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 성형외과 은석찬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성형외과 은석찬 교수
"과거에는 의사가 최고의 전문가 집단이었지만 앞으로는 아닐 확률이 높다. 대부분의 정보가 공개되는 세계에서 의사의 지식은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 됐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의사도 자신이 갖고 있는 지식을 바탕으로 더 나은 가치 혹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어야 전문가가 될 수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성형외과 은석찬 교수의 말이다. 병원의 대외협력 담당 교수이기도 한 은 교수는 그동안 의사들은 진입장벽이 높은 분야에서 절대적인 갑의 위치에서 살았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환자들이 정보에 취약했던 과거에 비해 이제는 정보비대칭이 사라져 오히려 환자들이 더 많은 지식을 갖고 의사를 찾는 시기가 왔다는 걸 자각해야 한다는 것. 그는 이제 의사들이 자신이 갖고 있는 정보를 갖고 어떤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도 처음부터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아니었다고 웃는다. 그는 "병원에 근무하면서 MBA 공부를 시작했는데 후회도 했다. 용어도 낯설고 해서 한학기 휴학하기도 했다"며 "당시에는 임상의사에서 벗어나지 못했는데 공부를 하면서 경영학도로 변신했고 이후 MBA를 끝마치면 뭔가 많은 걸 할 수 있겠구나 확신이 생겼다. 또 경영학에는 의사가 생각하지 못하는 많은 것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한다.

MBA를 끝내고 그는 세상을 보는 새로운 관점이 생겼는데 특히 데이터를 볼 수 있는 눈과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고 한다. 의료가 아닌 경영에 눈을 뜨자 의료계가 정부와 수가 협상을 할 때도 기존의 방법을 고수하면 안 된다는 걸 알게 됐다고.

그는 "의료계가 병원 도산을 이유로 혹은 저수가의 원리로 정부와 협상을 하면 필패다. 의사들이 저수가를 주장하지만 데이터를 근거로 얘기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매번 정부에 패한 것"이라며 "의사들도 정부와 협상을 할 때 과학적 근거가 되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얘기해야 승산이 있다. 데이터를 분석해 환자수 변동이나 수가 등을 정확히 예측하면서 정부와 싸움에 임해야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의사들이 수가를 올려달라고만 할 게 아니라 일자리 창출이나 신성장동력이 된다 등의 누구나 동의하는 대원칙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데이터가 갖는 힘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한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분석된 통계를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 많이 포진해 있는 산업군이 미래를 이끌 것이란 주장도 한다.

"데이터가 홍수인 시대에 살고 있다. 엄청난 데이터에서 의미있는 데이터를 골라낼 수 있느냐가 앞으로는 핵심이다. 데이터가 정보가 되고 정보가 지식이 되는 시대로 가고 있다. 이렇듯 학문의 흐름이 바뀌고 있는데 의대교육은 여전히 암기식이다. 커리큘럼도 바꾸고 학문의 기초인 수학도 강화하고 양자역학도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의 꿈은 최첨단 지식과 기술을 바탕으로 높은 문화예술을 접목하는 능력을 갖춘 '인포메이션 브로커'다. 그래서 MBA를 끝낸 후에 또 다시 국민대학교에서 데이터분석에 대해 공부를 시작했다. 이 과정이 끝나면 또 직장의 임원이나 매니저 등을 대상으로 정보지식을 가르치는 미국 뉴욕 콜롬비아대학의 "정보지식의 전략화 과정'에 입학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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