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효과 대비 투입비용 기준, 결과 비교해 보니

 

만성 C형간염바이러스(HCV) 감염환자에서 치료율을 90%까지 끌어올리는 차세대 신약들이 꾸준히 도입되고 있다. 이들은 유망 신약인 만큼 가격 또한 비싸게 책정돼 있다.

길리어드는 항 HCV 치료제 소포스부비르(상품명 소발디)의 가격을 1정당 1000달러로 발표했다. 이는 기타 병합 약제를 제외하고 단순히 소포스부비르 12주 치료기간에만 8만 4000달러(약 8763만원)가 든다.

또 얀센의 시메프레비르(상품명 올리시오)는 다른 병용 약물의 비용을 빼고 고시된 치료기간 동안 총 6만 6360달러(약 6927만원)가 지출된다.

하지만 치료 효과를 개선한 유망 약물에 대해 비싼 제품가격만 가지고 명쾌한 결론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 HCV는 광범위하게 발병하지만 의료진에 과소 평가 진단을 받고 있어 환자가 중증 간질환과 사망에 이르는 위험성이 함께하기 때문이다.

이에 시카고의대 Nancy Reau 교수는 "약품은 늘상 스티커쇼크(예상보다 비싼 가격) 문제와 결부돼 있지만 약물의 이점을 고려해 가격이 책정돼야 한다"고 말한다.

여기서 HCV 치료제 경우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질병관리본부(CDC)는 300만명의 미국인들이 만성 HCV에 감염됐다고 추산한다. 이들 가운데 대다수는 수년간 증상이 없어 감염사실을 모르고 지나간다.

문제는 C형간염이 간경화와 간암으로 진행돼 일부 간이식을 실시해야만 하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는 데 따른다. 더욱이 매년 HCV 관련 이유로 1만 5000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HCV는 치료 24주 후 바이러스 검출률을 확인하는 지속 바이러스반응(SVR)으로 평가된다. 과거 임상 경험을 살펴보면 SVR 평가결과 치료된 환자는 1% 미만의 재발을 보고했다.

기존 PI-3제요법, 차세대 치료제 대비 결코 저렴한 비용 아니다
초창기 치료제는 인터페론 알파를 24주간 사용해 비용이 채 2만 달러가 안 됐다. 단점은 오직 6% 환자만이 SVR에 도달했다는 것으로 Reau 교수는 "100명을 치료해 6명이 치료가 됐다면 이 역시 비싼 치료법"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SVR 도달 가능성은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리바비린과 페그인터페론을 병합한 48주 치료, 2011년에는 바이러스에 직접 작용하는 단백분해효소억제제(PI) 텔라프레비르와 보세프레비르가 추가됐다.

미국 마운트시나이병원 Andrea Branch 교수는 "개선된 치료제들은 비싸게 유통되지만 실제 임상에서 뛰어난 효과만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Branch 교수와 제자들은 텔라프레비르와 페그인터페론, 리바비린 3제 병합요법을 실시한 147명 환자의 기록을 살펴보고 비용을 평가했다.

결과에 따르면 평균 치료비용은 8만 3509달러가 들었고 텔라프레비르로 치료받은 약 65%에서 44% 환자만이 SVR에 도달했다. 결국 치료에 따른 비용은 18만 8859달러(약 1억 9700만원)가 지출된 셈이다.

Branch 교수는 "차세대 HCV 치료제가 SVR율을 80~90%까지 높인다면 치료당 비용기준으로 볼 때 PI를 기본으로 하는 3제 병합요법보다 저렴한 치료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HCV, 연간 보건의료비용 지출 줄이려면 
환자 개인에 한정해서는 치료제가 비용을 떠나 생명 연장의 값진 선물이 되겠지만 전체 보건의료체계 상 비용과 혜택 측면은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일례로 HCV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에서 연간 평균보건의료비용은 2만 4176달러로 집계, 추후 질환의 이행에 따른 말기 간질환 치료에 5만 9995달러가 쓰여 결과적으로 지출이 2배 이상 증가했다고 보고됐다.

Branch 교수는 "지출을 막는 유일한 방법은 말기 간질환에 앞서 환자를 치료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간이식 비용은 총 57만 7000달러(6억 152만원) 정도 든다. HCV의 12주 치료과정과 간이식 예방은 막대한 치료비용의 지출을 줄이는 데 중요한 부분이다.

이와 함께 일부 심각한 합병증 예방도 비용을 절약하는 한 방법이다.  2013년 HCV 환자 연구 결과 기타 치료경험은 있지만 아직 치료되지 않은 환자군에 비해 페그인터페론과 리바비린 병합 투약군에서 연간 의료비용을 평균 2648달러 줄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기존 연구들은 HCV 감염을 진단받거나 적어도 일부 관련 증상을 보이는 환자에 집중하지만, 향후 수백만명의 숨겨진 질환 사례 및 심각한 결과 예방을 위한 치료도 고려해봐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평이다.

진단 검사의 확산
CDC는 1945년부터 1965년사이에 태어난 모든 미국인을 대상으로 HCV 진단 검사를 권하고 있다. 신약을 이용한 치료에는 논쟁이 따르지만 우선적으로 생명을 구하고 해당질환의 예상치 못한 결과를 미연에 방지한다는 계획이다.

HCV 환자 치료의 비용-혜택 측면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Reau 교수는 진단받은 환자 약 3분의 1에서 심각한 HCV 관련 질환으로 이행될 수 있다고 전했다.

HCV 치료제 가격 이슈
전통적으로 HCV 치료는 달갑지 않은 부작용으로 인해 보다 중증 환자를 목표로 해왔다. 대개 이러한 환자는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아 비용이 더 늘게 마련이다. 이에 많은 의료진은 독성이 덜한 직접 작용 제제의 승인을 기다리는 입장이다.

비용 이슈의 또 다른 관점은 가격이 고정돼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Reau 교수는 "4개 제약사가 HCV 시장에서 각축전을 벌이고 있지만 소비자 동향이 가격 결정에 영향을 주지는 못한다"고 언급했다.

2013년 미국간암연구회에서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약물 제작에는 많은 비용이 들지 않는다. 영국 리버풀대학 Andrew Hill 교수가 주도한 연구에서 12주 과정의 소포스부비르 제작에는 약 136달러(14만원)가 투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물론 제약사는 약물 개발과정에 소요된 비용을 회수해야 하고 기업 주주들과 함께 그 수익을 나누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여기서 개발 외에도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데 길리어드는 소포스부비르를 개발한 회사를 인수하는 데만 112억 달러를 쏟아부었다.

현재 길리어드는 개발도상국에서 약물 가격인하 압박을 받고 있다. 소문에 따르면 인도의 제약기업과 소포스부비르 제작 및 시장공급과 관련해 미국 정찰가격을 놓고 논의 중이다.

가격 압박에 대해서는 선진국을 포함 기타 제약사들 역시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한편 Reau 교수는 "현재 미국의 베이비붐 세대들이 고령화를 겪으면서 HCV 치료 비용 대부분을 의료보험인 메디케어에 기대고 있다. 미국 알라바마에서 진행된 최근 연구에서 HCV 유병률은 사보험이나 메디케어에 가입된 사람보다 보험 미가입자 또는 빈곤자 대상의 메디케이드에서 높게 나타났다"면서 "만연한 HCV는 보건의료체계가 떠안아야 할 경제적 짐으로, 치료가 되지 않는 환자로 인해 그 부담은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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