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치매 인구 급증…2050년 1억명 넘을 것

전 세계적으로 치매 인구가 급증함에 따라 시장도 그만큼 확대돼 제약산업에 있어 '블루오션'이 되고 있다.

전 세계 시장 규모 50억 달러

전 세계 치매 인구는 2010년 약 3560만명에서 2050년에는 약 3배 증가해 1억154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규모로는 연간 50억 달러(한화 5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며, 2017년에는 90억달러(10조원)를 넘을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치매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알츠하이머성 치매 치료제 시장은 2020년 약 143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알츠하이머성 치매 치료제의 주요 품목은 △도네페질(donepezil, 주요제품 아리셉트) △메만틴(memantine, 주요제품 나멘다) △리바스티그민(rivastigmine, 주요제품 엑셀론) △갈란타민(galantamine, 주요제품 라자다인) 4가지 품목이다.

아리셉트는 32.34%, 나멘다는 20.94%, 엑셀론은 7.85%, 라자다인은 5.62%씩 각각 시장을 점유(2011년 기준)하고 있다.

국내 사정도 다르지 않다. 2012년 국내 치매 노인 인구는 전체 노인 인구의 9.1%에 달하는 53만명으로 2008년 42만명에서 26.8%가 증가했으며, 2025년에는 1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치매치료제 시장은 2009년 720억원에서 2012년 4000억원 규모로 급증했으며, 연평균 성장률은 20%에 달해 2020년에는 약 2조 이상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에자이가 만들고 대웅제약이 판매하는 아리셉트가 지난해 전년대비 11.9% 증가한 약 393억원 처방됐으며, 노바티스의 엑셀론이 약 212억원 처방되며 뒤를 이었다.

룬드벡의 에빅사는 전년대비 5.6% 감소한 72억원을 기록, 3위에 올랐으며, 얀센의 레미닐PR은 전년대비 18.50% 감소한 71억원에 머물렀다.

이 밖에 삼진제약, 명인제약, 동아ST, 환인제약, CJ헬스케어 등 국내 제약사들이 치매 치료제 시장 상위권에 올랐으며, 주성분은 도네페질이 가장 많았다.

이처럼 치매 치료제 시장은 점차 확대될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각각 품목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제대로 된' 치료제는 아직

그러나 아직까지 시중에 나온 약제는 '치료'라기보다는 억제와 진행을 늦추는 것에 그치고 있다.

한림대성심병원 홍나래 교수(정신건강의학과)는 "치매 치료제는 회복된다기보다 악화되는 속도를 늦추는 것에 그치며, 하다못해 진행을 멈추게라도 하면 좋은데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다.

이상적인 치매 치료제에 대해서는 "치매 자체를 이상적으로 회복할 수 있거나 멈춰야 한다. 어쨌든 병리적인 것을 잡아야 하는데,  상태를 호전시키려면 뇌세포가 살아나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정안나 연구원이 작성한 '주요 질환별 R&D 조사·분석 보고서'에서도 현재 효과적인 치료제는 도네피질과 같은 콜린성 신경계 조절 약물이 유일하고, 이는 증상 완화에만 효과가 있고 증상 진전 억제는 불가능하며 근본적 원인을 치료할 수 있는 약물이 필요하다고 기술했다.

실제 제약사들은 치매 치료제 시장에 매력을 느끼고 있지만, 신약 개발에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0년 화이자는 새로운 알츠하이머 치료제의 임상 3상을 시작했으며, 2~3년 내에 시장판매가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화이자뿐 아니라 릴리, 로슈 등의 다국적 제약사들도 획기적인 치료제 개발을 통한 알츠하이머병 극복이 눈 앞에 왔다고 발표하는 등 치료제 개발에 대한 기대를 한껏 높였다.

하지만 지난 2012년 7월 화이자가 존슨앤존슨과 손을 잡고 개발에 나섰던 바피뉴주맙(bapineuzumab)의 임상시험은 실패로 돌아갔고, 릴리가 2010년 세마가세스테트(semagacestat)의 임상 실패 이후 2년 만에 두 번째 치료제로 개발 중이던 솔라네주맙(solanezumab) 또한 기억력감퇴를 지연시키는 데 실패했다.

보고서는 1997년부터 2011년 사이 101개 치료제가 개발에 실패했고 3개의 증상 치료제(도네페질, 리바스티그민, 메만틴)만이 승인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에서 야심차게 출발한 치매 치료제들이 막대한 시간과 연구개발비를 투자했음에도 잇따라 실패하자, 치매 관련 연구는 크게 위축되는 양상을 보였다. 일부 제약사는 신경과학 계통의 조직 규모를 줄이기도 했다.

이 와중에 국내 제약사도 치매 관련 연구를 일부 진행하고 있다. 광동제약은 천연물인 현삼을 소재로 한 치료제의 2상 임상을 완료한 상황이고, SK케미컬도 천연물인 백두옹으로 3상 임상을 진행 중이다.

환인제약은 당귀에서 추출한 치매 치료제의 개발에 나섰다가 임상을 마무리하고 시판허가를 앞둔 상황에서 돌연 허가신청을 철회했다. 이후 새로운 후보물질인 'WIB-1001C'로 현재 전임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메디포스트는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매 치료제 뉴로스템의 제 1·2a 임상시험의 첫 피험자 투여를 최근 완료했다. 뉴로스템-AD는 제대혈에서 추출한 간엽줄기세포를 원료로 하며,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매치료제 개발은 전 세계 최초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동아쏘시오홀딩스는 지난해 10월 동아쏘시오 R&D센터에 '동아치매센터'를 개설하고 치매 치료제 개발을 선언했다.

개발 중인 품목은 뇌신경성장인자 감소 억제제와 타우단백질 과인산화 억제제다. 기존 치료제 개발이 대부분 베타아밀로이드 생성과 축적을 저해하는 기전인 데 반해 이 제제는 타우단백질의 과인산화를 막는 기전을 찾아 기존 방식과는 다르게 연구 중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진흥원 정 연구원은 "기존 치료제는 증상을 완화시키는 수준이었으나 현재 개발 중인 신약 후보물질은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증상의 진행을 예방·둔화시키는 데 초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연구개발 투자, 암의 7분의 1 수준

아울러 그는 치매 관련 분야의 연구 개발 투자가 확대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치매의 사회 경제적 비용 증가를 고려했을 때, 치매는 암보다 건강 및 사회적 비용이 2배 이상 소요됨에도 연구개발비용은 매우 적다는 지적이다.

2010년 우리나라 정부 연구개발 투자금액 중 치매 관련 투자금액은 약 318억원이며, 암 관련 연구개발 투자금액(2097억원)의 7분의 1에 불과했다.

반면 미국은 치매의 중요성을 연방정부 차원에서 인식하고 치매 관련 법률을 제정하는 한편 연구개발을 중점 지원해 2025년까지 로슈의 크레네주맙(crenezumab) 임상연구에 1600만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또 알츠하이머 질병연구센터(ADRC)를 전국적으로 지정해 연간 900억원의 예산으로 운영 및 지원할 방침이다.

일본은 후생노동성을 중심으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치매 관련 대책을 담은 '치매 대책 5개년 계획(오렌지플랜)'을 수립하고 치매 조기 진단 등 대비에 나섰다.

이에 정 연구원은 "민간 참여 및 투자 활성화를 위한 상용화 프로그램의 지원 강화로 민간 투자와 연구개발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연구자원 및 정보 지원을 위해 국가 차원의 연구협의체 구성과 치매 관련 연구개발·관리센터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단일 부처형 연구개발 사업에서 산업화 연계를 고려한 범부처형 프로젝트 발굴 및 협력 연구로 사업 구조를 재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교수도 "치매에 대한 지원은 전방위적으로 모두 부족하다"며 "치매가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셈인데, 국민들의 인식개선을 통해 조기에 검진하는 등의 노력도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 국내 치매치료제 시장 상위 30개 품목(출처 IMS, 메디칼업저버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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