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과 회수 '현금의 흐름' 추적

병원 해외진출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국내에서는 치열한 경쟁과 건강보험 재정의 한계로 성장동력이 멈춰섰기 때문이다. 과연 병원이 해외로 진출해서 수익을 올릴 수 있을까? 올린다면 어디서 올릴 수 있을까? 국내로 수익을 가져올 수는 있을까?
해외진출과 관련한 ‘현금 흐름’의 실마리를 풀어본다.

 ▲정부기관, 병원, 기업 등의 해외 병원 진출이 들썩이고 있다. KOTRA 전략회의 자료사진.

진출 의료기관 111곳...민관합동 진출 시동 

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전체 해외진출 의료기관은 4년간 2배 가까이 늘어났다. 2010년 58곳, 2011년 79곳, 2012년 91곳에 이어 2013년 12월 111곳으로 나타났다.

국가별로는 중국 38, 미국 36, 베트남 8, 몽골 8, 카자흐스탄 5, UAE 2, 러시아 2, 기타 12 등이다. 진료과별로는 피부성형 18, 성형외과 17, 치과 16, 종합병원 12, 한방 12, 척추 10, 피부 6, 심장5, 건강검진 4, 암 3, 신경외과 2, 산부인과 1, 임상병리진단 2, 가정의학과 1, 진단검사의학과 1등의 순이다.

올해도 BK동양성형외과, 휴젤, SK증권 등이 투자한 성형외과가 중국 상하이에 진출했고, SCL·세브란스병원 공동으로 중국 항저우 검진센터 설립을 발표했다.

1990년대 해외진출 1세대는 주로 원조와 봉사가 목적이었다. 연세친선병원, 카자흐스탄 알마티 동산의료원, 에티오피아 명성기독병원 등 선교 위주였다.

2000년대 2세대에는 민간에서 자발적 진출이 이어졌다. 함소아한의원이 2003년 미국 진출을 시작했고, 오라클피부과·성형외과가 2007년 중국에 진출을 시작했다. 우리들병원도 2008년부터 중국 상하이, 두바이 등에 진출했다. 예치과, SK아이캉병원 등 실패사례도 대거 배출해낸 시기다.

3세대로 꼽히는 현재는 정부 간 협력(G2G) 기반으로 민관합동 진출이 모색되고 있다. 보바스병원의 UAE·두바이 재활센터 위탁운영, 분당서울대병원의 사우디아라비아 의료IT 쌍둥이 프로젝트 등 끊임없이 새로운 기회가 파생 중이다. 
 

병원이 수익을 낼 수 있는 포인트  

병원이 수익을 올리는 방법은 주로 연수와 컨설팅이다.

보바스 기념병원의 사례를 보면, 200병상 규모의 현지 재활병원 위탁운영비로 600만달러(약 62억원)를 계약했다. 의료진 17명의 급여와 체제비 등 인건비까지 합하면 4년간 200억원에 달하는 경제적 효과를 누리게 된다는 설명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의사의 교육도 한국이 맡는다. 10년간 매년 100여명이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성모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등을 방문해 교육을 받기로 했다. 수업료는 의사 1인당 월 3000달러(306만원)이다. 100명이 1달간 교육을 받는다면 3억 600만원의 수익이 발생한다.

또한 ‘한·러 프로젝트 임상연구사업’ 협약에 따라 모스크바시 종합병원 의료진 250명은 분당서울대병원에서 1년 동안 진료과별로 자신의 전공에 따라 각각 1개월 정도의 교육을 받을 예정이다.

병원 측은 연수 진행을 위한 TFT 교수진을 따로 구성하고 다양한 커리큘럼을 제공해 체계적인 연수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모스크바시 보건국은 연수비용으로 약 10억원을 분당서울대병원에 지급한다.

이 밖에 삼성서울병원은 사우디 킹파드왕립병원에 2015년까지 뇌조직은행 시설과 장비를 구축하고 의료진 교육과 기술 이전을 하기로 계약했다. 가천길병원도 뇌융학과학원의 장비와 운용 기술 등을 킹파드병원에 수출하기로 했다. 아직 정확한 비용이 책정되지는 않았으나, 병원이 수익을 낼 수 있는 여러 가지 선례가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A병원은 병원 운영과 관련한 컨설팅료로 받기로 하고, 적절한 액수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다른 병원의 계약추진 당시 서류를 보면 1달에 3000만원선의 컨설팅료를 제안한 곳도 있고 1년에 50억원을 책정한 병원도 있는 등 다양하다.  

장비, 소모품 판매를 직접 제안해 수수료를 챙기려는 병원도 있다.  의사 개인이 나간다면 월급 형태로 받게 되는데 현지사정에 따라 금액은 천차만별이다.


자법인 허용·자산 건전성 감독 방안 필요

병원 해외 진출의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법 개정과 특별법 신설 등 법적 근거 마련이 꼽힌다. 현재 비영리법인은 영리법인을 세울 수 없고, 자금을 투자하고 회수하는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현지 법인이 없으면 해외 파트너에게 진출사업의 신뢰성을 나타내기 쉽지 않으며, 입찰이나 계약 같은 대규모 프로젝트 참여가 위축될 우려가 있다. 이에 따라 의료법인의 자법인 허용의 필요성이 논의되고 있는 것이다.

자법인이 설립되더라도 해외 진출 출자 총액이 의료법인의 자산 건전성을 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허용된다. 해외진출을 위해 기본재산을 처분할 때는 시도지사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의료업에 사용되고 있는 기본재산은 처분할 수 없도록 했다. 

또한 해외직접투자는 외국환거래법과 규정에 따라 관리된다. 의료법인 직접 또는 자법인을 통해 해외진출을 위한 투자를 하려면, 외국환거래법과 외국환거래 규정을 준수해 기획재정부장관, 외국환은행장에 신고해야 한다.

즉, 해외에 투자한 의료법인 또는 국내 자법인은 투자내용과 사업실적현황 등을 외국환거래법에 따라 외국환은행장에 보고해야 한다. 그러나 의료법인의 자산현황, 자금흐름 등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기제가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진흥원 김기성 대외협력실장은 “자법인 허용 이슈 외에도 현행법의 공백을 메우고 의료법인의 자산 건전성을 보호하고 관리, 감독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병원들 "그냥 송금 or 그냥 들고?" 

실제 진출했던 병원들은 해외에서 수익을 내도 신고하지 않고 그냥 가지고 온 경우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인의 법적 근거가 없고 과세에 대한 정확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비영리법인의 영리행위가 허용되지 않는 만큼, 의료기관 계정으로의 송금도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전언이다.
 
보바스 기념병원 권순용 미래기획본부장은  “현지 진출계약에 따른 이행보증금을 입금해야 하지만, 의료기관 계정에서 송금을 할 수 없었다. 비영리법인은 외국환 거래에 걸림돌이 된다”라며 “아직 수익이 많이 남는 것은 아니지만, 결산 시 한국으로 송금을 할 수 있는 방법도 없다”고 토로했다.

나름대로 법적 근거를  갖춘다면, 의료기관의 직접적인 자회사가 아닌 우회적인 현지법인을 세우는 일이 많다. 이를 통해 현지에 세금을 낸다면 국제 이중과세 방지법이 적용된다.

다만 국내 법을 통해 외국납부세액 공제방식과 국외원천소득 과세제외방식 등으로 추가세금을 내야 할 소지가 있다. 

법인세법상 내국법인의 각 사업연도의 과세표준에 포함된 국외원천소득에 대한 외국법인세액은 당해 연도의 법인세액에서 공제하거나 손금(비용 개념)에 계상할 수 있다. 만일 내야 할 법인세액보다 해외에서 수익이 많다면 해석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이중과세 방지법에 위배되는 측면이 있으며, 심지어 의료기관은 비영리법인이기 때문에 일반 법인과 동일한 잣대로 세액을 매길 수도 없다. 현지에서 세금을 내고 국내에서 세액을 공제받으면서 수익을 가져와도, 비영리법인 고유 특성상 투자자에 이익을 배당하는 방법도 막혀 있어 손해다.

B병원장은 해외에서 수술과 수술교육으로 벌어들인 수익을 그냥 가져왔다.  큰 액수가 아니라면 은행을 통해 송금해도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현금을 그냥 공항가방에 넣어 들고 왔다는 사례도 있다. 세관에서 걸리지만 않으면 상관없다고 해석했다.  

C의원 원장은 “만약 개인사업자가 신고를 하면 최대 38%까지 세금을 물어야 한다. 법인이라면 법인세가 다소 내려갈 수 있지만, 의료법인은 영리자법인이 허용되지 않아 명확한 규정이 없다. 과도한 세금을 내느니 차라리 수익을 신고하지 않는 것이 낫다”고 해석했다.

아예 현지에서 쓰고 돌아온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국제학교에 자녀를 보내고 비용을 사용하면서 현지 은행에 넣어둔다는 것. 아니면 제3국에 넣어두고 한 번씩 국내 송금한다는 사례도 있다. 이들은 국내에 신고하면 세금만 과도하게 부과할 수 있다는 우려로 가득했다.

이에 정부가 정말 해외 진출을 독려한다면 비영리기관이라도 자법인을 통한 투자, 회수를 허용하고, 명확하지 않은 현재의 과세 제도 철폐와 세제혜택 방안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한 병원 관계자는 “해외에서 아무런 도움없이 어렵고 힘들게 돈을 벌게 된다. 이왕이면 한국에서 돈 벌고 싶지, 고생스럽게 나가고 싶은 사람은 많지 않다”며 “해외진출로 수익을 내더라도 국내에 들여올 때 지원 한 푼 못받고  세금만 많아진다면 기를 쓰고 해외로 진출하려 들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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