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인천경기 전공의협의회 발대식, 적극적인 수련환경 개선 참여

혼란스런 의협, 그리고 대전협
비대위에 전공의 2명 있지만 의견수렴 과정없어  

서울, 인천, 경기 지역 각 병원 전공의 대표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전체 50명 중 10여명이 참석, 10여명이 위임한 24일 지역전공의협의회 발대식에서 전공의대표들은 "지난 3월 10일 가장 강력한 투쟁동력의 주역이었던 전공의들이 불합리한 의료제도가 나올 때마다 그냥 지켜보지만은 않겠다"는 입장을 정했다.

특히 지난달 '영리병원 찬성'이라는 개인적인 입장을 밝힌 장성인 대한전공의협회장에 동의하지 않고, 별도의 움직임을 이어갈 것을 다짐했다.

▲ 서울인천경기 전공의협의회장에 선임된 임대성 전공의

경희의료원 전공의대표인 임대성 전공의(응급의학과4)는 “전공의 대표가 되면서 열악한 전공의 수련환경 문제를 알게 됐다. 주당 평균 100시간 이상 살인적인 근무시간에 이어 의협의 원격진료, 의료영리화 반대, 건강보험 진료개혁 등의 강력한 투쟁 어젠다로  중심 세력이 됐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2차 의협 회원투표 이후 투쟁동력이 멈춰섰다. 전공의 비대위원은 외로웠고 추가적으로 지원할 전공의 조직이나 프로그램이 없었다.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 논의를 이끌어 내는데는 성공했지만, 아직 진전된 논의가 더 필요한 상태다. 또 정부는 여전한 정책 추진을 밀어부치고 있다.

그렇다고 의사협회에 기대기도 어려워 보였다. 전국시도의사회장단과 대의원회에 의해 의협회장이 탄핵되는 등 분위기가 매우 혼란스럽기 때문이다. 어떤 후속 정책이 뒤따를지 모른 상태에서 내부 싸움만 계속되는 상황에서 전공의들은 어느 편도 들고 싶지 않았다. 그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 것이 못내 아쉬웠다.

임 전공의는 “3월 10일 총파업 당시 모든 병원이 기하급수적으로 파업 참여 의사를 밝히면서 급물살을 탔지만, 전공의들의 조직은 허약했다. 투쟁에 참여한 송명제 비대위원장을 지원하고 지역 전공의 협의회를 구성하자는 논의가 있었지만, 실제로 나서는 사람은 없었다”며 “대전협은 우왕좌왕하고 투쟁 이후 수습할 리더십이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의정협의안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없는 가운데, 이번 파업에 대한 이의와 한계를 논할 조직과 자리가 필요했다. 투쟁 이후 일부 전공의 대표들의 임시총회, 토론회 요구에 수동적이었던 현 대전협 집행부에도 재차 쓴소리를 냈다.

그는 “전공의들은 현안 해결에 소극적인 현 집행부를 보면서 혼란에 빠져있다. 총파업을 주도한 전공의들은 투쟁 준비를 계속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많았다”라며 “현재 3차 의정합의를 앞두고 있으며, 의협 비대위에 전공의 2명이 위임을 받아 참석하고 있다. 그러나 새 비대위 방향을 아는 것도 없고, 전공의 입장도 정해지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그만큼 전공의가 모여본 적이 별로 없다는 사실에 착안했다. 각자가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눈 적도 없다. 따라서 이번 총파업이라는 초유의 사태는 어떻게 흘러왔고 앞으로의 전망은 어떤지 살펴보고, 냉정하게 전공의 위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서울, 인천, 경기 전공의협의회는 지난달 4월 28일 전공의 대표 SNS를 통해 논의됐고, 서울 지역 전공의대표 예비모임을 가졌다. 5월 11일 발대식 사전 준비를 위한 모임을 진행하고 통합 연락망을 개정했다. 서울 지역만 별도로 만들려고 했으나, 부산울산경남 전공의 협의회 발족을 보고 지리적인 측면에서 인천과 경기도 함께 하게 됐다.


2차 합의에서 얻은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 논의시작

이날 전공의들은 전공의 투쟁 방향성을 집중 논의했다.

중앙비대위원인 이대목동병원 김이준 전공의는 “지난 3월 10일 파업이 힘들 것으로 생각하던 전공의들이 갑자기 파업에 동참한다는 의사를 나타내면서 기하급수적으로 참여가 늘어났다. 타병원 전공의들의 참여 소식을 듣고 투쟁 참여율이 증가했다. 전면 투쟁을 위해 병원별로 투표에 나섰고 전공의 80~90%가 찬성했다”고 밝혔다.

전공의 요구사항이 포함된 것은 2차 의정협의 결과 발표 때였다.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후속조치를 담보로 했지만, 원격진료는 6개월간 시범사업 시행하기로 하고 영리자법인은 논의 기구를 마련하기로 했다.

여기서 투쟁을 유보하게 됐지만, 원격진료 선시범사업 후 입법이 아닌 입법 절차를 먼저 강조하는 등 정부의 신뢰없는 태도로 투쟁의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고 해석했다. 

문제는 선거, 가처분신청 등으로 혼란스러운 의협의 미래다. 의협 비대위에 참여중인 서울대병원 최윤정 전공의는 “대전협 임총에서 비대위에 참여하기로 의결했다. 지난 4월 27일 1차 비대위에서 원격의료 대응 논의를 했다. 5월 10일에는 시범사업 여부를 놓고 논쟁이 있다”며 “전국 반모임을 만든 다음 6월초 의정협의안을 받을 것인지 아닐지를 정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시도의사회장단이 비대위원들에 무게감을 실어주고 비대위원이 지역투쟁위원장으로 시군구 회장들이 지역투쟁위원으로 구성하는 투쟁체를 구성하기로 했다. 그러나 투쟁 어젠다에 전공의가 들어있는 만큼, 단순히 비대위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 아니라 전공의는 나름대로 의기투합하기로 했다.

서울아산병원 김상형 전공의는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을 위해 집행부의 노력으로 어느 정도는 시작됐는데, 당직시간 등 8개 개정안을 논의하기 위한 병협, 의협, 대전협의 수련평가 기구 논의가 지난 4월 이후 멈춰섰다. 5월 31일에 의협, 병협, 대전협의 사전미팅이 예정돼 있다. 대신 의협 비대위가 이 문제를 다루면서 주체가 누구인지 혼동되고 있으며, 전공의 입장 정리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전공의 의견수렴 창구 역할 "언제든 대정부 투쟁 가능"

가장 큰 문제는 수련 재원 마련 요구와 수련의 양이 아닌 질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다.

김상형 전공의는 “전공의 수련평가는 주로 근무시간 등의 양적인 측면이다. 양적인 수련은 하고 질적인 측면을 고려한 수련방향을 다뤄야 하는데, 진료과마다 특수성이 있어서 미진하다”며 “또한 수련평가기구 설치를 어디에 요구할지 정하고, 또 이를 어길 시 분명한 벌칙도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당 근무시간 확정, 4년차 근무시간 합의를 비롯해 환자를 더 많이 볼 수도 있게 되는 업무 과부하 등 세부적인 조정도 필요하다고 합의했다.

그러나 이날 모인 전공의대표들이 대부분 4년차이고 시간이 그리 많지 않은 한계가 있다. 바쁜 전공의가 한번에 모일 시간 자체도 부족했다. 50명 중 15명 정도만 참여하는 부분도 아쉬웠고, 임원도 서로 맡지 않으려고 했다.

대신 후배 전공의들에 업무를 위임하기 위해 지역 전공의협의회를 안착시키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지역협의회를 만드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이날 모인 전공의들은 “대전협 회장의 개인의견을 따라가면 한계점이 많다. 지역 전공의협의회 안에서 전공의 문제를 논의하고, 대전협에도 요구할 수 있는 창구가 될 수 있으면 한다”며 “전공의들의 조직체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정부에는 위협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 투쟁이 일회적인 것이 아니라 언제든 불합리한 제도가 나올 때마다 지속적이어야 한다”라며 당위성을 집중 부각했다.

이에 서울인천경기 전공의협의회는 8월까지 회칙, 정관, 임원, 회비 등의 사안을 정리하고 9월에 정식 조직에 넘겨주는 것을 전제로, 임대성 전공의를 회장으로 추대했다.

임 전공의는 “전공의가 투쟁의 핵심역할을 했지만, 의협의 대혼돈과 대전협의 소극적인 태도로 투쟁이 멈춰진 부분이 있다. 총파업에 참여한 전공의들은 대부분 정부의 원격진료, 영리자법인을 반대하고 있고,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을 진행해야 하는 만큼,  적극적인 참여와 논의를 이끌어 보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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