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김성래 교수

DPP-4 억제제 당뇨약이 인기다. 그 배경은 기존 약과 다른 메커니즘 때문인데, 혈당 강하라는 직접적인 효과를 주기보다는 췌장 베타세포의 인슐린 생성을 촉진해 보다 자연스러운 치유를 유도한다.

이런 매력에 출시 초기 많은 의사들의 관심을 보였고 급기야 하나 둘 처방하기 시작하면서 현재는 제2형 당뇨병 치료에서는 빠질 수 없는 약물이 됐다.

그런 DPP-4 억제제 계열의 당뇨약이 국내에 도입된지도 벌써 5년이 지났다. 지난 2009년 시타글립틴 출시 이후 빌다글립틴이 나왔고 이후 리나글립틴, 삭사글립틴, 제미글립틴이 연달아 선보였다.

최근에는 알로글립틴까지 추가되면서 그야말로 DPP-4 억제제 춘추전국시대를 맞고 있다. 이로 인해 처방 트렌드도 메트포르민, 설포닐우레아(SU) 제제 중심에서 DPP-4 억제제로 완전히 바뀌었다.

현재 당뇨병을 보는 내분비 의사들은 거의 모든 환자에게 1차 약제로 DPP-4 억제제를 처방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처방이 늘어난 만큼 환자 치료에도 많은 변화가 찾아오고 있는 상황인데 그 내용을 가톨릭의대 김성래 교수(부천성모병원 내분비내과)를 만나 들어봤다.

고통 겪어본 당뇨환자 혈당 저하 무서워해 치료 어려웠는데 
췌장베타세포 인슐린 생성 촉진하는 새 메커니즘으로 해결

▲ 부천성모병원 김성래 교수는 DPP-4 억제제 도입 이후 저혈당 사건 발생률이 크게 줄어든 것을 실감하고 있다.
김 교수는 DPP-4 억제제 도입이후 처방 변화를 느끼냐는 기자의 질문에 저혈당 감소로 말문을 열었다. 그는 "DPP-4 억제제가 많이 사용되면서 가장 큰 변화는 저혈당 사건이 줄어든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 뜻은 이전의 약물은 저혈당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는 의미도 된다. 과거에 많이 사용됐던 SU 제제의 경우 혈당 감소 효과는 좋았지만 체내에서 지속적으로 작용을 해서 저혈당 발현이 문제였다.

환자가 한번 저혈당을 경험하게 되면 그 공포로 인해 혈당이 떨어지게 되는 것을 반사적으로 막으려고 하는데 이로 인해 많은 환자들이 혈당조절에 실패한다. 저혈당을 경험하기 보다는 차라리 고혈당을 선택하는 것이다.

김 교수는 "저혈당이 얼마나 무서운지는 겪어 보지 않으면 모른다"면서 전공의 시절 스스로 임상을 해봤던 사연을 소개했다. 당시 윤건호 선생님과 함께 저혈당 체험을 해보기 위해 인슐린을 정맥에 과량 투여한 것.

순간 혈중 혈당이 44mg/dL 까지 떨어졌고 이후 땀이 비오듯 나면서 심장은 망치로 때리는 느낌이 들면서 곧 정신을 잃을 것 같았다고 회고한 그는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는 추억이라고 말했다. 그는 "의사라서 어느 정도 반응이 나타날지 예상은 했지만 막상 경험해보니까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 실험 이후 환자들의 저혈당 고충을 더 잘 알게 됐다. 환자들이 저혈당을 한 번이라도 경험하면 공포스런 상황을 당하지 않기 위해 주스같은 당분을 자주 섭취하게 되는 것을 알았고, 이로 인해 고혈당이 유지되면서 혈당이 조절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혈당변동성이 커지게 되고 결국 제2형 당뇨병 환자의 심혈관 위험성도 커지는 것이다. 그러나 DPP-4 억제제 도입 이후 이러한 저혈당 부작용은 크게 줄었다. 최근 그가 체감적으로 느끼는 저혈당 감소는 5년 전에 비해 5분의 1 수준.

김 교수는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는 해결할 수 없는 중등도 이상의 저혈당도 절반 정도로 줄었고, 가벼운 저혈당을 증세를 느끼는 경우도 5분의 1로 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혈당이 줄었다는 것은 환자들이 안심하고 당뇨병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는 것을 의미하며 나아가 저혈당이 없으면 환자들이 약을 잘 먹게 되고 나아가 전체적인 혈당관리와도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다양한 약제 나와 환자 맞춤치료도 가능
저혈당 감소와 더불어 느끼는 또다른 변화는 다양한 약물이 나오면서 환자별 맞춤형 치료가 가능해졌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대표적으로 리나글립틴과 같은 약물은 배출이 장에서 이뤄지므로 신기능에 상관없이 투여할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면서 "신기능 측정이 별거 아닌거 같아도 장애가 있는 환자는 주기적으로 측정해야 하고 용량도 조절해야 하는데 1차 개원의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고 말했다.

또 하루에 두 번 먹는 약물에 대해서도 "순응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불편하다고 보는 시선이 많은데 꼬박꼬박 잘 챙겨먹는 환자들의 경우 하루 두 번 복용하는 약제가 공복혈당 개선효과가 뛰어나기 때문에 더 좋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의사들도 많이 편해졌다고 말했다. 저혈당이 있는 환자의 경우 수시로 SU 제제의 용량을 조절해야 하고, 간이상이 있는 환자는 메트포르민을 처방할 수 없는 등의 여러 가지 조건 때문에 다른 약물의 용량을 낮추고 대신 다른 계열의 용량을 높이는 변화가 필요했지만 지금은 아니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당뇨병의 부작용도 낮추고, 다양한 약물의 출현으로 환자들은 물론 의사들도 편해졌다"면서 "시간이 갈수록 당뇨병 관리율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그런 면에서 시중에 나온 6가지의 약물은 모두 다르다고 할 수 있다고도 했다.

장기적 안전성 데이터는 마련돼야

그렇다면 모든 DPP-4 약이 좋기만 한 걸까? 처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것은 좋은 약이라는 바로미터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예측할 수 없는 위험성에 대한 불안도 크다. 특히 아반디아 퇴출사태 이후 더 민감하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최근 두 개 성분에 대해 심혈관 안전성이 입증되기는 했지만 성분도 다르고 분자식도 다르기 때문에 같을 수는 없다"며 "좀 더 장기적으로 안전성을 관찰한 데이타가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장기적인 데이터를 몇 년으로 인정할 것이냐에 대해서는 답을 내리지 못했다. 그는 "아반디아 사태를 계기로 몇 년을 장기 데이터로 인정해줄 것이냐는 논란이 있는게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많은 환자에게 처방 경험이 있는 만큼 안심한 약제로 평가해도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나아가 앞으로 나올 DPP-4 억제제와 심혈관 연구에서도 비열등성으로 나올 것으로 확신한다고 피력했다.

SGLT-2 억제제라는 새로운 계열의 약이 DPP-4 억제제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전망에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혈당을 조절하는 기전이 속속 나오면서 새로운 약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환자에 따라 한 가지 약제로 치료가 될 수 있기도 하고 또 어떤 환자는 2~4가지로 병용요법을 해야 하기 때문에 기존 약이 쓸모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특히 DPP-4 억제제는 부작용을 크게 개선했기 때문에 핵심 약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SGLT-2 억제제는 감염 문제가 있다. 성기능 감염 발생률이 연간 8.4%인데 손쉽게 치료할 수 있다고 해도 10명 중 1명에서 생기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그밖에도 보험이슈와 안전성 입증이라는 숙제가 남아있어 이를 해결하기 전까지는 DPP-4 억제제의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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