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연병원 김덕진 이사장의 '모든 사람의 삶에 대한 존경' 경영철학

부채 60억에서 자산 200억으로 성장하기까지

▲ 희연병원 김덕진 이사장

“지난 1992년에 부곡온천병원이라는 250병상의 요양병원을 처음 개원했지만, 2년 만에 쫄딱 망했습니다. 이후 1996년 사회와 노인과 지역이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상징을 담은 ‘기쁜 인연’의 희연병원을 개원했지요. 당시에는 부채 60억이었는데 지금은 자산이 200억원에 달합니다.”

희연병원 김덕진 이사장은 요양병원계의 입지적인 인물로 꼽힌다. 한 번 망한 병원을 다시 살려놓은 것에 이어 다른 요양병원들의 벤치마킹 대상 병원이 됐기 때문이다.

평범하던 그가 달라진 것은 일본 일본 고쿠라리하빌리테이션(재활)병원 하마무라 원장과 결연을 맺으면서부터다.

하마무라 원장이 내세운 '인간 존엄성'이라는 가치에 감동한 그는 병원 운영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제대로 된 노인의료를 위해 각자의 위치에서 모든 것을 바치자고 했다.

이에 희연병원도 ‘모든 사람의 삶에 대한 존경‘을 기본 이념으로 갖고 인간존엄성 확립을 최우선으로 내세웠다. 덕분에 10년이라는 기간동안 병원이 급성장할 수 있었다.

김 이사장은 “입원환자 평균 연령이 76.4세다. 환자 개개인의 삶이 있기 때문에 삶에 대한 존경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 긍정과 열정의 정교한 서비스를 실행목표로 삼고, 나와 우리 가족이 받고 싶은 서비스 실현을 위해 직원들 모두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병원은 한층에 5289㎡(1600평)씩 3개층을 넓게 운영한다. 입원 생활에서 재활치료를 일상화하기 위해 병실과 재활치료실, 직원 스테이션이 모두 붙어있게 했다. 또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을 한 공간에 배치하면서 국내에서 처음으로 도입한 노인 의료복지 복합체로 꼽힌다.

창녕군 노인전문요양원도 수탁 운영하고 있다. 병원을 모두 합친 규모는 요양병원 433병상, 장기요양시설 29병상, 창녕 요양원 100병상 등이다. 직원수를 보면 의사 14명, 간호사 98명, 치료사 81명 등 총 390여명을 두고 있다.

그가 직원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무조건 ‘사람’ 중심이다. 김 이사장은 “어떤 직원을 채용하더라도 인사를 잘하고 단정하고 정리정돈을 잘하라고 말한다. 기본이 갖춰진 사람을 중심으로 병원도 성장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 병실과 재활치료실을 같은 공간에 두고 365일 재활치료가 가능하도록 했다.

대신 환자가 요구하는 것은 즉석에서 해결하도록 엄격하게 지시했다. 전공 분야에서 자신의 상품을 계속 개발해야 하고, 일등할 투혼이 없으면 병원에 머물지 말라는 쓴소리도 했다. 그만큼 직원들이 힘들어서 그만두는 시행착오의 과정도 겪었다. 이제는 그의 이념과 철학을 믿고 따르는 직원들 위주로 곁에 남아있다.


신체억제 폐지.탈기저귀.맛있는 식사 등 희연만의 경쟁력

희연병원에는 지역에서 유기적인 의뢰를 받기 위해 지역연계실이 별도로 있다. 또한 연구지원단 산하 신체억제, 욕창, 치매, 이동, 영양, 안전, 감염, 의료질 등의 9개 연구회가 있다. 이들은 최적의 치료를 위해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모여 회의를 하고 있다.

김 이사장은 “노인의료는 급성기처럼 약물 치료가 아니다. 생이 얼마 남지 않은 노인 환자라도 욕구가 다양하고 사회복지에 대한 필요성도 부각된다. 이를 위해 각각의 고유 직역 부서를 없애고 개별치료 팀으로 나눠 다학제 진료를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특히, 인간존엄성 확립을 실천하기 위해 신체억제 폐지를 내세우고 있다. 치매환자라도 절대 환자를 묶는 사례가 없다. 생명과 직결될 정도로 위험한 상황이어도 환자를 묶으려면 원장 결제까지 맡게한다.

탈기저귀 운동도 전개한다. 입원은 제2의 새로운 삶에 대한 재활 치료과정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재활치료를 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가정으로 복귀에 두고 있으며, 직접 편의점에서 물건을 구입하게 하는 등 일상 생활을 도와주기도 한다.

심지어 욕창이 발생하면 의료사고로 간주하고 간호사는 시말서를 쓰게 한다. 중증 환자를 위해 욕창전용병동을 별도로 마련, 각별히 관리하고 욕창이 생길 징조가 보이면 단백질을 집중 공급한다.

각별히 더 신경쓰는 것은 맛있다고 느끼게 하는 한 끼 식사다. 영양상담실을 별도로 갖추고 개별적인 식사 관리를 해주고 있다. 원하는 밥의 양을 맞추거나 환자 상태에 따라 반찬을 다지고 생선 가시를 제거한다. 선호음식을 최대한 배려하고 씹어서 꿀꺽 삼키는 식사로 만족도를 높인다. 상주하는 치위생사가 구강관리까지 서비스로 해준다.

퇴원환자에 대해서는 주택 개보수를 무료로 서비스한다. 재활을 받은 환자라도 계단의 높이가 조금만 높아도 올라갈 수 없고, 와상이 되기 쉬운 탓이다.

향후에는 모듈휠체어연구소를 활성화할 방침이다. 휠체어가 단순 이동수단이 아니라, 개별 부위 조정을 통해 재활기능 향상을 도모하기로 했다. 현재 시범연구 중에 있으며 효과가 입증되면 정식 운영하게 된다. 

김 이사장은 "일생에 가장 힘들고 외로운 시기에 도움이 필요해 우리 곁에 오신 어르신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요양병원의 본질"이라며 "나 스스로 그저 편한 의료를 제공하겠다면 아예 병원을 떠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휠체어를 이용한 재활치료 연구소, 퇴원환자 주택 개보수 서비스, 환자 개별 맞춤형 식사를 위한 영양상담실


노인의료 30년 앞선 일본에서 찾는 아이디어

희연병원 임직원들은 더 발전적인 서비스를 위해 주기적으로 일본을 찾는다. 우리나라는 겉보기에는 그럴싸하지만, 엉성한 것이 더 많다고 보는 탓이다. 노인의료 역사가 10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을 주된 원인으로 꼽았다.

가령 일본은 치매 환자가 병원에서 소리를 지르더라도 간호사가 가만히 손을 잡아주면서 진정 시켜준다. 손잡는 방법까지 별도로 있다. 그만큼 우리도 기초적인 훈련부터 해야 한다고 단언했다.

김 이사장은 “우리나라가 일본의 30년 뒤를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일본을 배우다 보면 몇 년 뒤 그대로 흐르게 된다. 감염, 의료사고, 개인정보보호 등의 문제도 일본이 겪어 왔던 것”이라며 “지금까지 우리나라도 그럭저럭해왔지만, 앞으로는 뚜렷한 특색이 있어야 한다. 특별함을 만들어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으며, 의료기술보다 이념과 철학이 더 중요하다”고 주문했다.

우리나라의 문제점은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이 혼재돼있고 병상이 지나치게 과잉 공급돼있는 것이다. 수요, 공급이 불균형되면서 비정상적으로 환자를 유치하고, 환자를 위한 제대로 된 치료가 아니라 가격인하 경쟁이 치열한 상태다.

하지만, 갈수록 요양병원의 역할이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일본의 추세를 봤을 때 우리도 2025년에는 80%의 노인들이 병상을 점유할 전망이다. 급성기 병원들도 미래를 내다보고 대비해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 이사장은 “환자를 위한 최우선적인 가치에 직원들은 힘이 들더라도 옳다고 믿기 때문에 동참하고 있다. 건강을 잃은 환자라도 인생을 잃어버린 것은 아니며, 모든 환자들이 마지막으로 맺는 인연이 요양병원에 근무하는 직원들"이라며 "요양병원은 환자들의 여생을 의미있는 삶으로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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