 이유를 발견하게 된다. 환자를 특히 존중해줘야 하는 이유다. 아프면 자신감이 떨어지고 자존감이 약해진다. 정확한 진단으로 병의 원인을 알고, 더불어 의사가 자신을 존중해 주는 것을 알 때 환자의 회복에는 속도가 붙는 법이다.

그러면 어떻게 존중해줄 수 있을까?

첫째, 환자를 반갑고 따뜻하게 맞아주는 것이다. 아픈 환자야 어쩔 수 없이 왔어도, 의사는 귀한 분을 초대한 듯 맞아야 한다. 질병을 다루는 것이 '기술'이라면 환자를 맞이하는 환대는 '예술'이다. 병원에서의 환대는 배려해주고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것이다. 실질적인 필요를 신속히 해결해주려는 노력이다. 그리고 최상의 것을 주는 것이다. 최상의 것이 꼭 비싼 것만은 아니다. 각자의 진료 환경에서 정성을 다해 제공할 수 있는 것이 최상의 것이다.

둘째, 환자 얘기를 경청하는 것이다. '짧은 시간' 진료라는 틀에 갇힌 현실에서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그래도 시간을 아껴 들어야 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잘 들을 때 지혜가 얻어진다고 했다. 환자 말을 경청할 때 치료에 대한 지혜를 얻을 수 있다. 눈에 보이는 환부와 질병에만 집중하면 안 된다. 환자가 겪는 사회경제적, 심리적 어려움에 귀 기울여야 한다. 그래야 합당한 치료를 할 수 있다.

셋째, 환자의 자율성을 귀하게 여겨야 한다. 의료 윤리의 4원칙을 제시한 칠드레스(childress)는 "환자의 자유와 자율적 결정은 질병으로부터의 회복보다 중요한 가치"라고 했다. 치료에 있어서 자율성을 존중한다는 것은 개인의 차이점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것이다. 이해를 위해서는 사랑이 필요하다. 마더 테레사는 '작은 일을 큰 사랑으로 한다'고 했다. 질병 치료라는 역할 이전에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팍팍한 의료 환경에서 억울한 생각만 자꾸 드는 것이 의사들의 마음이다. 국민들에게 신뢰를 잃은 것만 같아 착잡하기까지 하다. 이런 마음으로 남을 존중해 주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도 결단할 만한 일이다. 존중은 씨앗을 심는 것과 같다고 했다. 반드시 열매를 맺는다. 존중을 받은 사람은 더 좋은 것으로 돌려주고 싶어 한다. 환자를 존중한 당신은 더 신뢰받고 더 존중받는 의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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