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발견과 시스템 구축, 정부 주도 정책지원 절실

국내 간질환 환자들이 경험하는 사회적 차별과 정책 지원에 대대적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문정림 의원-대한간학회 주관으로 7일 열린 '국민 간 건강 정책 토론회'에서 국내 간질환 관리의 문제점과 향후 정책 방향에 대해 전문가들의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이에 개진된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소개한다.

말기 간경변의 산정특례 적용, 갑상선암 'OK' 간경변 'NO'
윤구현 간사랑동우회 대표(이하 윤 대표)는 "5년 상대 생존율에 있어 중증 간경변은 25%로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갑상선암은 100.1%로 생존율이 높은데도 4대 중증질환에 포함돼 보장을 받는 현실이 아이러니 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문정림 새누리당 의원은 "결국 간경변의 산정특례 지정은 시간 문제일 뿐"이라며 "대상자의 수, 필요 예산 등 학회에서 전문가 의견을 주면 정부 부처와 단계적 논의를 진행할 것이다. 또 전문가와 국민의 의견은 모두 중요하다. 비용-효과를 고려해 정책결정 시기에 맞춰 적절히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철중 조선일보 의학전문기자는 "최근 간암 사망률 감소에는 역설이 따른다. 물론 진단과 치료에 개선을 간과할 수 없지만 이미 간질환의 고위험군이 모두 사망했기에 사망자가 줄었다는 사실도 무시 못한다"며 "간경화 환자의 산정특례 의견에 전적으로 동감한다"고 언급했다.

이재용 보건복지부 질병정책과장은 "간질환의 특성을 반영한 간경화의 중증질환 산정특례 적용에 대해서는 아직 내부적으로 충분한 협의가 돼 있지 않은 상황이지만 추후 논의를 진행 할 것"이라고 답했다.

간질환 환자 사회적 차별, 보균자는 기숙사 입사도 안된다?
윤 대표는 의견 발표에 앞서 "사회적 차별은 시대 착오적 발상이다. 이명박 전대통령과 안철수 야당 대표도 B형간염 보균자임을 공공연하게 밝힌 바 있다"고 운을 뗏다.

이어 그는 "2000년대는 간질환자들의 고용에 있어 논란이 많았고 당시 불거진 문제들은 깔끔히 해결되지 못했다. 또 2011년 모 외국어 고등학교는 아예 B형간염 환자를 기숙사에 들이지 않아 많은 시사점을 던졌다. 이러한 사회적 차별이 되려 간염 진료를 막고 있는 것"이라며 "현재 간암의 경우 병력이 그대로 들어나는 점을 반영해 개인별 통보로 방식이 변화됐다"고 설명했다.

이영석 전 대한간학회 이사장은 "B형간염의 실체는 1968년에야 비로소 밝혀졌지만 치료 약제가 없었다. 이 시기는 단지 질병의 확산을 막기위한 예방의 시기로 환자를 사회적으로 격리해 취학 및 취업의 기회를 박탈했다. 이 후 1998년 국내 B형간염 치료제의 도입으로 치료의 시기로 전환됐지만 오랜시간 예방과 격리로 일관했던 고정관념이 여태껏 이어지는 게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이제는 오랜시간 약자로 살아온 환자들의 사회적 불이익과 수모를 해소해 주기위한 보상의 시기로 나아가 정책적 지원이 이뤄줘야 할 때"라고 역설했다.

또 이 전이사장은 "만성 간질환자는 만성 콩판질환 환자에 비교하면 사회적 불이익을 걱정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며 "환자에 차등을 둬 색안경을 끼고 대하는 사회적 시선에 전환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에 더해 한광협 대한간학회 이사장은 "고용노동부에서도 회사가 간질환자에 부당한 요구를 할 경우 처벌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 방안을 고민을 해봐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 과장은 "건강관리 의무는 개인에게 있지만 사회 복귀 및 환자의 과도한 비용 부담을 덜 수 있도록 정부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며 앞으로 이를 반영하도록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술 권하는 한국사회, 음주문제 흡연보다 '심각'
김 기자는 "알코올은 개인의 중독이나 건강 악화로 끝나지 않는다는 연구가 나오고 있다. 이는 자살, 폭행, 강간 사건의 절반에서 과도한 음주와 관련이 있었기에 더욱 이슈화되야 하는 것"이라며 "때문에 야외 음주를 금지하고 청소년 술 판매는 과중처벌해야 한다. 또 편의점 앞에서 술을 마시는 행위는 음주 조장과 함께 변칙영업과도 관련이 있다"고 일갈했다.

이 전이사장은 "음주문제는 사회적 질병으로 청소년과 여성들의 음주문제에 주목해야 한다"며 "특히 여성들의 신체구조는 알코올에 더 취약함에도 여성 음주인구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큰 문제"라고 언급했다.

이 과장은 "한국인들은 평균 이틀에 한병꼴로 음주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때문에 모든 국민은 간질환의 고위험에 해당될 수 있다"면서 "유독 술에 대해서는 관대한 국내 사회 문화적 분위기에 규제가 어렵지만, 상황이 지속된다면 술을 권하는 사회라는 오명을 벗기는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음주로 인한 범죄 증가와 직무 능력의 약화, 건강상 여러 문제가 따르는 데도 줄어들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이에 법적 규제를 강화해 건강한 음주문화 형성에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이사장은 "법조계 특유의 음주문화는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바 있다. 사회지도층들이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보여주자"고 정리했다. 

정부 주도 조기진단 및 관리체제 절실
윤 대표는 "간염 치료에 있어 B형간염 치료제 다약제내성 문제와 해외 승인된 경구용 C형간염 치료제의 1억이 넘는 비싼가격 등 급여정책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지적하며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를 보면 간질환자들은 6개월 마다 복부초음파를 찍도록하고 1년에 한번은 국가 지원이 따르지만 고위험군 환자들의 정기적 병원 방문이 실제 이뤄지고 있지 않다. 만성질환 관리에 포함시키는 한편 환자 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기자는 "마땅한 치료제가 없어 격리를 당했던 예전 B형간염 사망자들은 시대적 피해자들이다. 이들은 어찌보면 고엽자 피해자들과 비슷한 맥락에서 다뤄야 했다"고 입을 열었다.

또 그는 "C형간염은 조기 진단이 중요한데 생애주기별 검사, 직장인 검진에 누락돼 있어 포함시켜야 한다. 현재 C형간염 환자는 자가진단에서 많이 발견되고 환자들의 70%에서 이미 말기 간경변으로 진단됐다는 보고가 있다"면서 "원인 가운데 하나인 불법적인 문신 시술이 횡행하는 실태에서 지켜지지도 않는 명목상 금지만을 주창하지 말고 시술자의 전문교육 및 정기적 시술소 점검을 통한 양성화를 고려해 봐야한다"고 의견을 냈다.

한 이사장은 'B형간염바이러스 보유자 선별검사의 개선', 'C형간염바이러스 보유자 선별검사 시행', '알코올 사용장애자 선별검사의 확대', '간염 검사의 날'을 제안하는 한편, "이번 세월호 사건처럼 항상 한발 늦은 정책으로 사후약방문 격이 되면 안된다"며 "제시된 의견을 통해 필요성을 절감하고 향후 정책 반영이 잘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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