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임상암학회 제12차 심포지엄, 'Beyond HER2 Targeting: New Target'

최근 몇 년째 항암치료의 트렌드는 맞춤형 표적치료가 대세다.

난치성 질환으로 분류됐던 암에 대한 인식이 만성질환으로 바뀌면서 기존 세포독성 치료제의 이상반응을 최소화 하고 암세포만 특징적으로 공격하는 분자표적항암제가 계속해서 각광을 받고 있다. 표적치료제의 효시격인 타목시펜이 호르몬수용체(HR) 양성 유방암에서 70% 이상의 반응률을 보이며 대표적인 보조내분비요법으로 사용되고 있고, 1999년 이매티닙의 등장은 만성골수성백혈병(CML) 치료의 역사를 바꿔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유용성에도 불구하고 표적항암제는 치료 효과를 예측할 수 있는 생물학적 지표가 있어야 하고, 비싼 가격과 내성 발생 및 암세포의 돌연변이로 인한 반응률 저하가 한계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암종별로 새로운 표적인자와 그에 맞는 표적치료제를 개발하려는 시도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데, 기존 표적치료제에 내성이 생긴 환자를 위한 2차 치료제와 여러 표적인자에 두루 작용할 수 있는 다중표적항암제, 2가지 이상의 표적항암제 또는 기존 세포독성 항암제와 병용요법에 대한 임상도 활발하다.

이를 반영하듯 상반기에 진행됐던 암 관련 학술대회와 각종 심포지엄에서도 표적치료제에 대한 다양한 데이터가 다뤄졌다. 그 중 한국임상암학회 제12차 정기심포지엄에서 발표됐던 내용을 중심으로 위암 환자에서 표적치료의 현주소를 살펴봤다.

 

■ 한국임상암학회 제12차 심포지엄
위암 표적치료제 트라스트주맙·라무시루맙 2종뿐…"차세대 주자 나와야"

위암 치료에 있어서는 HER2와 혈관신생 외에 새로운 표적인자를 발굴하기 위한 시도가 한창이다.

지난 5월 16일 한국임상암학회 정기심포지엄에 연자로 참석한 서울의대 이근욱 교수(분당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는 'Beyond HER2 Targeting: New Target'의 주제 강연을 통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위암 관련 표적항암제 연구 중 대표적인 3상임상 데이터를 소개했다.

이 교수는 "위암 분야에서도 다른 고형암과 마찬가지로 종양 발현 및 성장에 직접 관련된 표적을 확인해 공격하는 치료방법이 활발하게 시도되고 있지만, 현재까지 전이성 위암에서 그 효능이 입증된 표적치료제는 HER2 억제제인 트라스트주맙과 혈관내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VEGFR)-2 억제제인 라무시루맙 2종류뿐"이라며 새로운 표적치료제 개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 지난 5월 16일 한국임상암학회(KACO) 제12차 정기심포지엄 및 총회가 서울롯데호텔에서 개최됐다. (출처: 한국임상암학회 제공)

 

△니모투주맙 - EGFR 양성 환자에서 생존율 개선
면역조직 2+·3+ 환자에도 효과 기대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 억제제 중에서는 니모투주맙(nimotuzumab)이 기대주다.

지난해 EXPAND 연구와 REAL-3 연구가 모두 실패로 끝나면서 전이성 위암 환자에서 기존 세포독성 항암제에 EGFR을 표적으로 하는 단일클론항체를 병용하는 것은 아무런 치료 효과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는데, 최근 이들 환자를 대상으로 니모투주맙의 유효성을 입증하기 위한 ENRICH 3상임상이 진행되고 있다. 니모투주맙은 EGFR을 표적으로 하는 IgG1 인간단일클론항체로, 다른 EGFR 항체에 비해 피부독성이 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ENRICH 연구는 1차치료에 실패한 전이성 위암 환자에서 니모투주맙·이리노테칸 병용요법과 이리노테칸 단독요법을 비교한 한·일 협력연구로, 지난 2011년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GI meeting에서 무작위 2상임상 결과가 발표됐다.

이 연구에서는 5-플루오로우라실(5-FU) 기반 레지멘에 저항성이 있는 진행성 및 전이성 위암 환자 82명을 대상으로 니모투주맙 병용 여부에 따른 무진행생존기간(PFS)을 평가했다. 연구 참여군 모두 베이스라인 특징은 유사했고, 면역조직화학검사(IHC)에서 EGFR 상태는 각각 EGFR 0(44%), 1+(25%), 2+(13%), 3+(17%)인 것으로 확인됐다.      

평균 197일간 추적 관찰했을 때 전체 생존기간(OS)은 니모투주맙·이리노테칸 병용군에서 293일, 이리노테칸 단독군에서 227일이었는데(p=0.22), 하위군 분석 시 EGFR IHC 2+ 또는 3+인 환자의 OS는 각각 385일, 230일로 병용군에서 유의한 효과를 보였다.

당시 연구팀은 "명확한 혜택을 입증하진 못했지만 EGFR 양성 환자에서 니모투주맙의 잠재적인 생존율 개선 효과가 확인됐다"면서 "분자상태에 따라 니모투주맙에 반응률이 높은 환자군의 선별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이에 3상임상은 EGFR IHC 2+ 또는 3+ 환자들만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ECX 요법 + 릴로투무맙 - MET 양성 환자 생존율 개선
진행 중인  3상임상 결과도 기대

세포증식 및 생존과 관련해 다양한 조절 기능을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간세포성장인자(HGF)와 c-MET도 위암 분야에서 주목받는 주요 표적인자 중 하나다.

HGF를 표적으로 하는 IgG2 단일클론항체인 릴로투무맙(rilotumumab)은 MET 양성 위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3상임상(RILOMET-1)이 진행되고 있다. 2012년 말 개시 이래 450명을 목표로 환자를 모집 중이다.

앞서 절제 불가능한 국소진행성 또는 전이성 위암 환자(121명)의 1차치료로 ECX 요법(에피루비신 + 시스플라틴 + 카페시타빈)에 릴로투무맙을 추가했을 때 유효성 및 안전성을 평가한 2상임상 결과가 2011년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공개된 바 있다. 당시 릴로투무맙 + ECX 병용군은 ECX 단독군에 비해 PFS가 향상됐고(5.6개월 vs 4.2개월; p=0.045), 통계적으로 유의하진 않았으나 OS도 병용군에서 더 나은 성적을 보였다(11.9개월 vs 8.9개월; p=0.215). 특히 MET가 과발현된 환자(38명)의 경우 ECX 요법에 릴로투무맙을 추가했을 때 PFS(6.9개월 vs 4.6개월; p=0.085) 및 OS(11.1개월 vs 5.7개월; p=0.012)가 뚜렷하게 증가하는 소견을 보였다. 진행 중인 3상임상에서도 릴로투무맙 병용으로 인한 생존율 개선 효과를 입증할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한편 MET 수용체에 결합하는 단일클론항체인 오나투주맙(onartuzumab)도 FOLFOX 요법(5-FU + 폴린산 + 옥살리플라틴)과의 병용 효과를 평가하기 위한 3상임상(MetGastric)을 오픈해 약 800명을 목표로 환자를 모집하고 있다. 

 

△재발성 난소암에 효과 보인 올라파립 - 전이성 위암에도 도전장
아시아 환자 대상 GOLD 연구 진행

최근 재발성 난소암에서 세디라닙과의 병용 효과를 입증한 올라파립(olaparib)이 전이성 위암에도 도전장을 냈다.

아시아 지역의 진행성 위암 환자 500여 명을 대상으로 파클리탁셀과 올라파립의 병용 효과를 평가하기 위한 GOLD 연구가 진행 중으로, 한국, 중국, 일본, 대만의 연구자들이 함께 참여한다.

손상된 DNA를 복구하는 단백질인 ATM은 위암 세포주 연구를 통해 세포 내 발현이 낮을 경우에 올라파립에 대한 감수성이 증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를 토대로 서울의대 방영주 교수팀(서울대병원 종양내과)은 1차 항암화학요법에 실패한 전이성 위암 환자를 대상으로 올라파립과 파클리탁셀의 병용요법을 평가한 2상임상을 시행하고, 그 결과를 지난해 ASCO에서 공개했다. 연구에는 ATM 음성 및 양성인 환자가 각각 62명씩 포함됐다. 분석 결과 PFS는 파클리탁셀·올라파립 병용군에서 3.91개월, 파클리탁셀 단독군에서 3.55개월이었고(HR=0.80; p=0.261), OS는 각각 13.1개월, 8.3개월이었다(HR=0.56; p=0.010).

ATM 음성인 환자군의 경우 PFS는 병용군에서 5.29개월, 단독군에서 3.68개월이었고(HR=0.74; p=0.315), OS는 병용군에서는 도달하지 않았으며 단독군에서만 8.2개월로 확인돼(HR=0.35, p=0.003) 전이성 위암 환자에서 올라파립의 치료적 가능성이 시사됐다.

한편 mTOR 경로를 표적으로 하는 에버롤리무스(everolimus)도 파클리탁셀과의 병용요법을 평가한 3상임상(AIO-STO-0111)이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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