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장기군의관 확보 전략 세웠지만 모두 실패

임모 병사의 총기난사 사건이 일어나자 우리나라 군의료체계의 여러 가지 허점 중 군의관이 부족하다는 점이 또 다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군인들은 입대를 하기 전 병무청에서 MMPI 인성검사를 하고, 이후 훈련소와 신교대, 자대배치를 받았을 때 인성검사를 받는다. 문제는 인성검사에서 이상 징후가 있는 병사를 판단하는 것이 정신과 의사가 아니라 부대의 대대장 등이라는 점이다.

실제로는 정신과 군의관 등이 평가를 해야 병사의 상태를 파악해야 하지만 현재 군대에는 이러한 지침이 없는 것은 물론 군의관 자체도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단기군의관이 97%를 차지할 정도로 장기군의관이 없다는 부분이다.

지난 2011년 11월 국회예산정책과에서 ‘군의무사업의 문제점과 개선과제’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군대는 편제 2359명 대비 현원 2470명으로 111명이 초과 운영 되고 있다.

 
군의관의 절대적인 수는 부족하지 않지만 대부분 경력이 짧은 단기 군의관이라 의료의 실적 수준이 낮다는 것이 더 문제로 꼽히고 있다.

전체 군의관 2470명 중 단기군의관이 2358명으로 95,5%를 차지하고 있다. 장기군의관은 112명으로 4.5%에 불과한 실정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행정사업평가과 서호진 사업평가관은 군대에 오랫동안 근무하는 실력 있는 의사가 부족한 것은 보수, 지휘체계, 군 특유의 문화 등 여러 가지 사유가 있다고 말해다.

서 평가관은 “충원 방법에도 문제가 있다. 사관생도 위탁, 군장학생, 장기지원과 같은 경우는 철저하게 해당자의 선택에 의존하는 것으로 장기군의관 충원을 위한 체계적인 계획 수립 자체가 용이하지 않다”고 발표했다. 

장기군의관 부족 문제는 지난 3월 26일 새누리당 송영근, 박인숙 의원이 개최한 국회정책토론회에서도 제기됐다.

송 의원은 군의료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장기군의관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군 특성상 민간병원에 준하는 대우를 제시해도 우수인력을 유치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으로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장기군의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방부도 지난 2009년부터 진료 업무보조비를 지급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 민간의료기관과의 보수를 비교해 상당한 차이가 나는 장기군의관의 보수를 일정 부분 보완해 준 것이다.

 
2012년 기준으로 임상직은 기본급 월 36만원과 실적급 164만원을 합해 월 200만원까지 지급 했고, 비임상직인 병원장과 정책 또는 관리부서에 근무하는 군의관에게도 일정 부분을 지급했다.

그런데 효과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 0명, 2011년 6명이 지원했을 뿐이다.

이후 국방부는 2008년부터 민간의사를 전문계약직으로 채용해 군병원 근무하게 하는 전략을 세웠다. 인력양성에 필요한 비용 지불 없이 단번에 일정수준 이상의 인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군의관 양성방법보다 경제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런데 이 전략 역시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애초 국방부는 매년 30명씩 민간계약직 의사를 채용해 2013년까지 180명을 채용할 계획이었지만 겨우 30명 밖에 채용하지 못했다. 국방부의 이러한 계획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새누리당 ‘군의료체계개선 특별위원회’의 위원인 인제대 보건대학원 배성윤 교수는 국방부의 정책이 의사들의 특성을 잘 파악하지 못한 것이라 꼬집는다.

배 교수는 “인센티브로 의사들을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됐다. 게다가 현재 국방부가 제시한 인센티브도 국립대병원 수준이라 아주 높은 것도 아니다”라며 “의사들은 자기계발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대부분 시설이나 시스템이 낙후된 군부대에 근무하라고 하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라고 말했다.

또 “국방부는 의료전달체계를 개편해 핵심적인 인력을 거점 병원에 배치하고, 응급구조사를 활용하겠다란 계획 등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군병원에서 장기군의관으로 근무하는 한 군의관은 현재의 국장부 정책으로는 민간계약직 의사를 충원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 내다봤다.

그는 "월급이 민간에 비해 적고 게다가 이동이 잦다. 또 병원도 아니고 부대도 아닌 어정쩡한 점 때문에 전문가로서 인정을 받기도 힘든 상황"이라며 "같은 병원에 최소 3년~5년 정도는 있어야 논문도 쓸 수 있는데 1녀 지나면 부대를 옮겨야 해 경력관리가 어렵다. 결국 젊고 열정이 있는 의사들은 군병원을 거부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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