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식·COPD에 ACOS까지 가세, “질환 정의 어렵다”vs“임상적 실체 있다”
천식·COPD에 ACOS까지 가세, “질환 정의 어렵다”vs“임상적 실체 있다”
  • 이상돈 기자
  • 승인 2014.05.16 16: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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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률 증가세·예후 열악·비용부담 증가... ‘3중고’대비해야
 

심혈관질환에 대사증후군이 있다면, 호흡기질환에는 중복증후군(Asthma-COPD Overlap Syndrome, ACOS)이 있다. 대사증후군이 고혈압·고혈당·지질이상·비만 등이 동시에 발현돼 심혈관사건 및 사망위험을 배가시키는 것과 같이, ACOS는 천식과 COPD의 증상 및 특성이 동반돼 급성악화와 이로 인한 사망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X증후군(syndrome X)으로 불렸던 대사증후군을 하나의 질환으로 보고 치료할 것인지에 대해 순환기·내분비 학계의 논쟁이 있었던 것처럼, ACOS의 정의와 임상적용을 놓고 천식·COPD·알레르기 학계의 열띤 논의가 진행 중이다. 아직까지도 대사증후군의 정의와 진단기준이 통일되지 않고 있듯이, 각 학회와 국가 별로 ACOS의 정의가 없거나 제각각이다.

대사증후군을 하나의 질환으로 인정하고 이에 맞는 치료를 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실제 진료현장에서 심혈관 위험인자가 동반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으며, 이러한 환자들의 심혈관사건과 사망위험이 높더라는 임상경험이 근저에 깔려 있었다. 즉 임상적 실체(clinical entity)가 있었다는 것이다.

# 사례 1. 48세(남)의 김△△씨는 최근 기침과 호흡곤란이 심해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25살에 천식을 진단받았고 담배를 하루 한갑씩 30년간 피웠다. CT에서 폐기종이 확인됐고 폐기능이 현저히 떨어져 있는 상태였다.

# 사례 2. 어렸을 적부터 천식을 앓아 오던 45세(여) 이□□씨는 호흡곤란으로 병원을 방문했다. 비흡연자였으나 알레르기 비염이 있었고, 기관지확장제 투여 후 1초간강제호기량(FEV₁)이 지속적으로 80%를 밑돌았다.

# 사례 3. 기침·객담으로 고생하던 71세(여) 박○○씨는 비흡연에 폐렴력이 있는 상태에서 호흡곤란으로 내원했고, 역시 기관지확장제 투여 후 FEV₁이 수년 간 80% 미만으로 폐기능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ACOS의 실체
ACOS는 아직 학계에서 공인된 개념이 아니다. 하지만 임상적 실체는 인정받고 있다. 호흡기내과나 알레르기내과 전문의들은 실제 임상현장에서 위 사례와 같은 환자들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고 증언한다. 천식 환자이면서 COPD의 임상특성을 같이 갖고 있는 경우다.

천식은 ‘여러 세포와 다양한 매체들이 관여하는 기도의 만성 염증성 알레르기 질환’으로 정의되고 있다. 한편 COPD는 ‘비가역적인 기류제한을 특징으로 하는 폐질환으로서 만성 염증에 의한 기도와 폐실질 손상으로 인해 발생한다’고 정의된다. 둘 모두 ‘기도염증을 포함하는 주요한 만성 폐쇄성 기도질환’이지만 천식은 기류장애의 가역성을, COPD는 비가역적인 기류제한을 특징으로 한다. 천식은 변이성이 크지만, COPD는 적다. 두 질환을 감별하는 기준이기도 하다.

그런데 천식 환자에서 비가역적 기류장애가, COPD 환자에서 가역적 특성이 관찰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임상적 실체에 대해 지난 10여년 전부터 학계의 논의가 있어 왔으며, 현재 임상에서는 이 같은 사례를 ACOS 환자라고 지칭하고 치료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질환 정의 어렵다”
일각에서는 천식과 COPD의 특성이 겹치는 병태의 실체는 인정하나, 이를 별도 질환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아직 정의가 명확치 않아 임상에서 일관되게 적용되지 못하고 있으며 이를 별도로 치료해야 할지, 치료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생소한 영역이고 관심도가 떨어지다 보니, 아직 중복증후군에 대해 아는 것이 많지 않다. 천식과 COPD 환자 가운데 임상특성이 겹치는 환자들을 ACOS로 규정하고 분석해 보면 유병률이 2~15%까지 널을 뛴다. 천식 환자에 대한 연구에서는 COPD 증상의 환자들이 배제되고 COPD 연구에서는 천식 특성의 환자들이 등록되지 못하다 보니, ACOS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마련하기도 힘들다.

“ACOS 폐해 심각”
하지만 임상현장에서는 호흡기·알레르기질환 진료시 흔히 접할 수 있는 중복증후군 환자들의 폐해가 심각한 지경에 이를 수 있다는 주장이다. 결핵및호흡기학회는 COPD 진료지침을 통해 “중복증후군이 천식 위험인자(알레르기 비염, 소아기 천식 등)가 있는 흡연 고령자에서 관찰될 수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아직 컨센서스(consensus)는 없지만, 아토피·고령·흡연 등이 ACOS의 주요 위험인자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를 종합해 볼 때 고령사회를 앞두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ACOS의 유병률이 예상보다 훨씬 높은 수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ACOS로 진단되는 환자들의 예후가 천식이나 COPD 단독에 비해 매우 열악하다는 점이다. 폐기능 손상, 악화, 입원율, 사망률의 정도가 모두 ACOS 환자에서 상대적으로 높다. 천식과 COPD 환자들을 코호트로 구성해 장기간 관찰한 국내 연구를 보면, ACOS 환자의 폐기능장애로 인한 입원율과 사망률이 COPD 단독 환자에 비해 유의하게 높다(P<0.001).

또 다른 국내 연구에서도 ACOS 환자의 응급실 방문과 입원 빈도가 COPD 단독 환자와 비교해 유의하게 높은 수치를 보인다(P<0.05). 이렇다 보니 ACOS 환자에게 소요되는 의료비용이 내원과 입원을 막론하고 COPD 단독 환자에 비해 역시 높은 수치를 나타낸다(P<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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