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2. 서울 서대문구 채내과 채종구 원장

▲ "가슴으로 치료하면 환자가 안 올리 없다"며 진실한 소통을 강조하는 채종구 원장을 만났다.

"수입에 얽매이기 보다는 마음으로 환자에게 다가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슴으로 치료하면 환자가 안 올리 없죠."

환자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진심으로 다가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채내과' 채종구 원장의 진료철학이다.

1989년 서울 홍제동에 자리를 잡아 2000년도에 인근으로 이전하고 2014년 현재에 이르기까지 진정성을 갖고 소통해 만난 인연들이 채 원장이 찾은 삶의 보물이다.

환자가 내원했을 때 내재된 병이 무엇인지 살펴보는 것은 물론, 아픔의 원인이 무엇인지, 정신적인 어려움은 없는지 파악하고 공감할 수 있어야 병도 빨리 낫는다는 것.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환자를 대하는 것도 중요하다. 과잉진료를 하지 않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고, 아는 부분은 정확히 포인트를 잡아 확실하게 진료하는 것이 환자와 신뢰를 쌓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나보다 더 유명한 의사들도 많은데 내가 모르는 건 그분들께 가야하지 않겠어요. 그래도 최소한 여기 오신 분들만큼은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겁주지 않고 거짓말을 하지 않기에 다른 병원에 갔다가도 여기가 편하다고 다시 오시는 분도 많아요."

공부는 기본, 소통 최우선

물론 끊임없는 공부를 통해 계속 배우는 것도 의사로서 놓쳐서는 안 될 일이다. 세미나도 다니고, 아는 내용을 반복해 들으며 확실히 익힌다.

 

새로운 내용이 나오면 받아들이고 접목하는 것은 의사들이 첫째로 해야 할 일이라고 꼽는다. 다만 최신 지견이 있다면 놓치지 말되, 객관적으로 상호 검증이 될 때까지 신중해야 한다.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는 기본을 지키며 환자와 마음의 아픔까지 공유하며 소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오랜 시간 동안 이런 원칙을 고수하다 보니 재진율도 높아지고 환자들과 더욱 깊이 있는 소통도 할 수 있게 됐다.

그렇기에 떠나는 사람들에 대한 아쉬움도 크다. 채 원장의 병원을 찾던 환자들도 이사를 갈 때면 병원에 들러 "원장님 건강하세요. 기회가 되면 꼭 찾아올게요"라고 아쉬움의 인사를 전한다고 한다.

동네에서 오래 있다 보니 젊을 때 만났던 환자들이 나이가 들며 노쇠하고 죽는 경우도 있는데, 이럴 때는 가슴이 너무 아프다고 밝혔다.

또 멀리 이사간 후에도 당뇨 합병증으로 한 달에 한 번 내원하는 환자가 있는데, 20년 전 아들이 젊은 나이에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고 최근에는 다른 자식마저 중풍에 걸려 누워있다고 울먹여 함께 아파했었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는 환자들에게 항상 몸도 마음도 아프지 말고 오래오래 사는 날까지 살았으면 좋겠다는 덕담을 하곤 한다고 전했다.

경제적 이익만 추구하는 의사 안타까워

이런 마음 탓일까. 경제적 이윤만 추구하게 된 최근의 환경을 안타까워하며 수입에 대한 욕심만 부리면 절대 의사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수익을 위해 불필요한 검사를 한다거나 수익이 생기는 진료만 추구하는 것보다는 진정으로 환자에 다가설 수 있는 의사상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

 

그는 "경제적 이익만 추구하고 너무 머리 좋은 사람들만 의대를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의학자 역할을 하는 사람은 적더라도, 인간적으로 다가설 수 있는 의사들이 많았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처럼 돈에 대한 부분을 걱정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가 개원 후 경제적 어려움 없이 지낸 것은 아니다. 개원하고 나서 2년이 지나니 말 그대로 임대료가 두 배나 올랐는데 이때는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임대료도 안 올라가고 편하게만 지냈다면 지금의 자신은 없었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힘들 때 목표를 다시 잡고 언젠가는 임대료 안 내면서 살아야겠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살자 비로소 극복할 수 있었다는 것.

이 때문에 입버릇처럼 힘들다고 말하는 후배 의사들에게는 쓴소리를 자주 한다.

"수가를 많이 주면 좋지만 그만큼 적게 쓰면 됩니다. 병원 수입이 적다고 하는데, 작은 곳부터 시작해 10년, 20년 후의 먼 미래를 보면서 살면 안 될 일이 없지요."

그는 특히 "철학을 갖고 오래 참고 기다리면, 어느 순간 자기 자신도 모르게 바라던 자리에 와 있을 것"이라며 "노력을 안하고 받기만 하는 시절은 지났다"고 강조했다.

은퇴 후 꿈은 '베풀 수 있는 삶'

그런 그가 바라는 자신의 미래는 소박하고, 남들에게 받은 만큼 베풀 수 있는 삶이다.

채 원장은 "언제 은퇴할지는 모르지만 조그만 앰뷸런스 하나를 타고 시골이나 농촌을 다니며 논매고 밭매는 분들과 이야기하면서, 하다못해 싼 링겔이라도 놓아 드리는 것이 소원이고 꿈"이란다.

그동안 받은 것도 많고, 배반하거나 떠나간 것도 있지만 그것마저 감수할 인격이 형성될 때까지는 젊은 기분으로 살고, 그 이후에는 나누며 살고 싶다고 한다.

이를 위해서는 아직도 수행이 더 필요하다며 살짝 미소지었다. 말 한마디도 완벽해야 하고 실수하지 않아야 된다는 것을 철칙으로 고수하기도 했지만 요즘엔 그것 자체에 얽매여 스스로와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자신을 발견했다고.

그는 20대 초반부터 치던 골프를 그만뒀다. 골프를 쳐야만 스트레스가 풀리는 줄 알면서 자신을 속여왔는데 어느 순간부터 경쟁에서 지면 화를 내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골프를 치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

▲ 채종구 원장이 마음 속에 간직하는 문구. 성경 고린도후서의 4장 9절에 나오는 말이다.

최근 그의 취미는 혼자서 또는 부인과 함께 가볍게 걸으며 운동하는 것이다. 집 근처 북한산 부근을 걸으며 맑은 공기도 마시고 노래도 부르고 생각도 하며 긴장을 풀고 천천히 자신을 내려놓는 것이 가장 즐겁다고.

"여유 있게 아픈 가슴들도 쓸어 내리려고 합니다. 그것이 요즘 사는 낙이죠. 후배들에겐 답답한 일을 당해도 낙심하지 말고, 열심히 가라는 말을 하고 싶어요."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