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DA "메디케어 대규모 분석 결과 위험도 증가 없다"
전문가들 "무작위 임상 결과와 상충…근거 불충분"
경구용 항응고제인 다비가트란(제품명 프라닥사)의 심근경색 위험도 논란이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새로운 연구를 계기로 또다시 주목받고 있다. 최근 FDA는 다비가트란의 안전성 평가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65세 이상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메디케어(Medicare)에 등록된 환자 중 13만4000여명을 분석한 연구를 발표했다.
연구에서 다비가트란 복용군과 와파린 복용군 간 허혈성 뇌졸중 또는 혈전 관련 뇌졸중, 뇌내출혈, 주요 위장관 출혈, 심근경색, 사망 위험도를 평가했다. FDA는 "분석결과 뇌졸중, 뇌내출혈, 사망 예방 효과는 와파린보다 좋았고, 주요 위장관 출혈 위험도는 높게 나타났다"고 정리했다.
관심을 모은 심근경색 위험도는 다비가트란과 와파린에서 비슷하게 나타났다<표>. 즉 심근경색 위험도를 빼고는 RE-LY 연구와 비슷한 결과를 보인 것.
이번 연구를 근거로 FDA는 "다비가트란의 위험 대비 혜택이 더 큰 쪽으로 고려하고 있고, 현재의 권고사항 및 제품 라벨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현재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 환자들에게 지속적인 복용을 당부했다. 하지만 임상 전문가들은 2009년 RE-LY 연구부터 제기돼 온 다비가트란의 심근경색 위험도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다비가트란 150mg에서 큰 폭은 아니지만 심근경색 위험도가 유의하게 높게 나타난 이후 다수의 연구들에서 동일한 결과들이 제시됐다는 점, 그리고 이번 분석연구가 가지고 있는 제한점들을 지적하며 FDA의 결정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American Journal of Cardiology(2013;112:1973)에 메타분석을 통해 다비가트란이 심근경색 위험도를 41% 높인다는 결과를 발표한 네브라스카의대 Ramin Artang 교수는 우선 FDA 분석 연구의 제한점을 지적했다.
그는 "FDA가 이번 연구의 중요한 방법론 및 세부적인 정보들을 생략한 채 요약된 결과만 발표했고 동료 간 검토(peer-reviewed) 과정도 거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임상현장의 전문가들이 가지고 있을 수 있는 주관적인 편견(bias)도 고려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RE-LY 연구 등 다비가트란이 심근경색 위험도를 높인다는 내용을 알고 있는 의사들의 경우 관상동맥질환 환자나 고위험군에게 다비가트란을 처방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번 연구에서 다비가트란을 복용한 이들이 저위험군일 수 있다는 점에서 다비가트란과 심근경색 간 연관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제언했다.
터키 아즈바뎀의대 Ilke Sipahi 교수는 이번 연구가 무작위대조연구(RCT)가 아니라 관찰연구라는 점에서 여전히 근거로서 적용하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JACC에 다비가트란 관련 RCT 메타분석을 통해 심근경색 위험도를 강조한 바 있는(JACC. 2013;62:945) Sipahi 교수는 "임상적 근거의 표준이 RCT라는 점에 대해서는 대다수의 컨센서스가 형성된 가운데 FDA는 또다시 관찰연구를 근거로 결론을 제시하려 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지난해 다비가트란 주요 임상인 RE-LY 연구와 RE-MEDY 연구를 분석한 결과 심근경색 위험도가 48% 증가했고, RE-LY 연구를 배제했을 때도 심근경색 위험도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며, "다비가트란이 심근경색 위험도를 높이지 않을 가능성은 1% 미만"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그는 다비가트란의 위장관 출혈에서 2012년 11월 FDA가 시행한 관찰연구(NEJM. 2013;368:1272) 결과와 이번 분석 연구의 내용이 다르다는 점도 관찰연구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2012년 연구는 FDA 유해사건 보고 시스템(FAERS)에서 다비가트란과 와파린 간 출혈 사건을 비교한 것으로, 분석 결과 10만일 당 사건 발생률은 다비가트란군 1.6, 와파린군 3.5로 50% 감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오히려 28% 높았다.
Siphai 교수는 "FDA가 관찰연구를 시행하는 이상 다양한 편견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결과적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돌리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FDA가 시행하는 연구에 대해 강한 불신의 뜻까지 내비쳤다.
이에 FDA는 이번 메디케어 분석 결과의 전문을 발표할 계획이고 Siphai 교수가 지적한 위장관 출혈 발생률이 차이를 보이는 이유에 대해서도 연구를 진행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결과적으로 FDA는 이번 연구를 통해 다비가트란의 심근경색 안전성을 확인했다는 입장이지만, 임상현장의 전문가들은 FDA 연구의 한계점을 지적하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어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한편 다비가트란 150mg은 최근 발표된 경구용 항응고제 임상 분석연구(Thromb Haemost 2014;111:783)에서도 심근경색 및 위장관 출혈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