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의대 김신곤 교수 인터뷰

고려의대 김신곤 교수(내분비내과)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DPP-4 억제제와 안전성에 대해 당뇨병 전문가로서 솔직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안전성 문제는 여전히 검증해야 하는 숙제지만 그간 논란이 됐던 문제는 상당히 불식시켰다고 평가했다. 특히 소규모가 아닌 대규모 연구이고 무작위 연구를 통해 나온 만큼 신뢰도도 높다는 평가다. 그를 만나 지난해 나온 DPP-4 억제제와 심혈관 안전성 연구와 올해 미국당뇨병학회에서 나온 췌장염·암에 대한 안전성 연구에 대한 총평을 들어봤다.

▲ 고려의대 김신곤 교수가 최근 본지와 인터뷰를 통해 DPP-4 억제제와 안전성에 대해 평가를 내렸다.
Q. 2009년 아반디아가 심혈관 위험성을 높인다는 이유로 퇴출된 이래 당뇨약의 심혈관 안전성에 대해 관심이 높다. 이 와중에 지난해 DPP-4 억제제에 대한 심혈관 안전성 연구가 나왔다. 이를 계기로 DPP-4 억제제의 심혈관 안전성 문제를 매듭지을 수 있다고 보나?
지금까지 대규모 연구를 통해 입증된 성분은 삭사글립틴과 알로글립틴인데 모두 심혈관 안전성이 확보되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이벤트 드라이븐(EVENT DRIVEM)으로 디자인된 연구라는 점에서 더욱 가치있다고 생각한다. 이벤트 드라이븐이라는 기준은 심혈관 발생 가능성이 높은 환자들을 포함시켜 가급적 짧은 시간에 분명한 효과를 보기 위한 것이다. 1차 종료점인 주요 심혈관 사건평가(MACE) 에서 두 약물 모두 위약대비 증가하지 않았다.

Q. 그중 삭사글립틴인 SAVOR 연구가 우월성 연구로 진행된 것은 어떻게 평가하나? 그만큼 가능성이 있었다는 것인가?
솔직히 당시에는 환상이 있었다. 단기 연구에서 심장에 이득이 있는 것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은 연구 기간이 6~12개월로 짧았고 심혈관 위험이 낮은 사람들이 참여했다. 이 경우 심혈관 사건이 많지 않으니까 분석방법에 따라 좋게 나올 수도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는 연구진들의 착각이다. UKPDS 연구를 보면, 10년 동안 당화혈색소(A1C) 0.9%를 낮춰도 심근경색을 줄이지 못했으며, 1형 당뇨병 연구인 DCCT 에서도 A1C를 2%나 줄였지만 심혈관 위험은 줄이지 못했다. 삭사글립틴은 2년 동안 불과 0.3%를 줄인 것인데 이런 결과로 심혈관 안전성을 낮출 수 있다고 본 것은 착각이다. 이는 스타틴에서도 얻을 수 없는 결과다.

Q. 심혈관 안전성 외 하위 분석연구에서 다소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 있다. 특히 저혈당과 심부전은 어떻게 봐야 하나?
두 연구를 살펴보면 우선 EXAMINE 연구에서는 저혈당이 발현되지 않았고 SAVOR 연구에서는 저혈당이 높았다. 이 점만 보고 삭사글립틴이 저혈당을 높인다고 보면 안된다. 사실 ACS 환자에서는 저혈당에 대한 컨선이 있기 때문에 A1C가 많이 낮은 사람들을 포함시키지 않으려고 한 개연성이 있다. 그래서 저혈당 이슈가 없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SAVOR에서는 저혈당 이슈가 발생했는데 이는 7% 미만인 환자가 대거 포함됐고 이전 사용약물에 설포닐우레아와 인슐린을 쓴 환자군이 많았다. 당연히 저혈당 이슈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심부전 이슈는 좀 더 관찰해야 한다. 삭사글립틴에서 위약대비 27% 증가했는데 아직까지 왜 발생하는지 원인을 찾지 못했다. 다만 입원율은 증가했지만 하드 엔드포인트인 사망률이 증가한 것은 아니다. 알로글립틴도 경향성은 보였다. 통계적 유의성은 없지만 19%가량 증가했다. 메타분석을 통한 절대 위험도 차이를 보면 삭사글립틴이 0.4% 증가하고, 알로글립틴도 0.3% 증가하는 것으로 나오는데 만약 환자수가 더 증가했다면 바뀌었을 수도 있는 부분이다.

Q. 미세알부민뇨 개선 및 예방 효과가 나온 것도 있다. 이는 클래스 이펙트인가?
DPP-4 억제제는 동물연구를 통해 미세 단백뇨를 줄이거나 신장보호를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이러한 사실을 사전 정의된, 대규모 연구를 통해서 입증됐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 그러나 클래스 이펙트인지는 아직 논란이 있다. 단지 SAVOR 연구가 워낙 많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다양한 분석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EXAMINE 연구에서는 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Q. 최근에는 또 췌장염과 췌장암에 대한 새로운 분석 결과가 나와서 화제다. 이 연구를 통해 어떤 결론을 얻을 수 있나?
삭사글립틴과 췌장염·암에 대한 상관관계가 최근 미국당뇨병학회에서 발표됐다. 결과는 위약대비 높이지 않는 것으로 나왔다. 이를 통해 그동안 제기돼 왔던 췌장염·암 이슈를 상당히 불식시켰다고 볼 수 있다. 췌장염의 경우 2007년 캘리포니아대학 Peter Butler 교수팀이 당뇨병 쥐의 베타 세포에 대한 시타글립틴의 효과 평가 연구에서 췌장염 발생 문제를 제기한 이후 논란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대규모 연구에서 관련성이 없게 나온 것이다. SAVOR 연구에서 0.3% 정도 나왔다. 아울러 췌장암도 위약대비 높이지 않은 것으로 나왔다. 다만 암을 관찰하기는 연구기간이 너무 짧다. 적어도 암 이슈를 불식시키려면 ORIGIN 연구(인슐린 글라진)처럼 5~6년 정도는 되야한다.

Q. 앞으로 나올 연구가 또 있는 것으로 아는데, 이런 결과가 나오면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시타글립틴의 심혈관 안전성 연구인 TECOS 가 곧 발표될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연구는 1만여명을 대상으로 위약대비 심혈관 안전성을 입증하는 것이지만 기간이 길어서 심부전 이슈와 췌장염·암 이슈도 명확해질 것으로 보인다. 빌다글립틴의 심혈관 안전성 연구인 VIVIDD 연구도 지난해 유럽 심부전학술대회(HFC)에서  발표됐는데 52주째 LVEF 변화는 두 군이 유사했지만, 좌심실 이완기말 용적(LVEDV)과 수축기말용적(LVESV)이 증가해 안전성을 완전히 해결하지는 못했다. 새로운 결과가 나오면 이러한 이슈가 매듭지어질 수 있겠다.

Q. 마지막으로 국내 당뇨병 처방 트렌드가 SU 제제에서 DPP-4억제제로 이동했는데 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최근 10년간 미국의 당뇨병 처방을 보면 설포닐우레아 계열의 처방이 전혀 줄지 않았다. DPP-4 억제제만 조금 증가했을 뿐이다. 냉정하게 평가하면 이는 제약사들의 마케팅이 만들어낸 그림이다. 초기 DPP-4 억제제가 베타세포에 좋은 역할을 한다는 메시지를 강조하면서 상대적으로 설포닐우레아 계열은 나쁜 약이라는 인식을 남겼다. 그러나 DPP-4 억제제가 베타세포에 좋은 역할을 한다는 근거는 없다. 또 설령 베타세포에 이득이 있다고 하더라도 도관세포(ductal cell)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쳐기 때문에 무조건 좋은 것만도 아니다. 최근 맞춤형 치료가 화두인데 환자의 특성과 의사의 판단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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