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경영학회 춘계학술대회 "한국 병원들 대위기"

"인건비 절감 외엔 방법 없어...건강보험 패러다임 바꿀 시기"

병원이 성장한계에 도달했다는 한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지금과 같은 건강보험체계와 과열 병상경쟁에서는 방법이 없는 만큼,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6일 서울아산병원에서 열린 한국병원경영학회 춘계학술대회에 참석한 병원 관계자들은 '한국 병원의 경영위기에 대한 구조적 이해와 분석' 토론을 통해 2012년부터 시작된 환자, 수익 감소를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학회 전 회장인 H&M 컴퍼니 임배만 대표는 “이미 외래환자 수는 정체돼 있고, 입원환자도 감소하고 있다. 수술건수도 줄었다고 한다. 의원, 병원급에 입원하는 환자가 줄어들고 있고, 연달아 종합병원, 대학병원에 여파가 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인건비는 계속 증가 추세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외주용역을 주더라도 결국 관리비 상승의 요인이 된다. 나날이 늘어가는 물가 인상율을 따라가기 힘들 정도다. 

공공병원은 무조건 적자이고 민간병원은 적자가 심하지는 않지만 십수억원이 금융 비용으로 나가기 때문에 어렵다. 잘되는 병원은 7~8% 순이익을 내고 있지만 반대로 안되는 병원은 7~8%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2012년 기준 의료수익 의료이익률을 보더라도 상급종합병원 2.8%, 300병상 이상 병원 0.7%, 160~299병상 병원 1.5%, 160병상 미만은 -5.7%, 병원급 9.3% 등 일부 요양병원, 전문병원 빼고는 저조하거나 적자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현재같은 이익률을 가지면 병원의 재투자가 불가능하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임 대표는 “재투자를 해야 우리나라 의료가 발전할텐데 재투자를 할 수 있는 여력이 전혀 없다. 병원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의료의 수준이나 질이 저하될 것"이라며 "병원은 인건비를 줄이는 등 어떻게든 자구책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 결국 건강보험료를 인상하고 적정수가를 보존해주지 않는 한 병원경영이 좋아질 수가 없다”고 역설했다.

병원경영연구원 이용균 연구실장도 2010년 OECD 평균 병상의 2배인 인구 1000명당 8.8병상을 넘어선 만큼, 이미 적자생존시대라고 해석했다.  

빈익빈부익부가 그대로 드러나고 있으며,  2012년부터 실제 환자수가 감소하면서 마이너스 성장에 돌입했다. 수익은 줄어드는데 비용은 증가하면서 비상경영 체계에 돌입했다. 임상검사 수가 인하, 영상장비 수가 인하, 초음파 급여화, DRG 확대 적용에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까지 나오면서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 실장 역시 건강보험 체계 개편없이는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저부담, 저수가, 저급여 보험제도 문제를 해결하고 건강보험제도 다원화를 전제로 의료서비스산업 활성화 및 진료 고도화, 의료서비스 고용창출 등의 새정책과제 추진을 건의했다. 

이 실장은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은 그저 이데올로기, 정치적인 접근에 그치고 있다. 일본은 외래와 입원 보장이 3대 7인데, 우리는 5대 5에 달한다. 외래의 비용효과성을  따져보고 입원 중심의 지속가능한 보장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로 위기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첨단을 달리면서도 필수의료  인력이 부족한 비첨단이 공존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가협상 시기지만 환산지수 인상율 2.0% 내외를 벗어나기 어렵다. 건정심의 8:8:8  구조에서는 공급자가 정부, 가입자의 설득을 얻기 힘들다”며 “대신 수가는 상대가치점수와 환산지수를 곱한 수치인 만큼,  상대가치점수부터 개정해야 한다. 우리의 상대가치점수는 5년마다 재조정하지만, 일본은 2년마다 전문가에 의해 산정되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의료재단연합회 정영호 회장은 “병원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수단이 거의 없다. 원가 낮추기가 매우 힘들고, 어떻게 비급여를 유지할 것인지가 생존의 수단일 뿐"이라며 "병원이 새로운 가치 창출을 가능하도록 규제를 개선하고, 건강보험 재정 적정화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강변했다.

강북삼성병원 강상권 행정부원장은 “병원이 진료만 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도 해야 하고 연구도 해야 한다. 열심히 진료하고 연구하면 희망이 있어야 하는데, 계속 적자가 나는 상태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경희대 의료경영학과 김양균 교수는 “새로운 의료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병원 환자가 증가하면 곧바로 의원은 환자가 감소하는 등의 제로섬 게임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1, 2, 3 차 의료기관, 장기요양서비스, 홈케어 등을 통합해 각각 기능에 맞게 보상하는 ACO 모델 등이 제안됐는데, 이처럼 아예 새로운 모형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제언했다.

한편, 이날 끝까지 토론을 지켜본 보건복지부 곽순헌 의료기관정책과장은 “적정수가 보상 문제를 위해 복지부 내부적으로도 작업하고 있다. 그러나 복지부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보험료를 내는 사람들이 동의를 해야 한다. 의료계는 가입자의 보험료 인상에 대한 설득을 얻을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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