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당사자인 '심평원' 없이 이뤄진 토론...IC카드 논쟁도 이어져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공식석상에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청구업무 이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관련 전문가들은 보험자가 두 갈래로 나뉘면서 엉망진창인 것은 인정하는 분위기 였으나, '업무이관'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지적을 제기했다. 게다가 이해당사자인 심평원은 배제한 채 이뤄진 토론이어서 비판의 목소리가 더욱 거셌다.

 

▲ 서울대 김진현 교수

3일 건보공단에서 '재정누수 방지를 위한 진료비 청구·지급체계 정상화 방안 토론회'를 개최, 심평원의 청구업무 이관를 주장했다.

먼저 주제발표를 맡은 서울대 간호학과 김진현 교수는 진료비 청구권한을 공단으로 가져오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김 교수는 "돈을 주는 사람(공단)에게 청구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심평원은 심사평가 전문화 기관으로 입지를 다졌으나, 보험자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하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심평원은 재심사나 분쟁에 대한 심사가 아닌 진료비 첫 통과관문임에도 심사조정률은 0.4% 밖에 안 된다"며 "기능과 목적을 상실한 채 마치 보험자-공급자 간 중재기구이자 심판자인척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심평원의 존립여부는 국민입장에서 한번 더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며 '폐기'에 무게중심을 뒀다.

진료비 심사 뿐 아니라 자동차보험 위탁심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초기단계라서 그런지 이중청구가 만연해있는데, 이중청구 방지를 위한 액션이 취해지지 않고 있다"며 "이중청구 적발 및 방지에 대해 적극 나서야 한다"고 비판했다.

또 심평원이 객관적인 위치가 아닌 다소 '공급자'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급여결정이나 약제, 치료재료 평가 등에 있어서 위원회 구성을 보면, 이해당사자인 공급자가 위원회의 3분의2나 포함된다"며 "다른 나라엔 이런 경우가 없다. 보험자적 책임이나 의무가 미약한 편"이라고 했다.

이어 "이렇게 심평원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할 때까지 상위기관인 보건복지부는 그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며 반문했다. 따라서 김 교수는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처럼 '건강보험공단'에 청구권까지 부여해 단일화된 청구, 지급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즉 건보공단으로 '통합'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건보에서는 청구된 진료비에 대해 심사하고, 심평원에서는 심사평가를 전문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독일은 진료비는 물론 산재, 자보도 모두 NHI(건강보험조합)으로 일원화됐고, 이탈리아도 보험회사에서 미리 진료비를 NHS(보험공단)로 주고 모든 진료를 통합해서 관리토록 하고 있다. 

김 교수는 "건보공단에서 수입과 지출을 총괄 관리하면, 요양기관에서 정산으로 인한 불이익이 없고, 환자가 어떤 보험을 받아야 하는지 고민할 필요도 없다"며 "사회안전망도 개선되고 진료비 관리도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김 교수는 공단에 진료비를 청구했을 때 부정수급을 방지할 수 있는 대책에 대해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냈다.


이에 대해 전문가 입장은 엇갈렸다. 

▲ 보사연 신영석 부원장.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영석 부원장은 "진료비 통합관리는 물론 추가적으로 공단에서도 민간보험에 대한 공유 권한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심평원의 청구업무가 공단으로 간다고해서 허위청구, 부당청구, 사무장병원 등 재정누수를 해결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신 부원장은 "청구 순서를 바꾼다고 능사가 될 순 없다"며 "특히 사무장병원 문제의 경우 건보공단이나 심평원 모두 다루기가 어렵다. 사법기관과의 공조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또 공단에서는 청구권 주장이 아닌 건보 관리운영체계에 대한 전반의 검토를 주문했고, 14년전 심평원-공단을 이원화한 이유가 무엇인지 다시 확인해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이번 토론회의 당사자이자 공단의 이해관계자인 심평원의 불참에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 의협 서인석 보험이사

의협 서인석 보험이사도 "심평원 업무 이관을 주장하는 자리에 심평원 사람이 없다"며 "토론의 객관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서 이사는 "누수가 심평원 청구 때문에 발생했다는 것은 공단의 억지"라며 "마치 심평원에서 일을 잘 하지 않는 것처럼 얘기하는데, 그렇다면 이 부분은 공단에서 자료를 더 공유하면 해결될 일"이라고 못박았다.

이어 "외국의 경우 건보 재정의 5%가 누수다. 우리나라는 0.5%에 그친다"며 "누가 해당 업무를 맡더라도 어려운 일"이라며 공단의 주장에 반기를 들었다.

뿐만 아니라 "법부터 보험자의 권한을 개정한 후 이같은 논의를 하는 게 순서에 맞다"며 "법 개정은 물론 공단에서 인력절감의 의지도 표명해야 한다. 또 정보누출, 사전관리 문제 등을 먼저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신현호 변호사와 김종대 공단 이사장은 업무 이관에 대해 '화색'을 띄었다.

신 변호사는 "공단이나 심평원이 가입자의 대리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며 "부당한 사폐에 대해 강제력 행사는 물론, 이들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관리할지 조정장의 역할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14년간 심사시스템 운영에서 우리는 많은 문제를 경험했다"며 "이제는 통합이든, 업무이관이든 견제와 균형이 이뤄질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한다"고 밝혔다.

무엇보다도 신 변호사는 "심평원-공단 통합이야 말로 앞으로의 지향점"이라며 "보험자는 중재기관이 아닌 가입자의 대리인임을 명확히 인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대 이사장은 김진현 교수의 주제발표에 대해 "체계적인 접근이었다. 이제는 청구 및 지급 문제에 대해 전반적으로 검토할 때"라고 공감했다.

이어 "2조원이 넘는 누수는 현재의 청구구조 때문에 발생한다"며 "보험자가 관리운영의 주체로서 체계를 개선하고, 보장성을 높이는 방안에 대해 논의를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고 오늘의 '청구권 이관' 관련 토론이 계속될 것임을 예고했다.

 

한편 이달부터 시행 중인 '무자격자 확인 의무제도'의 대안으로 IC카드 도입에 대해서도 소개됐다.

김진현 교수는 "IC카드의 도입으로 증도용 및 대여 방지, 무자격자 방지, 체납한 급여제한자 급여진료 방지, 진료정보의 실시간 전송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적극 찬성했다.

또한 "요양기관의 부당청구 관리, 개인정보보호에 대해 반발이 크다"며 "대만이나 독일 등에서 ic카드를 운영 중이지만 대량 정보 유출 사건을 일어나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한의협 전은영 보험이사는 "ic카드 정보유출 없다고 하지만, 우리나라는 it강국인데도 쉽게 정보획득 가능하다"며 "보다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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