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만병상 증설 계획에 병원 유치 선거공약까지 '한숨뿐'

양적 팽창은 끝난 것 같아 보이던 국내 대형병원들의 병상수 확대가 여전하다. 심지어 지방선거를 앞두고 예년처럼 병원 유치를 공약으로 내세우는 후보들도 다수 있다.
OECD 평균의 2배에 달하는 인구당 병상수에 병원 과열 경쟁, 과연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병원경영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집중 논의된 병원들의 현황과 지역별 병상총량제의 필요성을 짚어봤다.


무한 병상 확대 여전히 계획 중

2012년 우리나라 공공병상수는 3만 5696병상,(11.8%), 민간병상수 26만 6005(88.2%), 합쳐서 30만 2500병상에 이른다. 인구 1000명당 8.8병상으로 OECD 국가의 2배 규모다. 그럼에도 여전히 1만병상 정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올해만 해도 인천국제성모병원이 1000병상으로 문을 연데 이어 세브란스병원 암병원 500병상이 오픈했다.  2016년까지 나온 계획을 보면 수도권에서도 경기도 성남시립의료원 500병상, 을지대 의정부병원 1000병상, 용인 동백 세브란스병원 800병상, 인천 인하대병원 600병상, 검단신도시 중앙대병원 1000병상, 마곡 이대병원 1000병상 등이다.

▲병원들의 병상수 확대 계획

지방으로도 대구 동산의료원 1000병상, 창원 한마음병원 500병상, 천안 순천향병원 800병상, 세종 충남대병원 500병상, 군산 전북대병원 500병상 등이 여전히 병상 확충 계획을 내세웠다. 

병상수 무한 팽창을 이어가자 대형병원은 연구중심병원, 전문, 중증 진료를 확대하자는 방침이 나오고 있으며, 지역병상 총량제도 검토하고 있다.

H&M컴퍼니 임배만 대표는 “의료기관 개설 허가제가 폐지된 2000년 이후 병상 증가 억제 정책이 없는 실정이다. 대형병원과 기존 병원들 간의 병상 증축 경쟁으로 병상 과잉이 야기되고, 지역 간 입원 병상수 격차가 심화됐다”며 “의료자원의 고른 분배와 지역간 의료격차 해소를 위한 지역별 병상총량제 도입 검토가 요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방선거 앞두고 병원 유치 공약 쏟아져

병원 자체 계획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6.4 지방선서가 후보등록을 마친 가운데, 각 후보들의 병원 유치 공약은 이번에도 튀어 나왔다. 

한현택 대전 동구청장 후보는 1996년부터 진행해 온 숙원사업이라며 시립병원 동구 유치를 내걸었다.  유한식 새누리당 세종시장 후보는 서울대병원을 의식하며 암 등 임상연구를 병행하는 상급 종합병원을 유치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정정균 무소속 전남 여수시장 후보는 의료시설 고급화를 위해 여수시민은 물론 외국인이 찾을 수 있는 최고의 의료진을 갖춘 종합방원을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수도권에도 이어졌다. 황춘자 새누리당 용산구청장 후보는 “2011년 3월 중앙대병원 이전 뒤 대형병원이 들어오지 않았다”며 “코레일 땅이지만 구민 안전과 건강을 위해서라도 이른 시일 안에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 후보는 남양주시민들이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의료서울리조트 부지에 종합대학병원을 유치하기 위해서도 노력한다고 내세웠다.
 

OECD 국가 병상 수 2배, 의사수는 부족  

한국병원경영연구원이 밝힌 2010년 우리나라 병원 총 병상수는 인구 1000명당 8.8병상으로 OECD 회원국 병상수 4.9병상보다 3.9병상이 많다. 주요 국가의 병상은 프랑스 6.4병상, 독일 8.3병상, 영국 3.0병상, 미국 3.1 병상 등이다.
 
반면, OECD  대비 의사수는 부족하다. 인구 1000명당 2.0명이며 2005년 1.6명에 비해 0.4명 증가한 수준이었다. 다른 나라를 보면 프랑스 3.1명, 독일 3.7명, 영국 2.7명, 미국 2.4명 등이다. 그만큼 병상수는 많은데 의사수는 부족한 만큼, 업무 과부하가 심각하다. 

문제는 한정된 수익구조로 인력은 늘리지 못하고 인건비를 줄여야 하는 병원 경영의 어려움이다. 또 전문의들의 수도권 집중으로 지방 병원의 의사 인력난이 가중되고, 환자가 더 적더라도 수도권 대비 인건비가 1.5배까지 상승한다.

2011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결과를 보면 지역별 인구 10만명당 입원병상수가 부산 1403병상, 광주 1505병상, 전북 1598병상, 전남 1529 병상 등으로 서울 717병상, 경기 739병상, 인천 885병상 등에 비해 훨씬 많다.

병원경영연구원 이용균 연구실장은 “지역별 병상총량제 도입 찬성은 병상관리의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병상증가 억제를 막을 수 있고, 의료자원의 지역적 왜곡 현상을 개선할 수 있다”며 “그러나 법을 피해 일부 지역에 병상이 몰릴 수 있으며, 정부 개입으로 공급시장을 더 왜곡시킬 수 있다는 반대주장이 맞물린다”고 역설했다.


병상총량제 논의됐지만 제자리 걸음

지난 2012년 말 새정치민주연합 김용익 의원은 보건의료계획을 수립할 때 지역별 병상 총량을 관리하는 시책을 마련하도록 주문했다. 중복투자로 인한 병상공급 과잉문제를 개선해 보건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겠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이에 대해 여전히 검토 중이다. 복지부 측은 “어떠한 방향이 국민을 위해 바람직한 것인지를병상관리 등을 포함해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있다”며 “현재는 서비스 질에 따라 평가하고 여기에 따른 보상책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병원들은 병상총량제가 나오기 전 빨리 병상을 확대하겠다는 방침과 더 이상 병상 확대로는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 맞서고 있다.  

한 대학병원장은 “병상총량제 논의가 본격적으로 오가고 있다. 그 전에 빨리 병상 계획을 수립해 병상수 확대를 해야 한다. 규모의 경쟁이 불가능하지만, 일정 부분의 규모가 되지 않고서는 성장을 할 수 없는 것이 지금의 수익구조”라고 피력했다.

건국대의료원 양정현 원장은 “지방에는 기준 병상 일부를 폐쇄하는 곳이 늘어날 정도로 심각하다. 빅5병원 외에는 더이상 양적 팽창은 불가능하다. 병원도 병상을 늘릴 것이 아니라 다른 자구책을 모색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뚜렷한 방법이 없어 보인다”고 한탄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의원급에서는 더욱 심각하다. 대학병원이 병원, 종합병원의 환자를 빼앗아가고 반대로 병원은 의원급에서 연쇄적으로 환자를 흡수, 의원급의 환자는 날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100병상당 의료이익률을 보더라도 160병상 이상 병원은 흑자를 내고 있지만, 160병상 미만 병원에서는 -5.3%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장비 등의 투자 대비 효율적인 자원이용도 그렇지만, 환자들이 규모를 보고 병원을 선택한다는 이야기도 된다. 이에 의사협회, 중소병원 등은 병상총량제를 주장하고 있지만 아직 불투명하다.
 
개원가에서는 “대형병원은 무리한 병상을 확대하면서 고작 의원들의 환자를 빼앗아가는 것을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중증 질환 확대가 아니라 경증 질환 외래 환자까지 독식하려는 구조다.  병상총량제 확대에 의료기관 기능 재정립의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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