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창욱 AO Trauma 아태지역 학술대회장, "연구개발 투자 가능한 의료정책 필요"

“예전에는 뼈가 부러지면 무조건 깁스(석고부목)를 했어요. 하지만 몇 달간 깁스를 하면 합병증 위험이 커지고 불편한 것도 많습니다. 그래서 골절된 뼈를 이을 수 있는 술기와 수술재료가 진화하고, 끊임없는 연구개발을 거쳐 지금까지 오게 됐습니다.”

지난 16일부터 17일까지 이틀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AO Trauma 아시아태평양학술대회 회장인 오창욱 경북대병원 정형외과 교수의 말이다.

▲AO Foundation은 골절 기술을 연구하기 위한 의사들의 모임으로 1958년부터 시작됐다. 아태지역 학술대회 회장을 맡고 있는 경북대병원 정형외과 오창욱 교수.

AO Foundation은 골절치료 연구를 위한 비영리단체로 1958년 스위스 다보스에서 처음 시작됐다. 골절 중에서도 외상(TRAUMA), 척추(SPINE), 안면(CMF), 반려동물(VET) 등 크게 4가지 파트로 나눠져 있다. 현재 100여국, 1만 2000명의 의사가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처음에는 소수 의사들의 연구모임이었으나, 수술재료를 만들기 위해 의사 참여만으로는 불가능했다. 뼈를 잇는 금속 기기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스위스, 독일 등의 금속 전문가와 엔지니어가 함께 모였다. 이에 의사, 엔지니어가 유기적으로 모여 제품을 연구개발했고 덩달아 AO Foundation도 커졌다. 

오 교수는 "해가 갈수록  참여가 늘어나 전세계 의사 그룹이 모이게 됐다. 부위마다 전문가가 다르기 때문에 세분화됐다”라며 “제품 개발에 대한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들이 서로 회의를 통해 많은 자문을 거치고, 혁신적인 뼈 임플란트 등을 개발하는 관계를 쌓아나갔다. 제품 하나를 만드는데 무려 10년이 걸리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는 젊은 의사들의 교육 기회 확대로도 이어졌다. 오 교수 역시 AO의 지원을 받아 독일에서 연수를 받고, 새로운 기술을 배울 수 있었다.

AO Trauma는 존슨앤드존슨메디칼 드퓨 신테스(Depuy Synthes) 전신인 한 스위스회사에 처음으로 제품개발을 의뢰했다. 이후에도 교육과 연구개발 분야에서 지속적인 파트너십을 이어가고 있으며, 지금은 더 많은 회사들이 함께 참여한다. 개발된 제품은 선진국 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 의사들에게도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는 등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특히, 아시아권 국가에서도 치료경험을 공유하는 기회를 늘려보자는 취지로 2년 전 아시아태평양 학술대회가 홍콩에서 처음 열렸다. 우리나라에서 2번째 AO Trauma 아태지역 학술대회가 열린 것이다. 아시아는 물론 전세계 약 400명의 의사들이 참석했다.
 
그는 “AO의 메인이 외상이다. 이번 학술대회를 한국에서 할 수 있게 된 것은 그만큼 한국의 위상이 커지고 의료수준이 높아진 것을 보여준다”라며 “뛰어난 골절수술 기술을 아낌없이 발휘하고 있으며, 일본, 대만 등에서도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싼 제품만 쓰게 만드는 한국 의료정책 아쉬움

그러나 마냥 긍정적인 모습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의료정책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수술에 쓰이는 금속 임플란트는 좋은 제품이 많지만, 그저 싼 제품만 찾게 만드는 현실은 환자 치료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이다.

오 교수는 “포괄수가제를 시행하면 처음에는 가격이 싸게 느껴져 국민들도 좋아한다. 그러나 가격을 묶어놓으면 도저히 수가를 맞출 수 없고, 결국 싼 재료, 싼 임플란트만 찾게 된다”라며 “승용차에는 마티즈와 벤츠 등이 있고, 2009년식, 2014년식이 모두 다르기 마련인데 심평원은 전부 같다고 평가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싼 제품만 찾다보면 의료기기 개발 아이디어를 낼 수 없고, 개발되더라도 사용하지 못하게 된다. 결국 의료수준이 퇴보하게 된다. 수명이 짧거나 품질이 떨어지는 임플란트를 써야할 수도 있다. 골다공증으로 인한 골절 환자가 늘어나면서 더욱 걱정이 많다.

그는 “똑같은 골절이더라도 환자의 신체구조는 물론, 기술과 제품에 따라 치료의 차이가 매우 크다. 전세계 전문가그룹이 끊임없이 R&D 회의를 하고 신제품을 뼈에 맞춰보거나 실험을 하고 있다"라며 "연구개발이나 교육 기회가 많아야 하지만, 우리나라는 잘못된 의료정책으로 갈수록 치료에 제한이 생기게 만들고 있다”고 강변했다.

또한 그는 우리나라가 미국, 유럽에서 교육을 받았듯, 우리나라 역시 태국, 인도, 베트남 등의 개도국 교육이 가능하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건의했다. 이번 학술대회도 개도국 의사들이 다수 참석해 실제 수술장면 등을 배우고 돌아갔다. 아직 현지에서는 수술방법을 배우기 힘들고, 미국, 유럽 등지에 다녀오기에는 비용,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탓이다.  

오 교수는 “골절된 뼈를 붙게 하는 기술은 줄기세포나 바이오 인공뼈 등에서도 새로운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다. 최소침습수술, 로봇수술 등도 하루가 멀다하고 진화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좋은 제품이 개발되고, 치료수준이 올라갈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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