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를 둘러싼 주요 5개 법안들이 진전을 보지 못하고 멈춰서 있다. 

관계부처와의 갈등, 또는 국회 상임위간 대립 등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 특히 이들 법안은 새누리당 박인숙 의원이 발의했거나 적극 추진 중인 상태로, 앞으로 이들 법안이 어떤 행보를 띌지 알아봤다.


의평원법은 교육부 반대..."논의조차 안 될때 많다"

일명 부실의대 퇴출법, 의평원법 등으로 불리고 있는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지난 7월 새누리당 박인숙 의원이 서남의대 등 부실의대를 보다 못해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모든 의학대학·전문대학원이 대한의사협회 소속으로 설치된 '평가위원회'의 평가인증을 의무적으로 받도록 하며, 인증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평가위원의 자격 요건을 명확히했다. 또한 인증심사를 담당하는 전문기구로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을 지정했다.

 

의평원에 비슷한 권한을 부여토록하는 법안은 앞서 4년전에도 등장했었다. 하지만 이를 두고 교육부에서는 고민과 갈등을 거듭해왔고, 이와중에 서남의대의 부실교육 문제가 곪아 터져버리게 됐다.

그럼에도 교육부가 결단을 내리지 못하자, 결국 박 의원은 새롭게 의평원법을 선보인 것. 그러나 이번 법안도 교육부와의 갈등 속에 '계류중'으로, 이전 법안과 비슷한 전철을 밟고 있다.

이에 박 의원은 "교육부에서는 의대, 의전원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하고 있으나, '위원회 신설' '전문기구/사무기구 역할 불분명' '고등교육 관리위원회와의 별도 여부' 등을 두고 의원실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벌써 1년정도 머물러 있다. 의원실에서 지속적으로 짝수달마다 보고하고 있긴 하지만, 안건으로 올라오더라도 뒤로 밀리거나 반대에 부딪혀 언제쯤 상임위를 거칠지 모르겠다"고 난감해했다. 

지지부진한 가운데 어려움이 많지만 처음 발의 때와 달리 현재 교육부에서 적극적으로 접근을 해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해외로 의사들이 많이 나가고 있는데, 세계적으로 우리나라 의사들이 인정받기 위해 반드시 해당 법안이 통과해야 한다"며 "의원실에서 지속적으로 관심을 두고 통과에 심혈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건정심 구조 개혁 법안.."의정협의로 탄력? 일부의원 반발 계속"

박인숙 의원이 구상 중인 독일식 건정심 구조.

건정심 개정안 역시 박인숙 의원이 발의한 법안으로, 1년 넘게 계류 중이다. 하지만 지난달 제2차 의정협의안에 '건정심 구조 개혁'이 포함되면서 다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의정협의안과 마찬가지로 박 의원의 개정안에는 '정부권한 대폭 축소' '공익위원을 가입자와 공급자 동수 추천'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구성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있으며, 개정안에 따르면 △가입자:공급자:공익대표를 현행 8:8:8에서 5:5:3으로 변경하고 △공익대표는 가입자와 공급자가 동수 추천하며 △건정심 위원장을 가입자와 공급자가 공동으로 추천한 공익 위원으로 하는 방안이 명시됐다.

즉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급자와 서비스 비용을 지불하는 보험자가 건정심을 이끌도록 한 것이며, 중재자는 정부가 아닌 양측이 모두 인정하는 위원으로 앉히자는 것이다.

박 의원은 "사실상 현행 건정심은 복지부에서 좌지우지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러한 권한을 당사자인 가입자와 공급자에게 돌려주는 방향으로 변경해 이를 둘러싼 객관성 논란을 해소해야 한다"고 개정 취지를 밝혔다.

하지만 개정안을 들고나오자마자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예민한 사안"이라며 동의 도장을 찍어주는 일에 인색했다고. 이같은 이유에서 의정협의문을 토대로 정부입법으로 진행하더라도 국회 심사까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박 의원은 "당장 의사, 대한의사협회 등의 마음에 쏙들게 고쳐지기는 어렵겠지만, 터부시됐던 주제가 토론의 장으로 나왔다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이라고 자평하고 있다. 이어 "의사전문가의 입김이 더 들어가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면서 "하루 속히 개정안이 논의되고 추진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청법, 폭행방지법, 공소시효법까지..."법안도, 의사 발목도 풀어줘야"

지난해 박인숙 의원은 아청법 개정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한 바 있다.

다른 국회의원들의 반대에 부딪히고 있는 것은 건정심법 뿐이 아니다. 발의한지 4개월이 지나고 있는 아동및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개정안 역시 상임위에 상정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국회 여성가족위원회가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11월말 박 의원은 아동·청소년 대상과 성인 대상의 성범죄를 구분하고, 성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의 경우 금고 이상의 처벌을 받은 사람에만 '10년 취업제한' 규정을 적용토록 하는 아청법 개정안을 내놨다.

하지만 법안숙려기간을 거친 후 자동적으로 여성가족위원회 상정되는 과정을 밟지 못했다. 이는 민주당에서 상임위원회 상정조차 반대하고 있기 때문. 민주당 측은 "취업제한 관련 조항이 포괄적으로 개정된 아청법이 시행된지 1년도 되지 않았으므로, 법안의 효과와 문제점에 대해서 더 검증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최근 개원의협의회 학술대회장을 방문한 민주당 서영교 위원은 "해당 법안은 확실히 합리적이지 못하다. 생명과 국민을 책임지는 의사들의 진료가 아청법으로 인해 발목잡힌다면 반드시 개정해야 한다"며 "손톱 밑 가시를 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뿐만 아니라 개정안을 발의한 박 의원도 추진을 위해 설득에 힘쓰고 있다고 전달하면서, "현재의 아청법은 의사들의 진료행위 자체를 위축되게 하며, 소아과, 산부인과에서 특히 어려운 점을 자세하게 설명하면서 해당 법안이 통과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진료실에서 무방비 상태로 폭력을 피하지 못하는 의사들을 위해 마련된 '의사 폭행방지법'도 아청법처럼 발목이 잡혀있다. 국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원활히 통과하는듯 보였으나, 환자단체와 시민단체에서는 이를 '의사특권법'으로 보고 극심하게 반대하고 있는터라 다시금 정체돼있는 상태.

해당 개정안은 이학영 의원과 박인숙 의원이 각각 발의했으며, 이들 법안에는 의료인에 대한 폭행 및 협박에 대한 행위를 진료방해 행위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처벌규정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박 의원은 "하루 빨리 이를 통과시켜야 한다"며 "의사의 안전은 곧 환자의 안전과 연결되기 때문"이라고 못박았다.

박 의원이 1년전 발의한 공소시효법도 여전히 보건복지위원회의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현행법상 변호사, 공인회계사 등의 전문 직역의 경우 징계 또는 자격정지 처분을 그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3년이 지났을 경우에는 할 수 없도록 시효를 한정하고 있으나, 의료인에 대해서는 자격정지처분에 대한 시효규정이 없다.

박 의원은 "의사만 공소시효가 아예 없다. 다른 직종과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면서 "변호사나 세무사도 3년을 주는데, 의사가 없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아 5년의 공소시효를 주는 개정안을 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1년 동안 미동도 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 5가지 법안의 통과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박 의원은 "지금의 수두룩한 규제도 처음에는 좋은 의도로 시행했던 것들이다. 하지만 지나친 규제로 인해 선의의 피해자가 나온다는 점을 간과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료계엔 손톱밑가시가 너무 많다. 끝도 없이 어려움과 한계가 포착된다"면서 "어려움에 대해 자주 토로하고 말을 많이 해야 한다"고 했다. 박 의원은 "법도 아니고 규정만 조금 바꾸면 해결되는 것도 어려움이 많다. 여당이건 야당이건 의원들을 만나면 의사들이 자꾸 얘기를 해야 한다"며 "혼자 끙끙 앓으면 아무도 모른다. 자꾸 얘기해서 국회의원들이 이해해서 법이 통과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독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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