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와이즈요양병원 김치원 원장

요양병원이 1300여개까지 늘어났어도 여전히 개원에 관심이 많아 보인다. 노인 병상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나고 있으며, 당장 의사 스스로 유명해지지 않아도 병원을 오픈해 환자를 채우면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과연 요양병원 개원 후 초기에 자리를 잘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 서울와이즈요양병원 김치원 원장

서울와이즈요양병원 김치원 원장(내과)은 맥킨지컨설팅, 삼성서울병원 기획실 근무 등의 이력을 바탕으로 2년 전 요양병원을 개원했다. 그는 최근 의사국시학원 메디프리뷰에서 젊은 의사들, 개원을 준비하는 의사들을 대상으로 면밀히 준비한 개원과 운영 노하우를 공개했다. 


-요양병원이 수익을 낼 수 있는 기회는 무엇인가?

요양병원은 의사 본인이 더 바빠야 돌아가는 ‘자영업’이 아니라 시스템을 갖춰야 하는 ‘사업’에 가깝다. 의사 개인을 보고 환자가 병원을 찾는 것이 아니라 병원을 보고 찾기 때문이다. 그만큼 초기 비용 투자는 들지만, 젊은 의사들이 선택하기 수월하다.

요양병원은 일당정액제의 특징을 가지고 있고 이에 따라 본인부담금이 책정된다. 중증도에 따라 일당 입원비가 정해지는데, 의료최고도, 의료고도, 의료중도, 문제행동군, 인지장애군, 의료경도, 신체기능저하군 등으로 나눠진다. 한달을 통틀어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10일 정도 평가기간을 두고 평가한다.

본인부담금 외에도 별도의 간병비를 공동으로 책정하고 간병비를 받을 수 있는 부분이 있다. 본인부담금과 간병비를 합치면 한달 단위로 환자에게 받을 수 있는 금액이 된다.

-별도의 가산을 받을 수 있는 항목이 있나?

예외로 행위별 수가제를 적용해주는 항목이 있다. 폐렴이 보통 2주 정도, 패혈증 2주 정도이다. 2주 뒤에 치료가 끝나지 않았다면 일당정액제가 아닌 행위료를 챙겨받을 수 있고, 병원 입장에서 도움이 된다. 

또한 한방, 재활에 행위별 수가를 인정해준다. 재활의학과 의사 연봉이 높은 것도 전국 각지의 요양병원 증가가 하나의 원인으로 꼽힌다. 만약 제도가 바뀌어 행위별 수가를 인정해주지 않는다면, 반대로 재활의학과의 몸값을 인정해주지 않을 것이다.

의사 1명당 환자 35명 이하는 수가를 더 주고 초과는 감산된다. 180병상인 서울와이즈요양병원은 의사 5명을 두고 있다. 요양 8대과인 내과, 외과, 신경과, 정신과, 재활의학과, 가정의학과, 신경외과, 정형외과 등도 가산을 주게 돼있다.

-요양병원의 입지 선정은 어떻게 해야 하나?

요양병원은 주변 경쟁 상황, 소득 수준 등에 따라 적합한 입지가 다르다. 보통 자녀 거주지나 직장 근처로 잡게 된다. 보바스 병원 정도 아니면 굳이 멀리 부모님을 모시지는 않는다. 그리고 치료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면 가격에 매우 예민하다고 볼 수 있다.

처음 병원이 문을 열었을 때 주위 병원보다 본인부담금을 10만원 더 올려서 받았다. 시설이 더 낫기 때문에 대거 옮겨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막상 옮겨온 환자는 거의 없었다. 오히려 가격을 깎아줘야 옮기는 경우가 많았다.

환자 스스로 병원을 집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혹시 더 좋은 병원이 있더라도 이동을 꺼리는 것이 주된 이유다. 근처 요양병원이 많을 경우에는 더욱 이동을 기대하기 쉽지 않다.

요양병원 평균 수, 아파트 평균 가격, 면적당 임대가격 등을 산출해 보면 도움이 된다. 주위 병원들의 본인부담금이 중요하다. 본인부담금이 100만원 이하로 책정돼있다면 그만큼 병원 자체에 문제가 있거나 경쟁이 심한 곳이다.  인천, 일산 등은 본인부담금이 다른 지역보다 낮은 80만원대로 책정돼 된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고 볼 수 있다. 지역환경은 직접 발품을 팔면서 알아봐야 한다.

-규모는 어느 정도 돼야 하나?

예전에는 100병상 이상이면 수익이 난다고 했으나 최근에는 150병상 이상은 돼야 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간호사 인력 운용도 그렇고, 규모의 경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층당 적어도 150평 이상, 환자가 40~50명 정도 들어가야 간호사 구성이 안정적으로 이뤄지면서 인건비를 절감하게 된다. 200병상 이상으로 가져가면  당직의사와 간호사를 추가해야 하나 큰 차이는 나지 않는다. 대신 초기 개원 비용이 많이 드는 한계가 있다.  

-간병비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수익을 내는 방법은?

요양병원의 독특한 특징은 간병비다. 본인부담금 외에 간병비를 통해 돈을 더 받을 수 있다. 다인실에서는 1병실당 1명의 간병인을 두면서 운영의 묘를 찾게 된다. 

급성기 병상처럼 1, 2인실이 VIP병실이라고 볼 수 없다. 간병비가 많이 들면서 보호자는 부담스럽고, 병원 입장에서도 간병비를 제외하면 수익이 줄기 마련이다.

간병비를 효율적으로 받기 위해서는 6인실을 넉넉하게 만들어 병상이 차면 7병상으로 만드는 방법이 있다. 10인실을 만들어 2명의 간병인을 배치해볼 수도 있다. 8명의 병실은 간병인이 전담하기에는 다소 힘들 수도 있다.

개인 간병을 두는 환자도 있는데 병원으로서는 오히려 손해다. 해당 환자는 공동 간병비에서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가급적 개인이 간병인을 데려오지 않고 병원이 계약한 업체를 쓰도록 하는 것이 좋다. 개인간병을 쓰는 환자는 한 병실에 모으는 것도 방법이다.

-초기에 어떻게 환자를 채워야 하나?

병원에서는 데이터에 기반한 분석을 활용하고 있다. 예를 들면 처음 전화 문의 오는 비율이 100이라면 방문 상담에는 63, 입원 28 등의 비율로 이뤄진다. 여기에 전원 후 재입원율을 함께 구해볼 수 있다.
 

▲ 새로 생긴 병원이라 시설에 자신하지만, 환자가 쉽게 이동하지는 않는다. 병원을 방문하고 눈으로 확인하도록 데이터 분석에 신경쓰고 있다.

우선 지역사회에서 대대적으로 홍보를 한다. 요양병원은 주로 지역마케팅이기 때문에 인터넷광고는 그리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키워드 광고 정도만 하고 있다.

전화 상담에서 방문상담으로 이뤄지는 비율이 적다면 가격을 이야기하지 않는 등의 방법을 취할 수 있다. 일단 병원을 방문하고 눈으로 확인한 다음에 입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요양병원 운영의 위기가 있다면 무엇인가?

일단 환자를 채우는 것이 중요하다. 요양병원은 일반 개인의원에 비해 초기 투자비가 많이 들지만, 고정비도 매우 큰 비즈니스이다.  그만큼 초기에는 본인부담금을 탄력적으로 운용하되, 다른 환자들이 가격이 다른 것을 알아도 상관없을 정도의 적당한 명분을 만들어야 한다. 환자를 채운 다음에 본인 부담금을 높인 환자들로 교체해 나가도 늦지 않는다.

강화된 시설 기준도 부담이다. 신규 개원 시 침대용 엘리베이터 설치가 의무화됐으며, 층간 경사로도 규격에 따라 설치해야 한다. 복도에 턱을 없애거나 턱이 있으면 경사로가 있어야 하며, 안전바, 비상연락장치 등도 필요하다. 기준이 모두 의무화되는 2015년에는 모텔같은 요양병원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향후 간병 급여화가 된다면 간병비를 수익으로 받을 수 없게 된다. 당장은 시행되지 않겠지만 고려할 부분이다. 소방 기준이나 인증 규제가 강화되면서 운영비용이 증가할 위험도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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