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도국 제약시장 진출 'WHO PQ'로 직행 타라
개도국 제약시장 진출 'WHO PQ'로 직행 타라
  • 김지섭 기자
  • 승인 2014.06.14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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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아프리카 시장 진출 교두보로 평가

국제 수준의 생산 여력을 보유한 제약사들이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한 수출 확대를 위해 세계보건기구(WHO) 사전적격인증(Prequalification, PQ)을 활용하고 있다.

인도 등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약 1조 9000억원 규모의 국제조달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영역을 확대하려면 보다 깊이 있는 시장 검토와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WHO PQ는 WHO가 저개발국가에 대한 의약품 공급을 위해 품질 및 안전성·유효성을 심사해 인증하는 과정으로, 심사 승인 품목만이 WHO, 국제연합아동기금(UNICEF) 및 국제의약품구매기구(UNITAID) 등 UN기구와 에이즈, 말라리아, 결핵 퇴치 세계기금(the Global Fund) 및 NGO의 국제입찰에 응찰할 자격이 부여된다.

WHO는 1987년부터 PQ제도를 운영했으며, 2013년 현재까지 국내 PQ제품은 의약품과 백신을 포함해 16품목이다.

한국조달연구원 이미정 연구위원은 최근 열린 바이오코리아 컨퍼런스에서 "궁극적으로 글로벌 민간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 역할"이라며 "저개발국가의 조달참여를 통해 브랜드가치를 높여 향후 해당국가의 시장 진출에도 용이하다"고 강조했다.

녹십자·동아ST 등 대박 행진

WHO PQ를 통해 조달시장에 진출한 사례를 보면 기업성장에는 충분히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풀이된다.

녹십자는 올해 초 WHO 산하 범미보건기구(PAHO)의 남반구 의약품 입찰에서 약 2300만 달러 규모의 독감백신을 수주한 데 이어, 6월에는 북반구 입찰에서 1500만 달러 규모의 추가 수주가 결정됐다고 밝혔다.

올해 독감백신 수출액은 지난해(2600만 달러) 대비 50% 가까이 증가한 4000만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녹십자가 2009년 국내 최초로 개발한 독감백신은 북반구와 남반구 독감 유행시기가 달라 연중 지속적으로 수출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녹십자 이민택 상무는 "독감백신 첫 수출을 시작한 2010년을 기점으로 국제기구 입찰을 통한 수주 실적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며 "2009년 신종플루 백신 개발 이후 국제 사회에서 높아진 위상과 중남미 지역의 수요 증가 예측이 적중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백신 공장을 신설한 일양약품도 "중동이나 동남아, 아프리카 지역에서 입찰문의가 들어왔으며 WHO PQ를 받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밝혀 조달시장 진출을 시사했다.

동아ST는 올해 WHO 결핵치료제 국제입찰에서 글로벌 사업부문 1순위 공급자로 선정돼 결핵치료제 크로세린을 확대 공급하게 됐다. 동아ST는 2012년 WHO PQ를 받아 2013년부터 국제 입찰에 참여했다.

지난해 글로벌 사업부문 2위였던 동아ST는 이번 입찰 결과에 따라 184% 성장한 1250만 달러 상당을 공급한다.

이와 별도로 글로벌 사업무문과 인도 사업부문의 타 공급업체에 총 2040만 달러 상당의 결핵치료제 원료인 싸이크로세린을 각각 공급함에 따라, WHO 입찰과 관련해 공급할 크로세린과 싸이크로세린은 작년 1600만 달러에 비해 두 배 이상 확대될 전망이다.

동아ST 관계자는 "WHO PQ는 국제적으로 회사의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고 접근이 어려운 아프리카 등 국가에 제품을 빠른 시간 안에 등록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 결핵 환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이를 공급하기 위해 시스템을 갖추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지난 3월 시노사를 통해 크로세린을 중국시장에 5년간 최소 250억원 규모로 수출하게 된 것과 관련해 "중국은 자국 제약사 보호정책으로 진입 장벽이 매우 높지만, WHO 인증 등 기술력을 인증받은 것이 발판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한편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세계의약품상호협력기구(PIC/S)의 가입을 승인받음에 따라 WHO PQ 인증 후 수출 시 국내 업체 현장실사가 면제돼 보다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게 됐다.

식약처 의약품품질과 김상봉 과장은 "PIC/S 승인 과정을 거치면서 GMP와 관련된 많은 부분이 국제 수준으로 업그레이드 됐다"며 "정부가 글로벌 스탠다드에 이를 수 있는 마당을 열었으니 과거 수출에 신경을 못 쓰던 업체도 환경은 조성된 셈이다. 나머지는 기업이 적극적으로 변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국내 WHO PQ는 2013년 12월 기준 6개 업체 24개 제품이 등록됐다. 의약품은 2개 제제 3개 제품으로 신풍제약과 동아제약이 각각 말라리아와 결핵 부문에 인증을 받았으며, 백신은 4개 제제 13개 제품으로 LG생명과학, 베르나바이오텍코리아, 녹십자가 B형간염백신, 계절독감백신, 신종독감백신, 다가혼합백신을 인증 받은 바 있다.

베르나바이오텍코리아의 혼합백신 퀸박셈주는 식품의약품안전처 PQ 인증 지원 대상 품목으로, 인증 후 UNICEF 조달 공급을 통해 국내 의약품 수출 1위를 차지(2006년 2000만 달러에서 2012년 1억8200만 달러)하기도 했다. 

조달시장서 우리나라 '걸음마' 수준

그러나 국제조달시장에 직접 진출하는 데 있어 한국의 실적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특히 특정국가가 아니라 대부분 저개발국이나 개발도상국에 국제조달계약으로 진행되는 UN조달에 대한 정보나 전략이 부족한 것으로 지적된다.

2012년 기준 UN조달 규모는 약 154억 달러, MDB(국제개발기구)조달 규모는 약 299억 달러로 국제조달 규모가 약 453억 달러에 달하는데 비해 한국 수주 실적은 약 6억 6000만 달러로 1.5%에 불과하다.

UN조달 규모는 2008년 급증한 이래 꾸준히 증가세를 보였는데 2012년 기준 보건의료분야는 전체의 31.9%를 차지하며, 이 중 한국의 수주실적은 평균 0.35% 수준으로 매우 미미했다.

이에 이미정 연구위원은 한국기업의 UN 조달시장 진출을 예로 들어 관계자들의 평가를 소개하며 이를 극복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KOTRA UN 조달자원센터 및 현지 무역관은 한국기업이 큰 프로젝트에만 관심을 집중하고, 충분한 준비과정을 거치지 않아 느린 입찰과정과 소량 조달 전략에 인내심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외교통상부는 한국기업이 UN 조달시장에 대해 상대적으로 관심이 낮아 진출 시도 자체가 적으며, UN조달시스템 등록과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관련 정보 및 전문인력 또한 부족해 UN 구매관과 지속적인 협력관계 유지나 UN 조달 참여 노하우 등이 부족하다고 부연했다.

이 연구위원은 "조달시장 진입은 시장과 제도에 대해 정확히 알고 들어가는 것이 전제조건"이라며 "사전준비로 WHO PQ를 해야 하고, 제품 설명과 기업 설명은 상세히 기술함은 물론 제품규격은 WHO 규격설명을 참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UN뿐만 아니라 다른 조달시장도 공통적으로 입찰포기를 빨리한다는 점, 전문가가 없다는 점 등을 문제점으로 꼽는다"며 "계약하는 구매팀은 물론 기술관련 엔지니어링 전문가, 조달관과 협상하는 전문가가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밖에도 PQ를 통해 백신을 공급하는 LG생명과학 측은 "UN 구호시장은 기본적으로 대규모 저가 구매 시장이므로, 구매는 보장되어 있으나 수익성에 있어서는 업체의 면밀한 사전 검증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동아ST 관계자도 "PQ를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2년 반에서 3년의 시간이 소요되며 복잡한 절차를 거치는데 PQ팀에서 요구하는 자료를 정확히 제출하는 동시에, PQ를 받고자 하는 제품의 경쟁품이 이미 등록됐는지, 경쟁사는 누구인지, 국제 시장 크기는 어떤지 사전 조사를 철저히 해야 한다"며 구체적인 진출 전략의 모색을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WHO는 기본적으로 국내 규제당국(식품의약품안전처)에 평가 기능을 많이 의존하기 때문에 식약처와 긴밀한 유대관계 또한 중요하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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