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비만에 대한 원인 찾아내 적합한 치료, 수술해야

"단순히 몸매 관리나 생활습관 개선, 미용성형 등은 1차의료기관에서 하는 것이 맞지만, 2차적인 원인으로 비만이 됐을 경우에는 타과 협진과 수술이 가능한 대형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최근 아세아오세아니아 비만학회 부회장으로 선출된 경희의대 우정택 교수(대한비만학회 이사장)는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비만에 대한 잘못 알려진 부분에 대해 바로 잡았다.

먼저 우 교수는 우리나라에도 최근 비만환자가 증가하고 있는 것과 관련, "서양에 비해서 걱정할 정도의 수준은 아니지만, 아시아를 기준으로 봤을 때는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아시아 기준으로 비만율은 30%에 이른다"고 말했다.

또한 우리나라의 비만환자 양상이 점점 식사요법이나 운동요법으로 나아지지 않거나 조절되지 않는 고도, 초고도비만환자가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이들 환자는 일부 의료기관이나 전문가들의 잘못된 지식 전파나 홍보, 또는 인터넷에서 떠도는 유언비어, 광고 등으로 인해 '원인' 보다는 '결과'에 집중하는 비율이 높다고 꼬집었다.

잘못된 식습관이나 운동 부족으로 인해 나타나는 1차적 비만도 많지만, 갑상선 질환이나 정신 질환, 스테로이드 및 부신 등의 호르몬 과다로 인한 쿠싱병 등으로 발생하는 2차 비만도 있다.

우 교수는 "이러한 2차 비만은 겉으로 보기에 1차 비만환자와 다를게 없다"며 "때문에 다양한 검사를 할 수 없거나 미용성형, 약물조절 등에 집중하는 병의원에서는 이를 간과하기 마련"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2차적 비만의 경우 원인에 대한 치료가 없다면, 1차적인 치료나 수술을 시행하더라도 효과가 거의 없거나 금방 다시 비만 환자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우 교수를 찾아온 20대 초반 여성환자도 이러한 이유로 고통받았다고.

이 환자는 고등학교때부터 앓아온 쿠싱병을 인지하지 못하고 비만클리닉, 한의원 등을 전전하면서 약물치료를 받아왔다. 때문에 이 환자는 약의 부작용으로 머리는 다 빠지고 살은 계속 찌는 등 내, 외부적으로 심각하게 아픈 상태였는데, 쿠싱병 치료와 수술을 받은 후 말끔하게 나았다는 것이다.


의원에서는 이같은 원인 분별이 어려워 이들 환자를 전원시키지 않는 비중이 높으며, 특히 비만수술이나 미용수술, 위밴드수술 등으로 수익을 내는 병의원들은 원인 파악 보다는 결과에만 신경을 쓰게 되면서 이러한 문제가 더욱 극심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환자가 어떻게 비만이라는 질병을 얻게 됐는지 집중하지 않고, 단순히 몇키로를 뺐는지, 허리둘레가 몇인지 등 결과에만 집착해선 안 된다"며 "만약 2차적인 원인으로 비만이 된 환자라면 이러한 수술을 받아도 다시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정신적 질환으로 발생한 질환이라면 정신과 진료와 비만치료를 병행할 수 있도록 협진할 수 있는 기관을 찾아야 하고, 쿠싱병이라면 외과적인 종양제거 수술을 받고, 갑상선질환 역시 그에 맞는 관리를 해야 한다"며 "1차의료기관에서 결과에 치중하기 보다 환자를 자세하게 관찰하고, 필요에 따라 환자를 전원하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1차적 원인의 비만환자에 대해 약제에 의존적인 의원들도 있는데, 약은 보조적인 수단일 뿐이며 1차 비만은 궁극적으로 생활습관의 교정을 통해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약을 남용해서 처방하는 의원들이 많다. 이에 대한 결과치가 좋고, 빠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라며 "이렇게 되면 의원의 경영은 좋아질지 몰라도, 환자가 지나치게 약에 의존하게 될 가능성이 커지므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비만질환에 대한 정책적인 소외에 대해서도 지탄하면서, '가난한 질병'임에도 비급여 위주의 치료나 수술만 이뤄질 수밖에 없는 현실을 토로했다.

우 교수는 "비만은 가난한 질병이며, 비만환자 역시 저소득층에서 더 많이 나타난다"면서 "이에 대한 정책적인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했다.

현재 비만이 다른 질환, 특히 만성질환으로의 확대가 크다는 문제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비만에 대한 시각이 '경증질환'에 집중돼 있어 암 등 4대중증질환의 문제에 밀리고 있는 실정이라고.

비만에 관심과 지원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가 의료비 절감에 도움이 된다고 내다봤다. 그는 "비만은 당뇨병이나 심장질환 등으로 확대될 수 있다"며 "사전적인 체중감량 치료 등을 지원하면 비만환자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장기적 관점으로 국가 의료비가 절감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정책 개선을 당부했다.

이같은 추론은 이미 NECA에서도 비슷한 연구결과가 나온 바 있어 앞으로의 정책 반영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무조건적으로 고가의 약제나 수술을 지원할 수는 없으며, 정부와 비만학회에서 이와 관련한 증거기반의 기준을 마련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견지했다.


한편 아세아오세아니아 비만학회의 부회장으로 당선된 것은 "혼자 똑똑하거나 연구를 많이 해서가 아니라, 우리나라 연구자들의 위상이 많이 올라가고 전체적으로 비만에 대해 활발하게 연구했기 때문"이라며 공을 학회원들에게 돌렸다.

앞으로 한국은 물론 아세아오세아니아지역의 비만 연구와 논의 교류를 책임지게 될 우 교수는 "가정의학과, 내분비, 외과, 정신건강, 소아청소년과 등 많은 의사들의 교류는 물론, 영양사, 운동사 등과의 협업, 학문적인 융합을 통해 비만에 대한 연구를 더욱 활발히 이끌 것"이라며 "정확한 근거중심에 기반해 학술교류를 하는 동시에 친목에도 방점을 둬 '소통'을 활발히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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