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혈소판제 단독요법 ‘원톱’에 아스피린 vs 클로피도그렐
자질=기전, 결정력=유효성, 수비력=안전성, 몸값=비용효과 모두 따져봐야

심·뇌혈관질환의 예방에 있어 최종적인 타깃은 바로 혈전이다. 위험인자에 의해 형성되고 악화된 혈관내 경화반(plaque)이 파열돼 심장혈관이나 뇌혈관을 막으면 심근경색증 또는 허혈성 뇌졸중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항혈전치료, 특히 동맥혈전을 차단하는 항혈소판제 요법은 심혈관사건 예방을 위한 필수병기 중 하나다.

이 항혈소판요법에서 현재까지 감독(임상의)의 선택을 받고 있는 주요 공격수들은 아스피린과 클로피도그렐이다. 급성관상동맥증후군(ACS)이나 경피적관상동맥중재술(PCI)을 받는 관상동맥질환(CAD) 환자들에게는 1년 기간의 이중항혈소판요법(아스피린 + 클로피도그렐)이 권고되며, 이후 의사의 판단에 따라 단독요법으로의 전환이 이뤄진다.

뇌졸중 환자의 경우 단독요법(아스피린, 클로피도그렐, 트리플루잘, 또는 실로스타졸)이 주를 이루며, 최근 들어 병용요법의 조기·단기간 적용이 새롭게 힘을 받고 있다.

아스피린과 클로피도그렐이 대표적인 공격수들이지만, 최전방에 원톱으로 스트라이커를 세워야 하는 경우에는 아직까지 감독들의 선호는 아스피린 쪽으로 기운다.
 
CAD 환자에서 이중항혈소판요법 후 단독제제로 전환해야 할 경우, 아스피린을 지속하고 클로피도그렐을 중단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뇌졸중 환자에서도 아스피린 단독요법의 1차적 선택이 많다.

왜일까? 일부 전문가들은 '아스피린이 익숙하다'는 말로 답을 대신한다. 경험이 보다 많고, 이에 따라 심혈관사건 예방과 관련한 임상근거들이 양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여기에 비용효과도 작용했다.

혈소판 활성의 가장 중요한 루트인 P2Y12 수용체를 억제하는 클로피도그렐은 아스피린과의 1 대 1 비교·연구를 통해 심혈관사건 예방에 있어 질적인(기전·유효성·안전성) 우위를 점했지만, 아스피린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몸값은 부담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아스피린과 비교해 클로피도그렐의 유효성과 안전성 및 비용효과에 관한 일련의 근거들이 계속 축적되고, 클로피도그렐의 특허만료로 가격 경쟁력까지 갖춰지면서 혈전을 예방할 원톱 스트라이커 자리를 놓고 새로운 논의들이 조심스럽게 이뤄지고 있다.

인제대 일산백병원 신경과의 홍근식 교수는 "뇌졸중 예방을 위한 항혈소판제의 선택은 유효성 및 안전성과 함께 환자의 특성이 가장 중요하게 고려돼야 한다"며 "고위험군 환자에서 장기간 항혈소판제를 사용하는 경우 단독요법으로는 클로피도그렐이 더 좋은 선택일 수도 있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의 송영빈 교수는 "약물용출스텐트(DES) 삽입 환자에서 12개월의 이중항혈소판요법 후 클로피도그렐과 아스피린 단독요법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비교한 결과, 클로피도그렐의 심혈관사건 예방효과가 보다 우수했다"며 "기전·유효성·안전성에 이어 비용효과까지 고려할 때 클로피도그렐이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고 말했다.

결국 심·뇌혈관질환 예방을 위한 항혈소판요법의 스트라이커를 선택하기 위해서는 감독이 선수의 자질(기전)·골결정력(유효성)·전방수비력(안전성)·몸값(비용효과)까지 모두 따져보고 적재적소에 기용해야 한다는 것인데, 홍근식·송영빈 두 교수로부터 최근 발표된 임상근거에 기반한 항혈소판요법의 선택전략에 대해 각각 들어봤다.

홍근식 인제대 일산백병원 신경과 교수
"가장 중요한 선택기준은 환자특성·유효성·안전성"
클로피도그렐 단독, 병용 대비 뇌졸중 예방 대등···출혈위험↓


- 우리나라의 뇌졸중 사망률은 감소하고 있지만 유병률은 여전히 증가세로 재발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한 현안이다. 항혈소판요법은 어느 정도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지?

- 허혈뇌졸중 환자는 향후 허혈성 혈관사건 발생위험이 상당히 높다. 일반인에 비해 뇌졸중 위험이 6~9배, 심근경색증 위험은 2~3배까지 증가한다.

따라서 특별한 금기가 없는 한 심인성 허혈뇌졸중의 경우에는 항응고제, 비심인성 허혈뇌졸중에는 항혈소판제를 평생 투여하는 것을 권고하고 있다. 항혈소판제의 사용으로 인해 허혈뇌졸중 환자의 뇌졸중 재발률과 심혈관질환 발생률이 낮아지고 있다.
 
- 항혈소판제 단독 또는 병용요법에 대해서는 어떻게 컨센서스가 이뤄지고 있나?

- 전문가마다 의견 차이가 있다. 장기간 사용이 권장되는 것은 단독요법으로는 아스피린, 클로피도그렐, 트리플루잘, 실로스타졸 등이며 병합요법은 아스피린과 서방형 디피리다몰이다.

2014년 미국 뇌졸중 진료지침은 CHANCE 연구결과를 반영해 경미한 허혈뇌졸중 또는 일과성뇌허혈발작(TIA) 환자에서 24시간 이내 시작해 3개월 정도 아스피린과 클로피도그렐의 병합요법을 고려할 수 있다(권고수준 IIb, 근거수준 B)고 제시하고 있다. 두개강내 심한 협착(70~90%)이 있고, 이로 인한 허혈뇌졸중이 있었던 환자에서도 3개월 정도 두 약제의 병합요법을 고려할 수 있다(권고수준 IIb, 근거수준 B).
 
- 가이드라인은 아스피린과 클로피도그렐을 대표적인 단독요법으로 권고하는데 등급에 차이가 있는지?

- 국내 및 미국 가이드라인은 아스피린에 좀 더 높은 근거수준을 부여하지만, 이는 뇌졸중 2차예방 임상시험 결과가 아스피린이 더 많기 때문이고 권고수준은 동일하거나 거의 비슷하다. 항혈소판제의 선택에 있어 환자의 여러 요건을 고려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단 유럽 진료지침은 클로피도그렐의 죽상혈전사건(atherothrombotic event) 예방효과가 좀 더 좋기 때문에 이를 1차선택으로 사용하거나, 아스피린에 부작용이 있는 환자 또는 고위험군이나 아스피린 사용 중 심혈관사건이 있었던 환자에서 고려할 수 있도록 기술하고 있다.
 
- 뇌졸중 예방에 있어 'treatment failure' 환자들의 비중은 어느 정도인가?

- 정확한 데이터는 알 수 없다. 단 지난 50년간 뇌졸중 2차예방 임상시험 결과를 분석한 논문과 최근 임상시험 결과들을 보면, 뇌졸중 위험인자 조절을 잘하고 항혈소판제(대부분 아스피린)를 사용하고 있더라도 뇌졸중 재발률이 연간 약 2.5% 전후일 것으로 판단된다.
 
- 2011년 AHA·ASA 뇌졸중 2차예방 가이드라인은 "아스피린 복용 중 허혈성 뇌졸중을 경험한 환자에서 아스피린 용량의 증가가 추가적인 혜택을 제공한다는 근거는 없다. 대체 항혈소판제의 사용이 자주 고려되지만, 이 경우 단독 또는 병용요법의 혜택은 검증된 바 없다"고 언급했다. 현단계에서 아스피린 대체요법에 대한 근거는 어느 정도인가?

- 대만에서 진행된 등록연구가 있다. 아스피린 사용 중 허혈뇌졸중이 발생해 입원한 환자들 가운데 퇴원시 아스피린을 지속 복용한 경우에 비해 클로피도그렐로 전환시 뇌졸중과 기타 심혈관사건의 발생이 낮았다. 이는 매우 중요한 결과지만, 후향적 관찰연구이므로 임상시험을 통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장기간 병합과 단독치료의 뇌졸중 예방효과 및 두개강내출혈 부작용을 비교한 메타분석에 의하면, 병합치료에 비해 아스피린 단독은 두개강내출혈의 부작용은 차이가 없으나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뇌졸중 재발방지 효과가 떨어지는 경향을 보였다(아스피린 단독 대비 병합치료의 뇌졸중 재발 위험도 RR 0.89, 95% CI 0.78 to 1.01).

클로피도그렐의 경우, 뇌졸중 재발방지 효과에는 차이가 없었으나 두개강내출혈 부작용은 유의하게 낮았다(클로피도그렐 단독 대비 병합치료의 두개강내출혈 위험도 RR 1.46, 95% CI 1.17 to 1.82). 따라서 고위험군 환자에서 장기간 항혈소판제를 사용하는 경우 단독요법으로 아스피린보다는 클로피도그렐이 더 좋은 선택일 수 있다.

아스피린은 사이클로옥시게나제(cyclooxygenase)를 억제하지만 클로피도그렐은 혈소판 활성에 가장 중요한 단계인 P2Y12 수용체를 선택적으로 차단하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환자의 여러 상황을 고려해 선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최근 발표된 CHANCE와 WOEST 연구결과는 어떻게 평가하나?

- CHANCE는 경미한 허혈뇌졸중 또는 TIA 발생 24시간 이내 아스피린과 클로피도그렐 병합요법을 3주간 시행한 후 클로피도그렐 단독으로 유지하는 경우 아스피린 단독에 비해 뇌출혈의 부작용이 증가되지 않으면서 뇌졸중 재발예방 효과가 우월했다(8.2% versus 11.7%; HR 0.68, 95% CI 0.57 to 0.81; P<0.001).

따라서 이러한 환자들에서 병합요법 사용에 대한 타당한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북미에서 비슷한 환자를 대상으로 두 약제 병용의 효과와 안전성에 대해 POINT 임상시험이 진행 중인데, 같은 결과가 나온다면 향후 치료방침에 분명한 변화가 올 것이다.

WOEST 연구는 PCI를 시행받고 항응고제 사용이 필요한 환자에서 항혈소판제를 클로피도그렐과 아스피린 병합요법으로 사용하는 것에 비해 클로피도그렐 단독으로만 해도 심혈관사건은 증가하지 않고 오히려 출혈 부작용은 준다는 결과로, 뇌졸중 환자에서 클로피도그렐 단독이 병합요법에 비해 뇌졸중 예방효과는 비슷하고 두개강내출혈 부작용은 낮다는 메타분석 결과와 일맥상통한다. 

송영빈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이중항혈소판요법 후 클로피도그렐 단독선택이 최선"
국내 등록연구서 아스피린 대비 심혈관사건↓···기전·임상근거·비용효과 경쟁력 갖춰

▲ 송영빈 교수
- 관상동맥질환(CAD) 환자에서 항혈소판요법의 중요도는 어느 정도인가?

- CAD 환자들은 혈전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다. 경화반(plaque) 파열로 혈전이 생겨 관상동맥이 막히면 심근경색증에 이르고, 심하면 사망까지 야기한다. 때문에 혈전을 치료하거나 사전에 막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것이 항혈전치료다.

응고인자나 트롬빈을 저해하는 항응고제 요법은 상대적으로 혈류가 느린 정맥에서, 혈소판 응집(활성화)를 억제하는 항혈소판제는 빠른 혈류의 동맥에서 혈전을 막는 것이 주요한 기전이다. 때문에 CAD 환자에서 심혈관사건 예방을 위한 항혈전치료 전략으로는 항혈소판제 요법이 우선된다.

- 현재 급성관상동맥증후군(ACS)이나 경피적관상동맥중재술(PCI)을 받는 CAD 환자들에게 가이드라인이 권고하는 항혈소판제 표준요법은 무엇인가?

- ACS 환자의 경우 12개월간 클로피도그렐과 아스피린을 병용하는 이중항혈소판요법(DAPT)이 권고된다. 두 약제 병용의 심혈관사건 예방효과에 대한 임상근거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약물용출스텐트(DES) 시술을 받은 CAD 환자들에게도 심혈관사건 예방을 위해 1년 정도까지 DAPT의 사용이 권고되고 있다. 다만 DAPT 기간을 얼마까지 가져가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학계의 논쟁이 진행 중이다.

- DES 삽입 환자에서 DPAT 후 단독 전환시 클로피도그렐과 아스피린의 효과를 비교했는데, 연구의 배경은?

- 결국 DAPT는 무기한 적용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의사의 판단에 따라 언젠가는 단독요법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 경우 현재까지는 아스피린의 선택이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클로피도그렐을 지속하고 아스피린을 중단하는 임상사례도 존재한다.

또 속쓰림, 위궤양, 위출혈 등 부작용에 의한 순응도 문제로 중간에 클로피도그렐로 대체되는 경우도 있다. 이에 근거해 항혈소판제 단독요법 전환시 클로피도그렐을 선택하는 것은 어떨까라는 질문을 던진 것이고, 그 해답을 찾기 위해 DAPT 12개월 적용 후 클로피도그렐 vs 아스피린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비교했다. 연구결과는 올해 미국심장학회(ACC)에서 발표됐다.

- 클로피도그렐이 관행을 뒤집을 수 있을 정도의 임상적 근거와 비용효과를 갖추고 있나?

- 클로피도그렐은 처음 등장한 후 아스피린과의 1 대 1 비교에서 우위를 점했다. Lancet 1996;348:1329-1339에 발표된 CAPRIE 연구다. 뇌졸중·심근경색증·말초혈관질환 환자 1만9185명을 대상으로 클로피도그렐과 아스피린을 비교한 결과, 허혈성 뇌졸중·심근경색증·혈관 원인 사망의 복합빈도가 연간 5.32% 대 5.83%로 클로피도그렐의 상대위험도가 8.7% 유의하게 낮았다(P=0.043).

이러한 결과에도 불구하고 단독제제로 클로피도그렐이 대체되지 못했던 데에는 가격, 즉 비용효과가 고려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클로피도그렐의 특허가 만료되면서 아스피린에 필적하는 비용 경쟁력이 갖춰졌다. 소규모지만, 유럽에서 발표된 일부 연구에서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클로피도그렐의 사용이 보다 비용효과적이라는 보고도 있었다.

- ACC에서 발표된 연구의 결과는 어땠나?

- 우선 이번 연구는 DES 삽입 후 12개월의 DAPT 사용 중에서 심혈관사건이 없었던 환자들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렇게 위험도가 높지 않은 안정적인 환자들에서 두 약제의 단독요법이 과연 임상결과의 차이를 낼 수 있을지를 본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59개월의 관찰기간 동안 클로피도그렐 단독그룹의 심혈관 원인 사망·심근경색증·뇌혈관사건 복합빈도가 아스피린군에 비해 유의하게 감소했다(P=0.006).

각각의 개별인자에서도 유의한 상대위험도 감소가 관찰됐다. 특히 이번 연구에는 ACS 환자도 포함됐는데, 다혈관병변 환자와 같은 고위험군에서 클로피도그렐의 효과가 더 좋게 나왔다. 무작위·대조군 임상연구(RCT)가 아닌 등록·관찰연구였지만, DAPT 후 단독요법 선택 시에 주요한 근거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 클로피도그렐이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 앞서 언급했듯이 심근경색증이나 스텐트혈전증이 생기는 기전은 혈소판 응집(활성화)에 의한 혈전의 생성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경로 중 하나가 P2Y12 수용체다. 아스피린은 사이클로옥시게나아제(cyclooxygenase)를 차단하는 반면, 클로피도그렐은 P2Y12 수용체를 억제하는 기전이다. 기전상으로는 항혈소판 효과에 있어 클로피도그렐이 우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항혈소판제의 출혈경향이 모두 존재하지만, 클로피도그렐이 안전성 측면에서도 보다 자유롭다.

- 최근 발표된 WOEST 연구결과는 어떻게 평가하나?

- 임상에서 직면할 수 있는 실질적인 문제에 처음으로 답을 구했다고 볼 수 있다. 심방세동에 의한 뇌졸중 위험으로 와파린을 복용해야 하는 상황에서 PCI 대상이라면 DAPT까지 총 3제 항혈전치료가 적용돼야 한다.

이 경우 출혈위험이 8배 이상 증가하는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와파린과 클로피도그렐의 2제요법만으로 출혈위험을 줄이고 심혈관사건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상의 연구들을 종합해 봤을 때 CAD 환자에서 항혈소판제 단독요법으로 클로피도그렐의 선택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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