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에서는 "이미 지난 2012년부터 논의된 것, 동참하라"

"건강보험공단이 건강보험법을 지키지 않는 것은 문제다. 기관의 설립 목적을 저버리는 것이다."

부정수급 방지 대책 일환인 '요양기관의 무자격자 의무 확인' 시행을 하루 앞두고, 결국 대한의사협회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항의 방문했다. 느닷없는 방문에 공단에서는 다소 언짢은 분위기가 연출됐다.

의협 서인석 보험이사, 강청희 부회장이 건보공단을 찾아 공단 이상인 급여상임이사, 정승열 급여관리실장에 무자격자 확인 의무 제도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30일 대한의사협회는 건보공단을 방문, 이상인 급여상임이사, 정승열 급여관리실장 등에 무자격자 확인 제도에 대해 항의했다.

항의 방문 후 브리핑을 통해 의협 강청희 상근부회장은 "공단과 만난 자리에서 건보법 위반 사항이란 점을 충분히 알리고, 회원 피해를 최소화할 것을 요청했다"며 "만약 내일 강제 시행에 따라 회원피해 발생시 법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전달했다"고 말했다.

의협 강청희 부회장.

이어 강 부회장은 "회원피해에 초점을 맞춰 앞으로 공단 행보를 지켜볼 예정이며, 이에 대해 보험자와 공급자의 위원회를 만들어 재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우선 의협은 "건보공단의 무자격자 의무 확인은 모든 환자에 대해 수진자 조회를 시행해야 한다. 이는 전국민을 범죄자 취급하는 것이며, 즉 준정부기관에서 공공연히 국민인권을 침해하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요양기관에 이러한 확인 의무를 지우는 것은, 그간 자격확인업무에 적극 협조한 의료기관의 호의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협은 "그간 1년에 수차례 다운되는 건보공단 서버를 이용해서 공단의 업무를 대신해줬다"며 "행정인력과 시간적 손해를 모두 감수하고 건보 자격확인에 적극 협조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극소수 부정수급자를 잡기 위해 의료기관에 엄청난 행정력 소모와 환자 신뢰 저하를 유발하는 정책을 하려는 것"이라며 "이는 의료기관에 대한 배반행위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시범사업 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성토했다. 의협 서인석 보험이사는 "이번에 졸속으로 6월 한달간 시범사업 했다고 하나 실제로 의료기관은 15일 이후에 전달받았다"며 "동의나 절차 없이 성과만을 위한 정책"이라고 규정했다.

만약 이러한 배반적 제도를 강행하려고 한다면, "공단 인력을 대폭 구조조정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협은 "이번 정책은 건보공단의 가장 주된 임무이자 역할을 고스란히 의료기관에 전가하는 것"이라며 "자신들의 임무를 저버리는 행태를 저지르는 것은 스스로 구조조정이 필요함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했다.


게다가 이번 책무 전가는 보험자의 무능력을 스스로 실토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의협 서인석 보험이사

서 보험이사는 "이번 사태는 건강보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일"이라면서, "우선적으로 고소득자만 시행하는 것도 '당연지정제'를 어기는 부분"이라고 꼬집었다.

이번 제도는 무자격자 전부가 아닌 고소득자만 우선 시행 예정인데, 이에 대해 "국민 모두가 적용받을 수 있다는 당연지정제를 깬 것이다. 일부만 대상으로 하는 민간보험과 다를 게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따라서 "건보법상 심평원에서 심사한 진료분을 공단이 의료기관에 지불하는 구조"라며 "건보공단이 건보법을 지키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또 "병협 등 공급자 단체가 합심해 이를 저지할 생각"이라며 "내일 당장 막기는 어려울 것이며, 현실적인 대안은 논의를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공단 "이미 2012년부터 얘기한 것...왜 이런식으로 문제제기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비판

하지만 공단도 의협의 입장을 고분고분 듣지는 않았다. 때문에 급여관리실에서 다소 언짢은 분위기가 연출됐다는 후문이다. 

정승열 급여관리실장은 "느닷없이 하는 것도 아니고 2012년부터 이에 대해 건정심 등에서 논의됐고, 작년 7월에 국회에도 법안이 발의됐다"며 "논의는 충분히 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이미 초진에 대해서는 자격확인을 하고 있기 때문에 재진에도 이러한 제도를 확대하는 것"이라며 "보험재정누수 방지 측면에서 요양기관도 동참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설득했다.

또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부분에 대해 정 실장은 "한사람 한사람 쫓아다니면서 홍보할 수는 없다"며 "공단에서 할 수 있는 만큼은 했다고 본다"고 단언했다

공단 이상인 급여상임이사는 "일방적인 부정수급 방지대책이라고 하는데 그동안 간담회도 했고 충분히 논의가 됐다"며 "마치 공단에서 일방적으로 하는 것처럼 호도해선 안 된다. (오늘처럼)일방적으로 언론플레이를 하는 것은 옳지 못한 일"이라고 이번 항의방문에 대해 언짢음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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