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진료 탑팀 이끄는 소아외과 대가 박귀원 교수

“중앙대의료원 김성덕 원장이 서울의대 1년 선배이자 서울대병원 펠로우 1회 동기이기도 합니다. 소아마취 담당이었기 때문에 수술실에서 동고동락하며 서로 의지하는 사이였어요. 올해 2월 정년이라고 하자 다음 단계는 무조건 중앙대병원이라고 하시더군요. 처음에는 6개월 쉬고 오라고 했지만, 쉬고 오면  일하기 싫을 것 같다는 생각에 곧바로 왔습니다.”

 

서울대병원 소아외과 대가 박귀원 교수<사진>가 3월부터 중앙대병원으로 자리를 옮겨 ‘소아진료 탑팀(Top Team)을 이끌게 됐다.

그간 중앙대병원과 특별한 인연이 없었지만, 정식 외래진료를 시작하고 수술을 맡아가며 차츰차츰 장점을 발견하고 있다.

우선 인간미가 있는 병원이라고 보고 있다. 워낙 규모가 큰 서울대병원은 인간적인 관계보다는 사무적으로 대하는 느낌이 많았는데,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다 보니 서로가 친근하게 인사를 나눈다.

덕분에 서울대병원에서는 불가능해 보이던 협진 가능성도 열렸다. 까다로운 환자를 놓고 소아외과는 물론, 소아청소년과, 비뇨기과, 정형외과, 신경외과, 마취통증의학과, 이비인후과, 성형외과, 안과 등 필요한 진료과 교수들과의 협의를 거쳐 수술한 사례도 생겼다. 
 
중앙대병원은 871병상에 달할 정도로 제법 규모가 있지만, 그간 소아외과 전문의는 없었다. 출산율이 떨어져 수술 건수가 줄어들었더라도 소아외과는 꼭 필요한 영역이다.

소아외과로 오는 환자 중 수술로 충분히 교정할 수 있는 선천적 이상이나 기형이 80% 이상에 달하기 때문이다. 전에는 산부인과에서 급박한 수술이 필요한 소아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보낼 수밖에 없었지만, 이젠 박 교수의 몫이다. 

박 교수는 “1979년 펠로우 때부터 서울대병원에서 35년간 근무했다. 짧지 않은 기간동안 많은 환자를 수술하고 만나왔다. 특히 6살 때 수술을 했던 환자가 간호사가 되어 중앙대병원 소아과 병동에서 근무하는 것을  보고, 오랜만에 만나 감격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소아외과의 장점은 보통의 외과와는 달리, 특정 장기가 아니라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부 도맡아 한다는 데 있다. 500~600g에 달하는 초미숙아 수술도 어렵지 않게 해낸다. 또한 고령환자를 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면 환자를 80년 살릴 수 있다는 사명감도 있다.  
 
그는 중앙대병원에 오자마자 하루에 4건의 수술을 할 정도로 지치지 않는 체력을 자랑했다. 한창 때는 3일 내내 꼬박 수술을 할 때도 있었지만, 수술방 생활이 힘들다기보단 무척 즐거웠다. 심지어 하루에 10건에 달하는 수술을 할 때도 있었다. 이런 경험과 기술을 현재 간담도를 맡고 있는 이승은 교수에게 아낌없이 전수하고, 후계자로 양성하기로 했다.  

박 교수는 “3월 3일 첫 외래를 보는데 울산에서 환자가 왔다. 인터넷을 검색해서 찾아왔다고 했다"며 "병원  측에서 홍보는 물론 전국 소아과에 정보를 알리는 등 전폭적인 지원을 해줬다. 앞으로도 열심히 소아외과를 알려가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단 한 가지 힘든 것이 있다면 부모들에 대한 수술 과정 안내와 설득이다. 태아초음파가 발달하면서 충분히 수술 가능한 아이를 쉽게 포기하곤 한다. 또한 초음파로 식도, 항문이 막히는 선천적 이상은 잘 발견하지 못해 항의를 받기도 한다.  

박 교수는 “소아외과에서는 거의 교정이 되는데도 기형아라고 생각해 쉽게 포기하는 것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수술해서 못고치는 병은 20%밖에 안된다”라며 “처음 수술 필요성을 들을 때는 엄마들이 많이 힘들 수밖에 없다. 대신 수술하면 정말 좋아질 수 있다고 이야기하면서 엄마들을 안심시키고 다독이는 것도 소아외과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또한 "언제까지 외과의사로 일할지는 모르지만, 소아환자의 80년 인생을 위해 눈이 보이지 않고 손이 떨리지 않을 때까지 메스를 놓지 않겠다"며 "의사 후배들도 그저 기기에 의존하거나 힘들다고 피하지만 말고, 생명을 살리는 외과의 매력을 느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