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이 환자 치료가이드라인도 함께 제시

 

▨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HER2 양성 유방암 치료 가이드라인 공개

미국임상종양학회(ASCO)가 지난 5일 Journal of Clinical Oncology를 통해 HER2 양성 유방암에 대한 2개의 새로운 진료지침안을 공개했다. 각각의 가이드라인에서는 진행성 HER2 양성 유방암 환자의 전신요법(systemic therapy)뇌전이가 발생한 환자에서의 치료전략에 대한 내용을 다뤘다.

HER2 양성 유방암은 전체 유방암 환자의 약 15~20%를 차지하는데 재발이 빠르고 생존기간이 짧아 예후가 불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88년 세계 최초의 HER2 표적치료제인 트라스트주맙(상품명 허셉틴)이 론칭하면서 치료의 전기를 맞이했고, 이어 라파티닙(상품명 타이커브), 퍼투주맙(상품명 퍼제타), TDM-1(상품명 캐싸일라)이 차례로 시장에 진입하면서 HER2 과발현 소견을 보이는 대부분의 환자에서 단독 혹은 항암화학요법제와의 병용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들은 암세포를 완치시키진 못하지만 적절히 사용될 경우 환자들의 생존기간을 상당히 개선시키고 일반적인 항암화학요법에 비해 이상반응도 거의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에 공개된 가이드라인은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은 4개의 표적치료제를 전면으로 내세워 이들에 대한 활용전략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가이드라인 제정위원회는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시행된 16개의 3상임상 결과를 토대로 진행성 HER2 양성 유방암 환자의 전신요법에 대한 최초의 근거기반 가이드라인(evidence-based guideline)을 선보였다.

HER2 양성 유방암 환자에서 뇌전이 치료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안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뇌전이의 경우 상대적으로 연구 데이터가 부족해 전문가 합의에 의한 가이드라인(consensus-based recommendation)을 제시했다. 

 

△ HER2 표적치료 기반 3제요법, 1차 치료안으로 권고

첫 번째 가이드라인에서는 절제 불가능한 국소 진행성 및 전이성 HER2 양성 유방암 환자의 1차 치료안으로 트라스트주맙 + 퍼투주맙 + 탁산(taxane) 계열 약제(도세탁셀 또는 파클리탁셀)의 3제 병용요법을 제시했다(근거수준: 상, 권고수준: 강함).

이는 미국 NCCN 가이드라인에서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1차 치료제로 트라스트주맙 + 퍼투주맙 + 도세탁셀 3제요법을 제시한 것과도 일맥상통하는 사항으로, 최근 유방암 치료제 시장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표적치료제에 재차 힘을 실어줬다.

이번 권고사항의 근간이 된 CLEOPATRA 연구에서는 기존 치료 경험이 없는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 또는 보조항암화학요법 후 재발한 환자를 대상으로 도세탁셀 + 트라스트주맙 + 퍼투주맙의 3제요법을 시행했을 때 도세탁셀 + 트라스트주맙 2제요법 대비 사망 위험을 38% 감소시켰고, 무진행생존기간(PFS)을 6.1개월 증가사킨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다만 울혈성 심부전을 동반하거나 좌심실 박출률(LVEF)이 유의하게 감소된 환자, 느리게 진행하는 호르몬수용체(HR) 양성 유방암 환자의 경우 내분비요법을 우선 시행하고, HR 양성 HER2 양성인 환자에서만 필요에 따라 트라스트주맙 또는 라파티닙을 병용하도록 했다(근거수준: 상, 권고수준: 강함). HR 양성 유방암 환자는 HER2 양성 유방암 환자의 절반 가량에 해당한다.

1차 HER2 표적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의 2차 치료제로는 EMILIA 3상임상을 토대로 T-DM1을 권고했다(근거수준: 상, 권고수준: 강함).

EMILIA 연구는 트라스트주맙과 탁산 투여 후 질병의 진행이 있는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무작위·대조연구(RCT)로, T-DM1 투여군은 라파티닙 + 카페시타빈 투여군에 비해 질병 진행률 및 사망률을 유의하게 개선시켰다.

한편 3차 치료제는 1차 및 2차 치료제의 투여력에 따라 권고사항이 달라진다. T-DM1은 과거 투여 경험이 없는 환자의 경우 최우선으로 권고된다(근거수준: 상, 권고수준: 강함). 퍼투주맙은 기존 투여력이 없는 환자라면 투여를 고려할 수 있지만 근거수준은 약하다(근거수준: 불충분, 권고수준: 약함). 이미 퍼투주맙과 T-DM1을 투여받았던 환자라면 라파티닙 + 카페시타빈 2제요법, 트라스트주맙 또는 트라스트주맙 + 라파티닙과 다른 항암제와의 병용투여를, HR 양성 환자일 경우 호르몬요법과의 병용을 시도할 수 있다(근거수준: 불충분, 권고수준: 약함).

또한 항암화학요법과 HER2 표적치료제를 병용투여받는 환자는 질병이 진행되지 않는다면 독성에 따라 최대반응에 도달할 때까지 대략 4~6개월 동안 항암제 투여를 지속하도록 했다(근거수준: 중, 권고수준: 중간).

이번 가이드라인 제정위원회에서 전문가 패널의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Eric P. Winer 교수(미국 MD앤더슨암센터)는 "진행성 HER2 양성 유방암 환자에서 생존율 개선 효과를 입증받은 치료전략들을 선정했다"면서 "새로운 치료제들의 사용법에 대한 명확한 그림을 제시할 수 있는 다양한 연구 결과들이 나와있어 가능했다"고 밝혔다.

 

△ 뇌전이 치료는 환자 예후에 따라

두 번째 가이드라인은 뇌로 전이된 진행성 HER2 양성 유방암 환자의 치료에 관한 전문가 합의 가이드라인으로 환자의 예후에 따라 국소 또는 전신요법을 시행하도록 권고했다. 이번 가이드라인의 주저자인 Naren Ramakrishna 교수(플로리다의대)는 "HER2 양성 소견은 뇌전이의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고, HER2 전이성 유방암 환자에서 전이 발생률이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표적치료제의 개발로 전기 및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생존율이 향상됨에 따라 이에 대한 별도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보고에 따르면 HER2 양성 유방암 여성 환자의 30~40% 정도에서 뇌전이가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HER2 양성 유방암 환자에서 뇌전이가 발생하면 예후가 불량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HER2 표적치료제가 증상조절에 효과적이고, 일부 환자에서는 생존기간을 연장시키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그러나 이들 환자군에 특이적인 데이터 자체가 매우 제한적이어서 단일군 또는 관찰연구에 국한돼 있고, 몇몇 연구는 HER2 표적치료제가 개발되기 이전에 시행된 것으로 가이드라인을 제작하기에는 근거가 불충분했다. 이에 수정된 델파이기법을 적용해 전문가 패널들이 관찰연구와 임상 경험에 기반한 가이드라인 초안을 만들었고, 2차적으로 다른 전문가 집단이 합류해 최종본을 완성했다. 이는 ASCO에서 발표한 공식가이드라인 중 최초의 컨센서스 가이드라인이기도 하다.

구체적으로는 환자의 증상 유무, 절제 가능성, 전이의 수와 크기 등에 따라 예후가 좋은 군과 나쁜 군으로 분류했고, 예후가 좋은 환자에서는 수술, 방사선요법을 포함한 적절한 국소요법을 시행하도록 권고했다. 수술 후 방사선요법을 병행하거나 전뇌방사선요법(WBRT), 정위적 방사선수술(SRS) 등을 시행할 수 있고, 치료 후에는 국소 및 원위부 뇌부전을 확인하기 위해 2~4개월마다 영상검사를 통한 모니터링을 시행하도록 했다.

예후가 나쁠 것으로 판단되는 환자에서는 WBRT, 최적지지요법(best supportive care)이나 완화치료(palliative care)를 고려하도록 했다. 다만 환자에게 과거력 또는 뇌전이가 의심되는 신경학적 증상이 없다면 스크리닝 목적으로 뇌 MRI를 시행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이번 가이드라인에서 전문가 패널의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Sharon Giordano 교수(미국 MD앤더슨암센터)는 성명서를 통해 "전뇌방사선요법과 같은 몇몇 치료는 이상반응으로 인해 인지기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면서 "이 가이드라인이 뇌전이 환자에서 득실의 균형을 갖춘 표준화된 치료를 제공하는 데 도움을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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