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복규 교수, 의료윤리연구회 의료인문학 주제로 강의

인문학에 대한 관심 증가는 의료분야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의료윤리연구회는 지난 7일 의료인문학을 주제로 월례 연구모임을 가졌다. 그동안 의료윤리 분야에 초점을 맞췄던 주제에서 보다 근본적인 주제인 인문학을 다룬 첫 시간이었다.

이화여대 의학전문대학원 권복규 교수<사진>의 강의로 진행된 이날 연구모임에서는 인문학이 무엇인지 의사들이 왜 인문학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권 교수는 최근의 인문학 열풍에 담긴 함정을 지적했다. 엘리트를 위한 삶의 기술을 가르치는 것에서 출발한 인문학이 오늘날 대중에게 교육되면서 인문학이 학문의 영역으로 인식된 나머지 삶과의 거리가 벌어졌다는 것이다. 권교수는 이를 '인문학의 퇴화'라고 정의했다.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라는 구호가 있다. 이는 과거 복잡한 역사의 과정을 거치며 만들어진 명제인데 의사들은 마치 이를 절대적 진리인 것처럼 여기며 왜 이 구호가 합당한가에 대한  질문을 던질 줄 조차 모르고 있는데 이는 바로 삶과 학문이 분리됐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권 교수는 "인간이 지적인 존재인 이유는 이해하며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고 소통하기 때문이며, 따라서 인문학을 탐구하는 것"이라며 "특히 의사는 인간의이러한 활동에대해 가장 진지한 질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사들에게 있어 인문학이란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끝없이 질문을 던지는 행위인 셈. 그러나 이 질문들에는 정답이 없다. 권 교수는 "인문학을 통해 이 문제들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며 "따라서 역사와 전통, 문화, 철학, 예술 등을 공부하며 자기만의 답을 찾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기성의사인 자신들이 의대에 다니던 70, 80년대에는 인문학적 교육이 결여돼 의료기술자로서만 키워진 것 같다며 아쉬워 했다. 그러나 권 교수는 인문학 분야의 교육이 보강된 지금보다 당시의 의대생들이 오히려 더 사유의 폭과 감성이 풍부했었다고 말했다. 학생들에게 충분한 삶과 인생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줘야 하는데 모든 성숙의 과정을 입시 이후로 미루는 현재의 교육 풍토에서 자란 학생들을 가르치며 느끼는 고민을 토로한 것이다.

권 교수는 좋은 의사가  되기 이전에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나와 타인, 나아가 세계를 사유와 성찰의 대상으로 삼아야 하며, 성숙한 인격으로서 세계의 불행과 고통을 극복해나가기 위해 노력해나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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