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돈 안 된 활동 뒤엉켜 이벤트만 난무"
"정돈 안 된 활동 뒤엉켜 이벤트만 난무"
  • 박선재 기자
  • 승인 2014.04.22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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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의대 홍현주 교수, 세월호 사건 ... 학교 정상화 방향으로 심리지원 대책 마련해야

 
세월호 사건이 터지면서 우리나라 재난의료 시스템이 얼마나 엉망인지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늦었지만 이제라도 시스템을 갖추고 재난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형 사고가 터질 때마다 의료계는 사고자의 심리적 지원이나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PTSD) 등을 관리할 수 있는 응급정신의료 지원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런데 사건이 터진 당시에는  설득될 것 같다가도 시간이 조금만 흐르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이 다반사였다.

이런 상황은 이번에도 재연됐다. 안산 단원고 학생들이 사망하거나 실종되는 이번 사건이 발생하자 정부는 피해자와 유가족 등의 정신건강 위기에 개입하고 안산 심리외상지원센터를 한시적으로 운영하고 장기적으로는 응급정신의료 지원 체계를 제도화 하겠다며 수선을 피우고 있다.

정부, 땜질식 처방 이번에도 재연

응급상황에 대한 정부의 시스템이 없다 보니 결국 현장에 가장 먼저 투입되는 것은 관련 분야의 자원봉사들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생존 학생들은 고대안산병원에 입원하고 병원의 지원을 받는다 해도 학부모나 선생님 등은 그대로 방치됐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대한정신건강의학회와 소아청소년정신건강의학회를 중심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이 자원봉사에 나섰다.

소아청소년정신건강의학회 이소영 홍보이사는 "학회에서 심리지원팀에서 활동할 의사를 계속 모집하고 있고, 대부분 대학에 계신 분들이 참여하고 있다"며 "학회는 관련 기관들과 긴밀히 협조해 청소년 생존자들과 가족 그리고 그 밖의 피해자들의 애도반응을 돕고 고위험군 학생에 대해 전문적인 상담과 교사 자문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학생자살건강연구소를 개소하고 학생정신건강을 연구해 온 한림의대 홍현주 교수(정신건강의학과)도 병원과 단원고를 오가면서 학생들과 학부모, 선생님들의 심리상태를 점검하고 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을 교육하는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홍 교수는 "안산이 우리 병원에서 매우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어 지역협력기관 자격으로 학교를 방문하고 있다. 구조된 학생 대부분은 병원에 입원해 있는 상태"라며 "현재 교육부가 주도하는 학생정신건강지원센터(센터장: 경북대 정운선)를 중심으로 지원을 시작했고, 신경정신의학회와 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등의 전문의들이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현장을 지원하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을 대상으로 19일 토요일에 교육을 진행했고 입원하고 있는 학부모를 대상으로도 교육을 실시했다"며 "이 상황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지만 집중적인 치료는 2달 혹은 그 이상이 걸릴 수도 있다"고 조심스러워했다.

홍 교수는 정신과전문의들이 자신들만이 전문가라는 생각을 버리고 학교를 돕는다는 생각으로 최대한 자세를 낮추고, 필요에 따라서는 학생들의 활동을 잘 감독하고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가져주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시스템 갖추는 노력 필요

전문가들은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정부가 '정신건강위기대응팀'을 짜고 이를 체계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전략을 짜야 한다고 강조한다. 위기상황이 벌어졌을 때 정신건강위기대응팀이 투입돼 도움을 줘야 하는데 지금처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이 개별적인 자원봉사 형태로 참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아산병원 김병수 교수(정신건강의학과)는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 혹은 크고 작은 사고가 났을 때 사람들의 정신건강 위기 상황에 대한 큰 그림을 짜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정부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미국 등 선진국은 응급정신의료시스템이 잘 짜여 있어 상황이 발생하면 즉시 시스템이 가동된다고 설명했다.

홍 교수도 안산 단원고에 수많은 전문가가 들락거리지만 대부분은 도움이 되기보다는 자신들의 홍보에 그치는 경우가 많고 또 각계각층의 정돈되지 않은 활동들이 뒤엉켜 이벤트만 난무하다고 비판했다. 따라서 반드시 전체를 아우르는 대응팀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김 교수도 이제라도 차분하게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장기 계획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늦었지만 우리도 이제 응급정신의료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일시적인 예산이 아니라 장기적인 예산과 인력 배정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전체적인 맥락에서 응급정신의료를 컨트롤할 곳이 꾸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정부가 재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체계적인 심리지원을 지원하기 위해 중앙심리외상지원센터를 설치한다고 밝혔는데 이번에라도 제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부, 세월호 관련 심리지원 대책 마련

정부는 단기, 중기, 장기 심리지원 대책안을 내놓고 이번에는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단기적으로는 경기광역, 안산 정신건강증진센터와 국립서울병원, 학생정신건강지원센터, 고대안산병원, 교육부, 복지부 등이 매일 대책회의를 개최하는 통합재난심리지원단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신경정신의학회와 소아정신의학회 등의 의료진과 협조체계를 구축하고 유가족에 대해서는 국립서울병원 전문의를 파견해 긴급 심리지원을 제공할 것"이라며 "단원고 이외의 학생들과 안산시 중고 교직원을 대상으로 정신건강 문제 대응 교육을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 안산지역 피해자 및 주민의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PTSD) 등 정신건강문제에 대해 최소 3년 동안 지속적으로 관리를 하고 장기적으로 응급정신의료 지원체계를 제도화 하는 중앙심리외상지원센터를 설치할 것이라 말했다.

정부는 중앙심리외상지원센터는 응급정신의료에 대한 치료 개념을 정립하고 이를 활성화하기 위한 대책을 신경정신의학회 등의 관련 학회와 협의해 추진하고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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