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여명·암종별 예후 고려해 치료 혜택 따져야

■ 노인 암환자 관리 전략 점검
나이 들수록 암 발생 위험 증가…고령시대 노인 치료전략 필요

유병장수시대.

의료기술의 발달로 평균수명은 길어졌지만 고령사회 진입에 따라 만성질환자수는 증가하고 있는 오늘날의 시대를 두고 이르는 말이다. 더욱이 과거 난치병 혹은 불치병으로 불렸던 희귀질환이나 암조차도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약으로 조절이 가능해지면서 만성질환의 범주가 넓어짐에 따라 노인 환자에 대한 치료전략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발표에 따르면 2012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 65세 이상 노인인구의 기대수명은 남녀 각각 76.8세, 82.9세로 평균 80세를 넘어섰지만, 질병 없이 사는 기간을 의미하는 건강수명은 남녀 평균 72.6세로 기대수명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80세까지 산다고 가정했을 때 일생 중 8년 정도는 질병을 앓으면서 보내게 된다고 볼 수 있다.

특별히 한국인 사망원인 1위로 지목되고 있는 암은 매년 환자수가 증가하고 있고 그에 따라 노년층이 차지하는 비중도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 모든 암의 연령군별 발생률 (2009년, 국가암등록통계)

지난해 말 보건복지부와 중앙암등록본부가 발표한 '2011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들이 평균 수명인 81세까지 생존할 경우 암에 걸릴 확률은 36.9%였다. 즉 국민 3명 중 1명은 암에 걸린다는 분석이다.

연령군별 유병현황을 살펴보면 전체 70만명 중 65세 이상 노인 환자는 40만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혹자는 암을 '노인성 질환'이라고 분류했는데, 실제로 여러 통계분석 결과 연령이 증가할수록 암 발생 위험도 증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렇다면 노인 암 환자의 치료는 달라야 할까?

노화에 따른 신체, 정신적 컨디션 변화로 인해 독성반응에 취약하고 질병생물학이 다른 양상을 보이며 고혈압, 당뇨병 등 동반되는 만성질환의 수가 많은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일단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는 데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문제는 어떻게 달라야 하는가인데, 구체적으로는 수술, 항암화학요법 등 공격적인 치료를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부터 치료의 강도, 재발 혹은 이차암 발생을 막기 위한 선별검사에 이르기까지 논란이 많다. 현재까지 발표된 연구 결과와 가이드라인을 중심으로 노인 암 환자에 대한 치료전략을 살펴보고자 한다.

 

65세 이상 환자 대상 임상연구 이뤄져야

'노인종양학(geriatric oncology)'이라는 컨셉이 대두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후반이다. 정확하게는 1988년 미국임상암학회(ASCO)에서 노인종양분과를 신설하면서 노인 암 환자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기 시작했다. 

암 치료성적이 낮았던 시절에는 노인 환자에서 적극적인 항암치료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암 치료율이 향상되고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노인 암 환자에게도 선택의 폭이 넓어지게 된 것이다. 문제는 현재 임상에서 주로 사용되는 항암제나 방사선량 등 암 치료전략의 대부분이 65세 미만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 근거해 개발됐다는 데 있다.

일반적인 암 환자에게 적용되는 이러한 방법들을 65세 이상 노인 환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해도 될지에 대해서는 근거가 없는 실정이다. 그나마도 메타분석이나 후향적 연구가 대부분이고 무작위대조연구(RCT)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이러한 노인 암 환자에 대한 데이터 부재가 이슈로 떠오르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개발과 참여율을 높이기 위한 논의가 활발하다.

 

△ 75세 이상 조기검진 혜택 근거 없어

암종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조기발견 시 암 사망률 감소와 환자 예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75세 이상 연령층에서는 어떤 암도 조기검진으로 인한 혜택이 있다는 근거가 전혀 없다.

연구 자체가 진행된 바가 없기 때문인데, 근거중심을 강조하는 가이드라인에서는 이들에 대한 조기검진안이 포함되기 어렵다. 노인 환자의 경우 검진을 하지 않으면 증상만으로 암을 조기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새로운 증상을 호소할 때 암으로 인한 병적 증상인지, 노화로 인한 증상인지 감별이 어렵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피부 색소의 침착은 노인에서 흔히 발생하는 검버섯일 수도 있지만 악성 흑색종일 가능성이 있고, 혈변은 단순한 치질로 인한 증상일 수도 있지만 결장의 악성종양을 의미하는 징후일 수도 있다. 그 밖에 전이암이나 폐암 등의 소견이 될 수 있는 뼈의 통증, 변비, 호흡곤란, 피로감 등은 노인들이 흔히 호소하는 증상으로 이를 간과할 경우 암 발견이 지연될 수 있어 주의를 요한다.

지난 2001년 JAMA에서는 "노인 환자의 이차암 검진은 암 사망 위험과 검진에 따른 부작용 위험, 환자의 선호도 등을 고려한 뒤 시행돼야 한다"는 권고안이 발표됐는데, 이후  각종 국제 가이드라인에서는 암종별로 검진 시 상한연령에 대한 내용을 포함시키기 시작했다.

한편 지난달 국립암센터가 마련한 암정복포럼에 참석한 울산의대 이영수 교수(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는 최근의 갑상선암 과잉검진 논란을 예로 들면서 "가이드라인은 국가 차원에서 보건의료재정의 비용효과성을 따져 결정되지만 개인적 차원에서 검진의 효용성은 별개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 항암화학요법, 독성 우려 접고 표준요법으로

항암화학요법에 있어서는 노인 환자라도 젊은 층에서와 똑같이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 최근까지의 결론이다.

항암화학요법은 암 환자에서 수술 전, 후 혹은 단독으로 가장 흔히 시행되는 방법이지만 그에 따른 이상반응이 심하고 독성증가에 대한 우려로 인해 노인 환자에서 시행해도 될까에 대한 의문이 있어 왔다.

"수술 후 보조항암화학요법은 시행해야"

2001년 NEJM에는 결장암으로 절제술을 시행받은 노인 환자에서 수술 후 보조항암화학요법(adjuvant chemotherapy)의 효용성을 평가한 메타분석 결과가 발표됐다(NEJM 2001;345:1091).

일반적으로 결장암 환자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보조항암화학요법을 시행하는 게 원칙이지만 항암제의 독성 때문에 70세 이상 환자에서도 혜택이 있을지 의문이 있어 왔는데, 분석 결과 플루오로우라실(5-FU)을 기반으로 한 보조항암화학요법은 독성반응을 증가시키지 않고 젊은 암 환자와 동일한 치료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써 연령에 관계없이 암 환자에서 항암제 투여의 혜택이 있다는 것으로 결론이 모아지는 듯 했다. 이번에는 항암화학요법을 시행하더라도 독성이 낮거나 저용량을 투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저용량치료보다 표준치료 효과 월등"

CALGB 연구팀은 I, II, IIIA 또는 IIIB기에 해당하는 여성 유방암 환자 중 65세 이상 환자군을 대상으로 표준항암화학요법과 카페시타빈의 치료 효과를 비교하는 무작위대조연구(RCT)를 시행했다(NEJM 2009;360:2055-65).

표준항암화학요법군에서는 사이클로포스파마이드 + 메토트렉세이트 + 플루오로우라실 또는 사이클로포스파마이드 + 독소루비신을 병용 투여했고, 카페시타빈 투여군과 무재발생존기간(RFS)을 비교·평가했다.

이 연구는 표준항암화학요법 시행군에서 카페시타빈 투여군 대비 치료효과가 월등한 것으로 나타나 조기중단됐다. 즉, 노인 암 환자라도 항암제의 독성발생을 우려해 치료강도를 낮추기보다는 젊은 층에서와 같이 표준치료를 시행하는 결론이 도출됐다.

최근 Lancet에도 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비슷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70~89세에 해당하는 진행성 비소세포암(NSCLC) 환자를 대상으로 카보플라틴+파클리탁셀 병용투여군과 비노렐빈 또는 젬시타빈 단독투여군으로 나눠 항암화학요법을 시행하고 전체생존기간(OS)을 비교했을 때 병용투여군에서 단독투여군 대비 생존 혜택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Lancet 2011;378:1079-88).

 

△ 방사선요법, 부작용 적은 기법 선택

방사선요법은 항암화학요법에 비해 덜 공격적이고 독성이 낮다고 판단돼 일반적으로 노인 암 환자에서 치료 선호도가 높다. 방사선요법 역시 항암화학요법에서와 같이 노인 환자라도 가능한 컨디션이라면 적극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치료율 및 생존율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게 현재까지의 결론이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방사선 독성(RT toxicity)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기법들이 연구, 개발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저분할(hypofractionated) 기법이 있고, 컴퓨터 제어 시스템에 의해 암 조직에는 최대량의 방사선을 쏘되 인접한 정상 조직에는 극소량만 닿도록 부위별로 방사선의 세기를 조절하는 세기조절방사선치료(IMRT), 3차원 좌표계를 이용해 암 조직을 정확히 조준한 뒤 치료에 필요한 선량을 여러 방향에서 집중 조사하는 정위신체방사선치료(SBRT) 등이 고려될 수 있다. 

최근 국제노인종양학회(SIOG) 태스크포스가 발표한 노인 암 환자에 대한 방사선요법 권고사항에서는 유방암을 비롯해 폐암, 방광암, 전립선암, 뇌종양, 췌장암 등 다양한 종양에서 치료 횟수를 줄인 저분할 방사선요법의 유용성이 확인됐다.

아주의대 전미선 교수(아주대병원 방사선종양학과)는 "방사선치료 여부 결정 시 환자의 연령이 제한요소가 되진 않는다"면서 "다만 노인의 경우 탈수 및 영양상태의 급격한 변화, 면역력 저하 등으로 급격한 컨디션 변화를 보이는 경우가 많으므로 치료기간 중 적극적인 지지치료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또한 "치료 결정 시에는 치료 시의 불편함 이외에 치료로 인한 단기 효과 및 장기 추적결과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확한 노인평가로 치료군 선별 필요

노인 환자라도 생존혜택을 위해선 표준항암화학요법이나 방사선요법과 같은 적극적인 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데 컨센서스가 모아지고 있다. 그렇다고 모든 노인 암 환자가 항암제 투여나 방사선치료를 견딜 수 있는 것은 아니다.

2012년 미국 종합암네트워크(NCCN)가 제시한 노인 암 환자 가이드라인에서는 노인 암 환자의 치료 결정 시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 '기대여명(life expectancy)'의 개념을 추가했다. 기대여명에 따라 생존기간의 혜택이 있는 환자군에 한해 치료를 진행하도록 권고한 것이다.

▲ 미국 NCCN 가이드라인: 남녀의 연령별 기대여명 비교
가이드라인에서는 같은 연령대라도 건강상태에 따라 기대여명이 다를 수 있음을 제시하면서 기대여명에 따라 백분위 상위 25%, 50%, 하위 25%의 세 군으로 분류했다<그림>. 예를 들어 75세 여성 환자는 평균적으로 12년을 더 살지만, 개인의 건강상태에 따라 최소 7년~17년까지 기대여명이 달라질 수 있다.

기대여명은 환자의 동반질환이나 치료에 대한 내성(tolerance)의 영향을 받을 수 있고, 암종에 따라서도 차이를 보인다(Cancer Res Treat 2013;45:15-21). 유방암이나 갑상선암은 사망률이 낮지만, 백혈병 등은 노인 환자에서 예후가 더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인증후군(geriatric syndrome)이 동반될 경우 치료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는 데이터도 있는데, 노인증후군이 1개일 경우 사망률에 큰 차이가 없지만(HR 1.18 [95% CI, 0.99-1.41]), 2개 이상이면 사망률이 2배 이상 증가한다는 보고가 있었다(HR 2.34 [95% CI, 1.74-3.15]).

이에 따라 정확한 노인평가도구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CGA, 유용성에 비해 임상활용도 낮아

노인암 환자의 평가에서는 포괄적 노인평가도구(CGA)가 활용되고 있다. CGA는 노인들의 기능 평가를 위한 여러 방법들을 총괄한 정확하고 표준화된 진단법이다. 의학적 평가 외에도 인지기능, 감정상태, 기능상태, 사회경제적 상태와 노인증후군에 이르기까지 다면적 평가가 가능하다.

의학적 평가의 경우 동반질환이나 복용하는 약제, 영양상태를 포함하고 기능적 평가에 있어서는 일상생활 활동도(ADL)와 도구적 일상생활 활동도(IADL), 운동능력(TUGT), 이동성 등이 포함된다. 인지기능(MMSE)이나 정서상태, 재정상태나 가족구성 등도 평가항목에 포함돼야 하는 요소다.

노인 암 환자에서 환자평가의 유용성은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70세 이상 노인 암 환자 562명을 대상으로 항암치료 전 24개의 평가항목을 적용해 환자평가를 실시하고 독성 예측도를 평가했을 때 전체 환자의 64%에서 중증 독성이 확인됐다(Cancer 2012;118:3377-86).

다른 연구에서는 다양한 암종의 65세 이상 노인 암 환자 500명을 대상으로 3등급 이상의 독성을 항암치료 전 평가로 예측할 수 있는지 평가했는데, 전체 환자의 53%에서 3등급 이상의 독성을 예측할 수 있었다(J Clin Oncol 2011;29:3457-65).

환자평가가 비단 항암화학요법의 독성을 예측하는 데만 활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암종의 노인 암 환자 98명을 후향적으로 분석한 결과 30명(31%)에서 조기 치료종료를 예측할 수 있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됨에 따라 치료순응도 예측에 대한 유용성도 확인할 수 있었다(Support Care Cancer 2014;22:773-81).

조기사망, 생존예측, 수술 후 합병증에 대한 데이터도 이미 나와 있다.

다양한 암종의 70세 이상 노인 암 환자 348명을 대상으로 노인평가를 시행한 결과 56명(16.7%)에서 6개월 이내 조기사망을 예측할 수 있었다(J Clin Oncol 2012;30:1829-34).  

2011년에는 70세 이상 노인 암 환자에서 병기에 상관없이 노인평가로 생존 예측이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고, 수술 후 30일까지 사망률, 부작용, 입원기간에 대한 예측도 가능한 것으로 입증됐다.

문제는 CGA가 유용하지만 숙련된 전문인력이 필요하고 검사항목이 많아 긴 시간이 소요되므로 실제 임상에서 활용하기에는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짧게는 20분, 길게는 1시간 이상 걸리기 때문에 환자 1명당 5분이 할애되기 힘든 국내 진료현실과는 맞지 않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이에 전체 노인평가를 받아야 하는 환자를 골라내기 위한 선별도구로서 간편형 노인평가도구를 개발하기 위한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 서울의대 김진원 교수가 공개한 한국형 간편형 노인평가도구(KG-7

암정복포럼에서 한국형 간편형 노인평가도구를 공개한 서울의대 김진원 교수(분당서울대병원 종양내과)는 "대규모 분석결과를 토대로 CGA의 각 항목(domain)을 객관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문항 7개를 선별했다"면서 "전향적인 검증단계를 거쳐 향후 임상현장에서 널리 사용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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