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아산병원 알레르기내과 조유숙 교수

 

천식환자 중 현재 사용 가능한 약물로 증상이 조절되는 환자는 90%지만, 나머지 10%는 여전히 조절되지 않고 있다. 천식 전문가들은 조절되지 않는 환자들에 대한 치료의 실마리를 천식 환자의 임상적 표현형인 페노타입(phenotype)과 기전적 분류인 엔도타입(endotype)에서 찾고 있다. 천식 자체가 이질적(heterogeneity)인 질환이라는 점에서 천식의 페노타입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고, 동일한 페노타입임에도 조절이 되지 않는 이들의 경우 다른 기전적인 원인이 있을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엔도타입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것이다.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난치성천식연구회 간사를 맡고 있는 조유숙 교수에게 천식에서의 페노타입과 엔도타입이 임상현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구체적으로 들어봤다.

- 천식에서의 페노타입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페노타입은 말 그대로 드러나는 환자의 임상적 양상을 의미한다. 대표적으로 알레르기성 천식은 집먼지진드기 등 특정물질에 알레르기가 있고, 비염도 있으면서 특정물질에 노출되면 증상이 심해지는 전형적인 특징을 보인다. 이에 비해 아스피린 과민성 천식의 경우 비용종(nasal polyp)이 동반되고, 여성에서 호발하며, 20~30대 호발, 감기 이후 증상발현 등 비전형적인 특징을 보인다. 즉 특징적인 내용에 따라 분류하는 것이다.

페노타입에 따른 접근방법은 기본적인 치료단계만 제시하는 국제천식기구(GINA) 가이드라인에서는 다루고 있지 않다. 하지만 실제 임상에서 환자들을 관리하는데 있어서 흡입 코르티코스테로이드(ICS), 지속성 베타2작용제(LABA) 등 약물의 강도 조절, 추가적 주의사항 등을 고려할 수 있다. 천식 진단의 기준이 폐기능 회복 가능, 기도과민증 또는 기침, 숨참 등 최소한도로 제시되고 있기 때문에 실제 임상현장에서 환자의 평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 대표적인 페노타입으로는 어떤 종류들이 있나?
먼저 언급한 알레르기성 천식이 있다. 일반적으로 경증으로 나타나 환자가 스스로 조절해서 오는 경우들도 있다. 하지만 다른 메커니즘으로 인해 드물게 중증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또 염증에 연관성을 보이고 스테로이드에 저항성이 있는 호산구성 천식의 경우 중증인 경우가 많고, 대부분 여성, 비만인 이들에서 호발한다. 호중구성 천식, 불안정한 천식도 많이 접하고 있다. 특히 불안정 천식의 경우 갑작스러운 악화가 큰 폭으로 오는데, 명확하진 않지만 염증보다는 기관지평활근 이상에서 기인한다는 보고가 있다.

- 페노타입과 함께 엔도타입도 부각되고 있는데?
페노타입이 임상적 표현형이라면, 엔도타입은 기전에 관련된 내용이다. 기도과민증, 회복 가능한 기도폐쇄 등이 천식의 주요한 증상이지만, 이를 발생시키는 기전이 다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치료제의 타깃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예로 아스피린 과민성 천식 환자 중에서도 아스피린 등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NSAID)를 복용시 중증으로 나타나는 게 보통이지만 일부는 경증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페노타입과 엔도타입이 1:1로 대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각 페노타입을 야기하는 엔도타입을 찾는 부분에 연구가 집중되고 있다.

- 페노타입·엔도타입이 가장 활발히 연구되는 환자군은?
현재로서는 중증 환자에서 페노타입·엔도타입의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페노타입에 따라 다양한 환자분류가 가능하지만, 그런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환자들은 현재의 약물로 조절이 가능하기 때문에 증상이 조절되지 않고 있는 중증 환자들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경우 효과적인 치료전략과 새로운 약물의 개발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흉부학회(ATS)와 유럽호흡기학회(ERS)는 테스크포스팀을 조직, 최근 중증 천식 관리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바 있다. 이 가이드라인에서는 중증 천식에 대한 정의, 환자 분류, 엔도타입, 환자별 치료전략 등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아직 GINA 가이드라인처럼 국제적 합의를 얻지는 못했지만, 천식 맞춤치료에 대한 기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게다가 이를 기반으로 엔도타입에 대한 연구가 진행된다면 이후 페노타입별 타깃 치료제, 나아가서는 환자별 맞춤치료까지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 중증 환자 관리에서 신경써야 할 부분이 있다면?
천식의 중증도에 기여하는 요소들(compounding factors)도 고려해야 한다. 가장 많은 부분은 축농증, 비염 등 코에 문제가 있는 경우다. 이로 인해 중증 천식으로 발전했지만 축농증, 비염의 관리를 통해 중증도가 완화되는 경우가 있다. 위식도역류질환(GERD)도 천식으로 진단되는 경우가 있어, GERD를 조절하면 중증도가 완화되는 경우도 많다. 또 우울증, 불안장애가 동반된 천식환자들도 우울증, 불안장애의 관리를 통해 천식이 조절되는 사례도 많다. 그렇지만 이들 요소가 천식의 중등도에 100% 연관성을 가진다고 확정할 수는 없다. 실제 임상에서 이 요소들이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는 알 수 없기 때문에, 이들 질환을 교정할 필요는 있지만 중증 천식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간주돼서는 안된다.

- 천식·COPD 중복증후군도 많이 거론되고 있는데.
성인 중증 천식에서는 천식-COPD 중복증후군(ACOS) 환자들이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외래 경험상 절반 정도로 보고 있다. 흡연을 하는 천식환자에서 발생하거나, 흡연하는 COPD 환자이지만 천식 양상이 보이는 것으로, ‘COPD with asthmatic component’ 또는 ‘Asthma with irreversible airway obstruction’으로 기재되는 사례들이다. 대부분은 기관지 위주의 COPD에서 천식 양상이 보이지만, 드물게 천식환자에서 폐기종 소견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에 개인적으로는 만성폐쇄성기도질환(Chronic Obstructive Airway Disease, COAD)라는 범주로 천식, COPD를 묶어놓고 다시 환자들을 분류하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