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빈치로봇 독주...국내 수술로봇시장은 고작 30억원 규모

"로봇의 강점은 'ROBOT' 글자 그대로 Relaxed,  Optimal, Bimanual, Obesity, Technology 등으로 압축된다.  본인의 진료실을 찾는 수술이 필요한 환자들의 90%가 로봇수술을 선택하고 있다."

아주의대 산부인과 백지흠 교수(아주대병원)는 22일 다빈치로봇 제조사 인튜이티브서지컬이 마련한 행사에서 '로봇 단일공 수술 패러다임의 변화' 발표를 통해 로봇수술의 장점을 설명했다.

그가 꼽은 로봇수술의 장점 중 'Relaxed(편안한)'는 의사가 편안하게 수술할 수 있다. 허리, 손이 삐뚤어진 자세로 계속 수술해 수술 뒤에도 불편함이 지속된 한계를 보완하고, 편안하게 앉아서 수술 가능하다. 'Optimal(최적의)'은 크기에 관계없이 최적으로 수술할 수 있다. 'Bimanual(양손을 쓰는)'은 보통 수술에서 한 쪽이 아닌 양손을 이용할 수 있다. 'Obesity(비만)'는 비만 환자에도 정확하게 수술이 가능하고, 'Technology(기술)'은 수술을 익히는 기술 습득이 쉽다. 

국내 산부인과에서는 4~5년 전부터 단일공(싱글포트) 복강경수술이 확대됐다. 구멍을 한 곳만 뚫으면 합병증과 수술 후 통증이 감소되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입원기간의 단축, 빠른 일상 복귀가 가능하고 미용적 효과도 있다. 

그럼에도 구멍 한 곳에 여러 기구를 한꺼번에 넣다보니 서로 부딪히는 문제가 있었다. 시간이 지나고 케이스가 쌓이면 익숙해지지만, 일정 시간이 소요되고 그 사이에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었다. 한국 의사들에 의해 수술장갑 각각의 손가락에 구멍을 뚫고 각종 기구, 카메라를 넣는 방법도 고안됐지만 완벽하게 문제를 해결하진 못했다.  

백 교수는 "한국이 로봇수술을 빨리 도입하지 않은 이유가 바로 복강경 수술실력이 월등하기 때문이었지만, 한계를 극복한 로봇수술이 확대되고 있다"라며 "반면 미국은 우리나라보다 복강경이 뒤쳐져 있어 개복에서 바로 로봇수술로 전환된 셈"이라고 밝혔다.

대신 아직 비용이 문제다. 양성종양 복강경수술은 포괄수가제가 적용돼 300~400만원의 치료비를 받지만, 로봇수술에서는 800만원으로 2배 가량 차이가 난다. 따라서 급여화가 필요하다는 임상의사들의 건의가 이어지고 있다.

백 교수는 "로봇수술은 카메라에 의존하는 복강경과 달리 수술 부위의 시야를 넓게 확보할 수 있고, 기구 간 부딪힐 우려가 없어 정확한 수술을 할 수 있다. 환자들에게 장점을 설명하면 대부분 로봇수술을 선택한다"며 "처음에는 반대하던 일부 의료진도 점차 필요성을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수술 교육을 독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로봇수술 시뮬레이션 장면. 가상 수술화면을 통해 쉽게 트레이닝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원격수술교육에서 원격수술까지 '혁명 이제 시작'

로봇수술을 접한 의사들의 기대는 매우 커 보인다.

국내서 가장 많은 수술케이스를 보유하고 있는 연세의대 비뇨기과 나군호 교수(세브란스병원)는 최근 열린 보건행정학회 정책토론회 기고를 통해 "국내 의료로봇 시스템 연구개발은 아직 초보단계지만, 전세계적으로 로봇을 이용한 의료서비스 효용성이 증명되고 있는 만큼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수술로봇의 가능성은 무한하며, 이제 혁명의 시작에 불과하다고 해석했다. 인터넷을 통해 세계 어디서나 원격 모의수술연습 등 새로운 교육기회를 만들 수 있다. 수술 전 검사영상을 중첩시켜 검사영상을 보면서 수술 가능한 기술도 나올 예정이다. 수술 촉감까지 느낄 수 있는 시스템도 개발된다. 점차 작고 가벼우면서도 동작은 자유로운 시스템으로 발전되고, 가격 또한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발전을 거듭하다 보면 자동화 시스템까지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의사가 미리 계획을 세워두면, 로봇이 직접 동작을 수행할 수 있는 시스템 구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수술자와 로봇팔 간의 시간차가 있어 아직 원격수술은 불가능하지만 언젠간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나 교수는 "점차 멀리 떨어진 곳에서 수술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도 가능해질 것이다. 나노기술의 발전으로 기구나 로봇이 작아져 작은 로봇을 혈관에 주입해 치료할 수 있는 단계도 머지않았다"고 전망했다.


 ▲장비 구입 외에 로봇팔은 소모품에 해당한다. 10회 사용할 수 있는 로봇팔이 400만원에 달한다. 1회에 40만원이 들고, 로봇팔을 한번에 4개까지 동시에 사용한다면 160만원이 들게 된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연구개발 투자 절실"

이에 우리나라도 정부의 대규모 투자를 통해 의료계와 산업계가 공동 연구개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확한 집계는 없지만 전세계 수술로봇시장이 약 300억달러(30조)에 이르고 성장세를 이어가는 반면, 국내 시장규모는 30억원에 불과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로봇수술의 대표 제품인 다빈치로봇은 20억~30억원 가량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기기 한 대만 사는 것이 아니라 소모품이 가격이다. 10회 사용할 수 있는 로봇팔이 400만원에 달한다. 1회에 40만원이 들고, 로봇팔을 한번에 4개까지 동시에 사용한다면 160만원이 들게 된다. 즉, 병원으로서는 그만큼 수술 가격을 높게 책정할 수밖에 없다.

로봇수술이 진화화고 적응증이 확대될수록 다빈치로봇 수입에 의존해야 하고, 의료기기 무역적자 심화현상을 초래하게 된다. 병원의 부담은 고스란히 환자 부담을 초래한다. 게다가 다빈치의 독주로 당분간 가격 인하도 불가능해보인다.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권동수 교수는 "로봇수술 비전을 이야기하는 이들이 산업 자체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다빈치 로봇 찬양론을 펼치고 있다"며 "현재의 다빈치는 터무니없는 가격이며, 다빈치가 시장을 독점하면서 다른 회사들은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다양한 수술로봇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실제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이 발표한 로봇산업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로봇시장은 글로벌 경기 불황, 내수침체, 설비투자 감소로 전년대비 0.6% 줄어든 2조1327억원 규모를 기록했다. 세계시장과 달리 오히려 감소세를 기록한 것이다.   

또한 가장 중요하다고 손꼽히는 의료로봇은 성장 기미가 거의 보이지 않은 채 31억원이라는 초라한 시장규모를 기록했다.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구조적인 한계는 물론, 장기적이고 대규모여야 가능한 연구개발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 전후로 100억원대에 이르는 의료로봇 관련 국책과제가 있었지만, 일회적인 지원에 그쳐 상용화된 결과물은 거의 없다. 국내기업인 큐렉소가 인공관절 수술로봇인 '로보닥(ROBODOC)'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절차를 마친 상태지만, 허가부터 판매까지 아직 넘어야할 산이 많다. 

다만 삼성, 현대 등이 로봇에 관심가지면서 수술로봇 개발까지 이어질지 관건이다. 한 의대 교수는 "다빈치로봇 소모품이 전체 매출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장비 구입만이 아닌 추가적인 비용 부담이 심각하다. 지금부터 수술로봇 국산화에 나서려면 정부 차원의 대규모 투자와 의료계, 산업계의 공동 관심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다른 의대 교수도 "정부의 R&D과제가 그저 일회적인 연구비 지원에 그쳐 단순한 기술의 전시용 로봇을 만드는데 급급했다. 차라리 대기업이 나선다면 개발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본다"며 "그러나 삼성이 개발한 엑스레이가 의사들의 비판을 많이 받은 사례에서 보듯, 아직 기술과 경험이 부족해 수술로봇의 국산화는 요원해 보인다"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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