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 스토가 약가인하처분취소 사건, 인하 기준 등 쟁점 부각

"공단과 제약사의 협상을 무시하고 약가를 인하한 것은 협상을 통해 약가를 결정한다고 했던 복지부의 자기모순이다"

"공단과 제약사의 협상 결과를 복지부가 무조건 수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보령제약의 스토가정 약가인하 소송에서 공단과 제약사의 협상을 복지부가 수용해야 하는지 여부와 협상대상 기준, 약가인하 중복적용 등이 쟁점으로 부각됐다.

▲ 서울행정법원에서 약가인하 처분취소 소송이 열렸다.

서울행정법원 합의13부(재판장 반정우 부장판사)는 23일 보령제약이 보건복지부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보험약가인하처분취소' 제1차 변론을 열린법정(Open court) 형식으로 진행했다.

이번 변론은 각각 준비한 프리젠테이션을 중심으로 입장을 전개했으며, 일반인도 이해하기 쉽게 약가제도와 건강보험제도 등에 대한 설명이 선행됐다.

협상대로 약가 고시 하는 것이 당연?

보령제약 대리인 법무법인 태평양 측은 이 사건을 제외하고 보건복지부가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제약사의 협상결과를 존중해왔으나, 스토가는 협상결과와 다른 가격으로 고시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피력했다.

공단과 보령제약은 2월 21일부터 3월 28일까지 약가 협상을 진행하고 사용량약가연동 유형 1(협상으로 등재된 약 중 예상 사용량보다 30%이상 사용)에 따라 기존 203원에서 4.9%를 인하한 193원으로 조정됐다.

그러나 4월 1일 복제약 출시 1년 경과해 동일제재 등재 규정에 따라 155원으로 인하됐고, 복지부는 여기에 사용량 제도 적용 인하율 4.9%를 반영해 147원까지 떨어지게 한 것.

이에 보령제약 측은 복지부가 공단 이사장에게 협상 권한을 위임한 것과 다름없으면서 협상 결과인 155원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복지부 대리인 법무법인 우면은 협상된 상한가대로 고시할 법적인 의무가 없고, 건강보험제도를 주관하는 복지부 입장에서 절차 진행 중 하자가 있는 부분은 바로 잡는 것이 당연한 직무라고 피력했다.

또한 방청 중이던 공단 측 관계자가 "협상 당시 보령제약 측은 공단 측이 제시할 수 있는 가장 낮은 약가로 해도 할테니 합의하자고 공단을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4월 1일 인하될 약가에 사용량을 적용, 147원으로 떨어지는 상황을 우려한 보령제약이 미리 협상을 서둘렀다는 것.

그러나 보령제약 측은 "대관 업무를 해 본 입장에서 제약회사가 (갑의 위치인) 공무원을 압박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또 복지부 측은 협상에서 공단 측이 보령제약에 최종 인하가 155원 기준으로도 추가 인하가 가능하다고 고지했으니 복지부가 이를 무시하고 신뢰보호원칙을 훼손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보령제약 측은 합의서에 공단과 제약사가 합의를 거치고 도장을 찍어 약가인하가 결정됐으며 이게 적법하고 민주적인 절차인데, 147원으로 인하할 때는 이 같은 합의가 없었다고 재차 강조하며 "합의서 없이 인하한 것 하나만으로도 취소가 마땅하다"라고 밝혔다.

특히 추가 인하 내용을 사전에 고지했더라도 합의서에 그 부분이 명시됐던 것은 아니기 때문에 복지부 측 주장은 옳지 않다고 반박했다.

"사용량·청구액 계산해도 약가인하가 맞다"

이 사건 처분에 2013년 12월 31일 개정된 신 요양급여규 칙이 적용돼야 하는지 여부(신 요양급여규칙은 '사용량'이 아닌 '청구액'으로 약제의 상한가 조정)도 법적 쟁점으로 떠올랐다.

▲ 보령제약 스토가

보령제약 측은 2014년 4월 18일 처분된 것이므로 신법 적용이 당연하다며 '처분시법주의(처분 당시 시행 중인 법령과 허가기준에 의해 집행하는 원칙)'를 내세웠다.

신법에 따라 청구금액이 얼마였으며 실제 청구액이 몇 % 증가했는지 고지했어야 하는데, 사용량 증가율을 처분사유로 들어 상한가를 협상했으니 처분 사유의 적용 및 고지에 하자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복지부 측은 원고 주장대로 청구액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여전히 적법하고 타당하다고 반박했다.

스토가의 최초 등재당시 예상 청구액은 95억9900만원이었으나, 평가기간(2012년 7월~2013년 6월) 청구액은 149억2957만원으로, 청구액으로 증가율을 따져도 55.5%(사용량 증가율은 57.8%)라는 것. 따라서 청구액이나 사용량 모두 약가인하는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오리지널이라고  제네릭보다 비싸라는 법 없다?

약가 일괄인하와 사용량 약가인하의 중복 적용으로 오리지널인 스토가가 제네릭보다 가격이 낮아졌다는 하소연도 있었다.

사용량 약가인하 처분 직전에 상한가가 변동된 사정(스토가의 경우 203원에서 155원으로 떨어진 것)을 이용해 자의적으로 중복적으로 인하하면 형평성과 제도 안정성 및 비례원칙에 반해 복지부의 재량권 일탈·남용이 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의 액시딘 캅셀 사례를 보면 상한가 665원에 53.55% 인하를 적용해 356원이 됐으나 사용량 연동으로 인한 6.5% 인하를 중복 적용하지 않았다는 것.

보령제약 측은 "이번 인하로 오리지널이 제네릭보다 저렴해지는 가격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며 제네릭이 155원 수준인데 비해 오리지널인 스토가가 147원이 책정됐다고 꼬집었다.

막대한 비용과 노력을 통해 적응증을 추가하는 등 노력했지만 제네릭사가 무임승차해 이익을 얻는 반면, 오리지널사가 손해를 입어 불공정하다는 것.

특히 외국도입 신약인 스토가는 국내 허가를 위한 임상비용 3억원, 헬리코박터 소화성궤양 등 적응증 추가 비용 20억원, 역류성식도염 임상비용 30억원 등 50여억원의 비용이 투자됐다고 밝혔다.

이에 복지부 측 대리인은 "오리지널이라고 무조건 제네릭보다 비싸라는 법도 없다"며 사용량 약가연동 인하 전체 89품목 중 스토가를 포함한 8개 품목은 오리지널보다 제네릭이 비싸졌다고 제시했다.

"오리지널은 이미 특권적인 지위를 누렸으며, 의사들 또한 처방을 쉽게 변경하거나 하지 않기 때문에 제네릭보다 가격이 낮다고 불리하지는 않다"라는 설명이다.

이 밖에도 보험재정에 악영향이 없어진 의약품에도 사용량으로 인하를 시켜야하는지 여부와, 사용량 인하의 협상 대상이 약가의 상한가인지 인하율인지 여부 등이 논의됐다.

한편 재판부는 "오늘 쟁점 대부분은 입장에 따라 해석이 다른 주장이었으며, 특별히 증거 제출의 필요성은 적었다"며 "다음 법정에서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고 시사했다.

다음 변론은 7월 15일 오후 3시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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