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응답하라 의료윤리
내가 생각하는 의사직업윤리

이명진
명이비인후과원장
전 의료윤리연구회장
에티켓은 인간관계를 부드럽게 해주는 사회적 불문율로서 형식적인 것이라면, 매너는 에티켓을 일상생활에 적용하는 방식을 말한다. 에티켓이 정해진 틀이나 형식이라면, 매너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인사를 하는 것은 에티켓이지만 인사를 할 때 공손하게 하느냐 불손하게 하느냐는 매너의 문제이다. 방에 들어가기 전에 노크를 하는 것은 에티켓이지만 어떻게 노크를 하느냐는 매너에 속한다. 노크를 하더라도(에티켓을 지키더라도) 불쾌감을 주는 노크행위(나쁜 매너)는 매너가 나쁜 것이다. 에티켓을 지키지 않을 때는 에티켓이 없다고 표현하고  매너를 지킬 때는 매너가 좋다고 표현한다.

진료현장에서도 환자를 진료할 때 지켜야 할 에티켓과 매너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청진을 하기 전에 "청진을 하겠습니다"라고 먼저 말하고 진료실 문을 닫아서 밀폐된 공간을 확보해 주는 행위는 환자에 대한 기본적인 에티켓이다. 하지만 청진을 하면서 과도하게 옷을 올린다든지 거친 행동으로 청진을 한다면 매너가 나쁜 것이다.

어떤 처치나 시술을 하기 전에 환자에게 미리 설명하는 것을 ‘informed consent’라고 한다. 이러한 정보를 미리 알려주는 것은 임상윤리에서도 매우 강조하고 있는 부분이다. 환자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기초가 되기 때문이다. 이때 환자의 상태와 감정의 상태를 고려해 설명하는 것은 의사나 간호사가 지켜야 할 에티켓이다. 또한 언어사용에서도 우리나라와 같이 존댓말이 있는 나라에서는 환자와 병에 대해 진료할 때 반말을 하는 행위는 에티켓도 없고 매너도 나쁜 행위이다.

의사들이 갖춰야 할 에티켓과 좋은 매너는 환자들에게 안정감과 신뢰를 준다.

환자를 배려한다는 감동을 주기 때문이다. 실제로 환자들은 의사들이 아무리 상세한 정보를 준다고 해도 다 이해하고 알아듣기가 힘든 경우가 많다. 이때 환자들은 자신을 대하는 의사나 간호사의 에티켓과 세련된 매너를 더 원하고 있다. 자신을 생각하고 배려하고 있으며 자신의 상태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신뢰감을 주기 때문이다.

의사들이 지켜야 할 에티켓은 언제 어디서 배워야 할까? 이러한 에티켓과 매너는 의사가 되기 전에 배우고 나와야 한다. 그러려면 학생을 가르치는 의과대학 교수들부터  에티켓과 매너를 교육을 통해 배워야 한다. 의대생들은 환자를 대할 때 교수나 전공의의 모습을 모델로 삼아 그대로 배우고 따르기 때문이다. 지금 의사들 중 40대 이상은 이런 교육을 전혀 받아보지 못한 분들이다. 단지 의과대학 실습 도중에 환자를 대하는 교수들의 언행을 그대로 따라하는 정도였다.

일전 어느 교수가 CCTV로 자신의 진료모습을 촬영해 검토해 본 적이 있었다. 본인의 모습을 본 후 그 분은 자신이 고쳐야 할 부분이 너무 많았다고 고백했다. 물론 이런 것에 대해 잘 지키고 있는 교수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교육을 통해 본인의 진료역량은 더 향상되고 환자의 신뢰로 이어질 수 있다. 개원의나 봉직의사에게도 이런 교육 자료를 제작해서 공급하는 일에 의사협회가 나서야 할 것이다. 에티켓과 매너, 지금이라도 관심을 두고 배우고 익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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