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후 재난 대비 심리백서 발간 및 '응급심리지원센터' 마련 예정

"심리 지원계의 '다이빙벨'이 너무 많았다."

70여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논란이 계속되는 세월호 사건. 전문가들은 초기 심리지원 실패를 지적하고, 정부는 앞으로 전문가 단체와의 연계를 통해 보다 체계적인 장기 심리지원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30일 세월호사건의 장기적 심리지원 전략을 위한 국회 심포지엄에서 해외재난 심리지원 사례를 되짚어보고, 그간의 세월호 사고 심리지원 현황, 앞으로의 방향을 공유하는 자리를 가졌다.

▲ 노르웨이 재난심리센터의 Atle Dyregrov 박사

이날 주제발표를 맡은 노르웨이 재난심리센터의 Atle Dyregrov 박사는 노르웨이 총기사건 당시 심리지원 사례를 통해 장기적인 심리치료 및 지원 방향을 제시했다.

Dyregrov 박사는 "전문가는 외부 사람이므로, 유가족, 생존자 지역사회 집단과의 협업이 중요하다"며 "예방차원에서 사전에 도움을 지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심리 지원 전에 고위험군을 먼저 확인해야 하며, 자녀가 사망한 부모의 경우가 고위험군이 될 확률이 크다고 조언했다. 이들에게 단기적으로는 면담이나 온라인 상담, 조의표현 등을 시행하고 장기적으로는 네트워크 형성을 위한 워크숍을 지속적으로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Dyregrov 박사는 "워크숍을 지속적으로 가져야 한다. 슬픔과 애도를 어떻게 함께 해결할지를 논의하고, 자조기법을 연습하는 시간도 가져야 한다"며 "후반으로 갈수록 참여도, 만족도 모두 늘게 된다"고 설명했다.

안산 단원고의 심리지원을 맡은 정운선 학생정신건강지원센터장(경북의대 교수)은 그간 단원고 학생은 물론 교사, 교직원 등 학교 내 전체를 대상으로 수업지원, 상담, 가정방문 등을 시행해왔다.

앞으로는 TRT교육과 국제심포지엄을 시행할 예정이며, 형제자매 및 단원고 이외의 학생들을 위한 자문활동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정 센터장은 "장기적으로는 단원고에서 활동할 스쿨닥터를 채용해 지속적으로 학생들을 지원해야 한다"면서 "장기화될수록 루머, 편가르기가 심각해지는데, 커뮤니티를 형성해 이러한 문제를 사전에 불식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안산정신건강트라우마센터 정경운 센터장(국립서울병원 전문의) 역시 "장기적으로는 의사소통과 정보전달이 중요하다"며 "치료비 지원은 물론 문화예술프로그램, 방과후활동 및 운동 등을 통해 비슷한 경험을 한 학생들이 감정을 공유하고 치유하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경북의대 정운선 교수

그간 다양한 심리치료프로그램은 시행됐으나 지역사회, 전문가집단, 정부 모두 "심리지원에 있어 탐탁지 않은 부분이 많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앞으로는 보다 체계적인 재앙 대응 심리치료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체계화를 약속했다.

지역사회 대표로 심리지원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안산지역사회복지협의체 최성우 위원장은 "외부 전문가들이 대다수다보니 지역자원을 잘 활용하지 못했고, 전문가 집단과 지역사회 집단의 협력도 잘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모두 알다시피 국가적 재난 시 정신지원에 대해 정부의 준비도 덜 돼 있었고, 성과지상주의, 지역주민 정서파악 미흡 등으로 초기에 심리치료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비판했다.

따라서 앞으로는 "개인을 넘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 공동 심리치유가 필요하다"며 "트라우마센터의 지속성 확보, 지역네트워크 형성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인제대백병원 이동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대한신경정신의학회)도 이러한 문제에 동의하면서, "앞으로 학회차원에서 그간 안산에서 벌어진 일들을 리뷰하는 보고서를 발간하겠다"며 "여기에는 재난심리 지원 방향, 컨트롤타워 설정, 지역사회 자원극대화방법 등을 자세하게 담을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또 해당 보고서는 앞으로의 문제 발생시 조언점이 될 것이라고 확신하면서, 이 교수는 "정신건강 관련 단체들과의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재난 심리교육에 대한 전문가 및 시스템을 양성하는 데 힘쓸 것"이라고 했다.
 

 

가천의대 조인희 교수(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도 "7월부터 단원고에 스쿨닥터를 배치해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트라우마 치유에 나설 것"이라며 "고위험군 분석과 지원에 대한 자문도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위기개입활동에 대한 자료를 정리하고, 결과 분석에 도움이 되는 백서 발간과 정책 제안 등도 시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더불어 조 교수는 정부에 소아, 청소년 트라우마 재난대응 전문인력 양성, 응급위기 매뉴얼 제작, 한국의 위기개입 프로그램 제작, 정신치유 매뉴얼 구성 등 정부에서 다양한 정책적 활동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복지부 "심리 지원계의 다이빙벨이 너무 많았다"

복지부는 그간의 심리지원의 미흡을 인정하면서, 장기적으로 보다 강화된 지원을 시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중규 과장은 "그간 혼란의 상황이었다. 일단 여러 부처에서 조율이 이뤄지지 않았고, 자원봉사도 적재적소에 배치하지 못했다"며, "시스템마다의 판단을 해주는 권위자 부재로 혼선을 빚기도 했다"고 그간의 문제를 인정했다.

실제 희생자 및 실종자 가족을 접하면서 이러한 문제들이 극에 달했고, 오히려 희생자의 상처를 더 악화시키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특히 이러한 문제는 심리지원에서 가장 많이 발생했고, 심리지원계의 '전문가'는 없고, '다이빙벨'만 많았다고 꼬집었다.

향후 이 과장은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차원에서 다양한 지원 방안을 마련 중이며, 응급외상 뿐 아니라 응급심리지원을 위한 기관 마련도 고심 중"이라고 했다.

또한 "안산정신건강트라우마센터의 장기 운영을 위해 30여명의 상시근무자를 모집할 계획이며, 안산정신건강센터, 국립서울병원, 소아청소년정신 관련 학회 등과 협업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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