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계적 입찰전략, 전문성 강화, 인내심 필요

"국제조달시장에 직접 진출하는데 있어 한국의 실적은 저조하다. 특히 보건의료분야에 대해 어느 UN 기관이 조달수요가 많은지에 대한 정보 등이 부족하다"

▲ 이미정 연구위원

한국조달연구원 이미정 연구위원이 30일 일산 킨텍스에서 진행된 'WHO 사전적격인증 (Prequalification, PQ) 지원 국제포럼'에서 UN을 중심으로 한 '국제 의약품 조달시장 참여 방안'을 발표하며, 한국의 조달시장 참여 현황과 전략을 소개했다.

 WHO PQ는 의약품의 품질, 안전성 및 유효성을 평가하는 제도로 UN 등 국제기구가 개발도상국 등에 지원하는 의약품 입찰에서 필수요소로 꼽힌다.

먼저 이 연구위원은 2012년 기준 UN조달 규모가 약 154억 달러, MDB조달 규모가 약 299억 달러로 국제기구 조달 규모는 약 453억 달러에 달하는데 한국 수주 실적은 약 6억 6000만 달러로 1.5%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또 UN 조달 규모는 2008년 급증한 이래 꾸준히 증가세를 보였는데 2012년 기준 보건의료분야는 전체의 31.9%를 차지하며, 이 중 한국의 수주실적은 평균 0.35% 수준으로 매우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한국기업의 UN 조달진출에 곱지않은 시선 '왜?'

이어 한국기업의 UN 조달시장 진출과 관련, 관계자들의 평가를 소개하며 이를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위원에 따르면 KOTRA UN 조달자원센터 및 현지 무역관은 "한국기업은 큰 프로젝트에만 관심을 집중하고, 충분한 준비과정을 거치지 않아 느린 입찰과정과 소량 조달 전략에 인내심이 부족하다"라고 꼬집었다.

또 "UN기관 조달센터 인근지역에서 수주하는 사례가 많으므로 현지 사무소 설치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외교통상부는 UN 조달시장에 대해 "상재적으로 관심이 낮아 진출시도 자체가 적으며, UN조달시스템 등록과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관련 정보 및 전문인력 또한 부족해 UN 구매관과 지속적인 협력관계 유지나 UN 조달 참여 노하우 등이 부족하다"고 부연했다.

UN측은 한국기업을 "UN 구매관의 입찰평가기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며, WHO 규격 등에 맞게 정확한 사양에 맞춰야 함에도 더 좋은 사양이라는 이유로 다른 규걱을 납품하기도 한다"고 평가했다. 이 경우 개도국 관련 호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UN조달, 개도국 조달시장 진출의 초석

이 연구위원은 "UN조달은 개도국이 최종 목적지로 개도국 조달시장 진출에 초석이 된다"며 조달시장 참여 성공을 위한 접근 전략을 소개했다.

사전준비는 △UN기관 타켓팅 △벤더 등록 △WHO 규격 인증이 필요하고, 타켓팅한 UN기관의 조달센터가 있는 현지에 사무소를 둬 마케팅 활동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의약품과 의료기기 등은 모두 WHO 규격인증을 해야하며, 제품 설명과 기업 설명은 상세히 기술함은 물론 제품규격은 WHO 규격설명을 참조해 기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입찰참가 단계에서는 입찰설명회에 필수적으로 참가해 지금 참여하지 않더라도 후속 과제를 위한 마케팅 기회로 삼아야 하며, 이를 조달관과 네트워크 형성의 초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제안서는 좋은 사양보다 정확한 사양을 선호하며, WHO 규격 및 입찰공고상 요구조건에 맞게 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입찰초청에 대해서는 하지 않더라도 반드시 회신해 신뢰성을 높여야 한다고 부연했다.

제안서 발표시에는 개도국에서의 제품 호환성이나 실용성을 강조하고, 최근 3년간 재정상 손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유지해 업체평가에서 유리하도록 관리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계약 협상은 계약상 불리한 조항이 있는지 변호사 등의 법률적 검토를 거쳐야하고 불리한 조항에 대해 무엇이 비합리적인지를 설득해 협상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UN뿐만 아니라 다른 조달시장도 공통적으로 입찰포기를 빨리한다는 점, 전문가가 없다는 점 등을 문제점으로 꼽는다"며 "계약하는 구매팀은 물론 기술관련 엔지니어링 전문가, 조달관과 협상하는 전문가가 있어야 한다. 외국 조달관은 관련 분야 시장 변동에 능수능란한 전문가이기 때문에 이를 상대로 구매담당이 협상하는 것은 벅찰 수 있고 팀을 이뤄서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국제 조달시장의 참여 의의에 대해서는 "궁극적으로 글로벌 민간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하며, 저개발국가 등에 대해 브랜드 가치를 높여 향후 해당국가의 시장진출에 용이한 장점이 있다"고 밝혔다.

한편 국내 제약사의 WHO PQ 인증 현황은 2013년 12월 기준 6개 업체 24개 제품이다. 의약품은 2개 제제 3개 제품으로 신풍제약과 동아제약이 각각 말라리아와 결핵 부문에 인증을 받았다.

백신은 4개 제제 13개 제품으로 LG생명과학, 베르나바이오텍코리아, 녹십자가 B형간염백신, 계절독감백신, 신종독감백신, 다가혼합백신에 인증 받은 바 있다.

특히 베르나바이오텍코리아의 혼합백신 퀸박셈주는 식약처 PQ 인증 지원 대상 품목으로, PQ 인증 후 UNICEF 조달 공급을 통해 국내 의약품 수출 1위를 차지(2006년 2000만달러에서 2012년 1억8200만달러)하기도 했다.

체외진단제품은 4개 제제 8개 제품으로 에스디의 말라리아, 에이즈 관련 품목이 인증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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