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인자 타깃 4제복합제, 개별치료보다 순응도·지질·혈압개선"
一打多皮 다제복합제 개발 박차···비용절감 혜택도 기대

 
심혈관질환 위험인자 표적의 다수 약물을 하나의 정제로 혼합한 일명 폴리필(Polypill, 다제복합제)이 상용화에 점차 다가서고 있다.

폴리필은 낮은 비용으로 심혈관질환 위험인자를 전방위 커버하고, 이를 통해 심혈관질환 예방을 크게 제고할 수 있다고 알려진 새로운 약물전략 개념.

과거 이론 또는 가설 수준에서 임상연구와 메타분석 등을 통해 실체와 효과를 검증받으면서, 심혈관질환 예방을 위한 다제복합제 개발에 박차가 가해지고 있다.

최근 공개된 폴리필 임상연구에 대한 메타분석 결과는 이 다제복합제의 임상적용 가능성에 한층 더 힘을 실어주고 있다. 호주 국제보건연구원의 Ruth Webster 교수팀이 세계심장학술대회(WCC)에서 발표한 SPACE (Single Pill to Avert Cardiovascular Events) 연구가 그 주인공.

항혈소판제, 항고혈압제, 지질치료제 등을 하나로 묶은 폴리필 관련 대표적 임상연구들을 종합분석한 결과, 다제복합제로 치료받은 환자들의 순응도·지질·혈압이 각각의 약물을 별도로 투여한 개별치료 환자들과 비교해 유의하게 개선됐다.

△폴리필 개념과 역사

폴리필이란 동일한 질환의 예방·치료를 위해 여러 위험인자들을 타깃으로 하는 다양한 기전의 약물들을 하나의 정제에 섞은 복합알약 개념이다. 여러 약물을 별도로 복용하는 다제병용과는 구별된다. 지난 2003년 심장학 분야에서 이론적 주장이 처음 등장한 이래, 실효성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져 왔다.

심혈관질환 분야에서 복합제 개발 노력은 항고혈압제를 필두로 진행돼 왔다. 점차 단일약물로는 위험인자의 적절한 관리가 어려워지고, 약물의 수가 늘수록 순응도·부작용·비용 등을 고려치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결과로 이뇨제 + ARB·ACEI, ARB + CCB 등 두 계열을 하나로 혼합한 복합제들이 여럿 등장했다.

복합의 개념은 하나의 위험인자 내에서만 이뤄지지 않는다. 심혈관 위험인자 간 상호작용으로 동맥경화 악화의 시너지 효과가 발생한다는 검증들을 근거로 여러 위험인자를 복합제 하나로 동시에 잡기 위한 노력도 있었다.

스타틴과 항고혈압제를 하나로 조합한 복합제가 대표적인 예다. 이제 복합제는 항고혈압제 + 스타틴 + 아스피린 등 약물계열 수를 늘려가는 폴리필 개념으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TIPS 연구

폴리필 이론 또는 가설에 실질적인 임상 데이터를 제공한 것은 인도에서 진행된 TIPS (The International Polycap Study) 연구다. 폴리캡으로 명명된 다제복합제(티아지드계 이뇨제 12.5mg/day, 아테놀롤 50mg/day, 라미프릴 5mg/day, 심바스타틴 20mg/day, 아스피린 100mg/day)가 각각의 단일약물들과 비교해 타깃 위험인자들을 대등하게 조절했다는 것이 확인됐다.

여기에 약물간 상호작용이 발견되지 않았고, 부작용 역시 대조군과 큰 차이가 없었다는 것은 폴리필 개발을 위한 기술적인 문제들도 상당 부분 해결됐음을 의미했다. 현재 5500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폴리캡의 궁극적인 심혈관사건 예방효과를 검증키 위한 3상 임상연구로 TIPS-3가 진행 중이다.

△SPACE 메타분석

이외에도 폴리필의 위험인자 치료효과를 들여다 본 임상연구들로는 IMPACT(뉴질랜드), UMPIRE(서유럽·인도), KanyiniGAP(호주) 등이 있다. Webster 교수팀은 이들 3개 임상연구를 한데 모아 폴리필의 심혈관 위험인자 치료효과를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연구에 포함된 환자들은 총 3140명으로 심혈관질환 병력자나 고위험군으로 구성됐다. 환자들은 각각의 연구에서 폴리필(아스피린 75mg + 심바스타틴 40mg + 리시노프릴 10mg + 아테놀롤 50mg 또는 하이드로클로로티아지드 이뇨제 12.5mg의 4제복합제) 또는 일반치료(각각의 약물을 개별적으로 병합투여) 그룹으로 나뉘어 치료·관찰이 이뤄졌다.

3개 연구에 대한 메타분석 결과, 폴리필군의 혈압은 일반치료군 대비 2.84mmHg, LDL 콜레스테롤은 4.64mg/dL 감소했다. 연구팀은 "위험인자 수치 감소가 완만한 수준이지만 임상적으로는 유의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며 위약이 아닌 일반치료군과 비교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위약과 비교를 했다면 상대적으로 더 큰 폭의 지질개선과 함께 10~15mmHg 정도의 혈압개선까지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연구팀은 폴리필이 권고 약물들의 치료경험이 없는 환자들에서 가장 큰 혜택을 보였다는 점에 주목했다. 보다 의미있는 결과는 순응도의 개선이었다. 12개월 시점에서 폴리필을 계속 복용한 경우는 78%로 일반치료군(54%)과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개별 병합치료와 비교해 순응도가 43%까지 개선된 것이다.

△남은 과제

폴리필은 현재 위험인자 조절효과와 순등도 개선은 물론 제네릭 약물의 적용을 통한 비용절감의 혜택을 강력한 무기로 삼고 있다. 하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들도 많다.

폴리필의 목적을 그대로 임상에 적용하려면, 대상은 구성약물이 타깃으로 하는 위험인자를 모두 갖고 있거나 해당 약물들을 병용해 별도로 복용하고 있는 환자들이 돼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발현되지도 않은 위험인자를 치료하는 오버트리트먼트(overtreatment)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폴리필은 기본적으로 각 약물의 저용량을 고정용량으로 담고 있다. 이로 인해 환자에 맞는 용량을 자유롭게 조절하기가 상대적으로 힘들다. 폴리필의 목적을 만족시키는 위험인자 다발 환자에게 적용할 경우, 고용량이 필요함에도 저용량으로 치료받는 언터트리트먼트(undertreatment)의 사례까지 고려해야 한다.

바로 이러한 변수들 때문에 의사의 '파인튜닝' 작업, 즉 맞춤치료가 필요한 것이다. 1차적으로 약물을 선택하고 용량을 조절하며 하나하나 첨가해 가는 과정에서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선택을 하게 되며, 이를 근거로 폴리필의 처방이 결정돼야 한다.

여기에 아직 궁극적인 심혈관사건, 즉 임상결과(outcome)의 개선을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한계다. 폴리필은 마법의 탄환(Magic bullet)이라기 보다 심혈관질환 예방·치료전략에 하나의 선택이 더 추가된 것으로 이해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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