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10월 29일 원격의료 법안이 일방적으로 정부 발의되었습니다. 의료계는 대면진료를 대신하는 원격진료와 영리 자법인에 반대하여 즉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12월 15일 여의도 집회와 금년 1월 11일 파업출정식을 열어 강력투쟁의 의지를 천명하였습니다. 이어 1차, 2차 의정 협의체를 구성하여 협의결과문이 발표되었으나, 회원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였습니다. 또한 그 결과수용을 놓고 극심한 의료계 내부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3.10 휴진을 결행하여 개원의 일부와 전공의가 파업에 동참하였고, 지금은 파업유보 상태로 되어 있습니다.   

 
지금 의료계는 그 동안의 과정을 반추하고 평가해야 할 시점입니다. 지난 5개월여의 투쟁을 되돌아보면 잘 된 면도 있었고, 또 아쉬운 점도 많이 있었습니다. 
 
우선 원격의료와 영리법인 정책 등을 전문가인 의료계와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정부에 대하여, 의료계가 보건의료정책에 주도적으로 현안해결 의지를 가지고 투쟁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요 소득이라 하겠습니다. 또 투쟁 과정에서 저수가 등 의료현안이 국민들에게 알려지게 된 점도 성과입니다. 또 전국의사총연합 등과 같은 의사단체와 젊은 회원 중심으로 과도한 의료계 규제 등의 문제의식이 부각된 점도 일부 긍정적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투쟁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도 있었습니다. 
우선 의협이 주도하는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의학회와 병원계는 배제되는 등 모든 직역의 총의가 모아지지 않아 합의와 단결된 내부의 역량을 결집시키지 못하였습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파업 결정이나 회원투표 과정에 있어서 객관적 신뢰도가 결여되어 있었다는 것입니다. 우리들은 모두 의사이자 과학자입니다. Evidence  Based Medicine 을 지향하는 의사들이 투표나 설문조사를 할 때 모집단과 질문 내용 등,객관적인 절차와 합리적 방법으로 통계학적 유의성을 갖도록 하는 것은 상식에 가깝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1차, 2차 파업 찬반 투표나 3차 대회원 설문조사가 자의적 방식으로 진행된 점 무척 안타깝습니다. 향후에는 이런 상황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의협 집행부가 투쟁과정에서 정관에 맞게 원칙과 절차적 정당성을 지키지 못하여 투쟁의 동력을 잃고 내부 혼란을 자초한 점, 그리고 비대위의 합의된 결정을 비대위원장이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비민주적인 독선을 계속하는 점 등은 앞으로 의료계의 미래를 위하여 우리가 꼭 개선해야 할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경기도의사회는 지난 3.10 집단 휴진을 앞두고 7일 밤 31개 시군회장단, 대의원회 의장단, 집행부 연석회의를 열고 토론 끝에 합의적 민주주의에 의한 결론을 도출 한 바 있으며, 앞으로도 원칙과 절차에 의한 회무를 진행하겠습니다.  
 
지난 37년 간 의사들의 희생으로 만들어진 건강보험이 보편적 성과는 거두었지만,  그 이면에는 저수가와 허울 뿐인 의료전달체계 등 불공정한 의료환경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각종 법률적 강제조항과 지나친 규제로 의사들은 의욕을 잃고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것이 의사들의 개인적 책임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불공정합니다. 
 
그러면 이렇게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현실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첫째, 저는 이런 공정하지 못한 의료환경의 책임은 전적으로 국가에 있다고 단언합니다. 국가는 그 동안 직무를 방임하여 왔다고 생각합니다. 국가는 헌법과 각종 법률에 의거, 국민의 건강권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러나 국가는 공공의 역할을 대신해 온 94 % 에 달하는 민간의료기관에 대하여 필수적인 지원과 재정확보는 하지 않은 채, 공공재라 규정만 하여  저수가와 지나친 규제로 강제하여 왔습니다. 또한 정부는 국민건강기본법 등에 보장된 국가의 중장기 보건의료계획도 세우지 않은 채, 안이하게 그때그때 보험 재정 즉 돈만 가지고 땜질 처방 해왔습니다.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대책을 강력하게 요구하여야 합니다. 지금처럼 미봉책으로 보건의료를 다루지 않겠다는 의지를 약속받아야 합니다. 경기도의사회가 앞장서겠습니다.  
 
둘째, 또한 의료계도 그 동안 적절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 한 것은 사실입니다. 이제라도 합리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수가체계와 의료공급체계 그리고 재원조달 방법 등  국가 보건의료 백년대계의 청사진을 의료계 스스로 주도적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의료계 내부 통합을 최우선적으로 해야 합니다. 개원의, 교수, 병원의사, 그리고 전공의 등 모든 직역의 의사들이 함께 모여 논의해야 합니다. 서로 모르는 타 직역의 입장을 우선적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그래서 의료계 내부분배구조의 문제도 적극 논의해야 합니다. 국가의 역할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야 합니다. 의료의 질을 논의해야 합니다. 국민과도 만나야 합니다. 향후 의료계의 모든 직역을 아우르는 "의료계 대통합 원탁회의"를 만들어 민의수렴 및 의료제도 개혁에 대한 정책생산 조직으로서의 역할을 제안합니다.   
 
마지막으로 원격의료 시범사업에 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경기도 의사회는 그 동안 의협의 방침에 따라, 원격의료에 대하여 적극 반대하여 왔습니다. 결론적으로 경기도의사회는 지금 진행하는 시범사업에 다음과 같은 이유로 절대 반대합니다. 
 
첫째, 원격의료 정책은 정부에서 의료계와 협의없이 일방 통행식 졸속 정책으로서 이미 지난해 산자부와 보건복지부의 고혈압 당뇨에 대한 스마트케어 시범사업에서도 타당성이 없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둘째, 시범사업이란 정부가 입법을 하기 전에 검토과정에서 하는 것이지, 법안 미리 준비해 놓고 국무회의 통과시킨 후에, 이제 와서 시범사업을 한다는 것은 행정 절차나 이치에 전혀 맞지 않습니다. 눈가리고 아웅하는 방식입니다.  
셋째, 현재 보건복지부는 이미 미래창조과학부, 산업통상자원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과 원격진료추진단을 구성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습니다. 이미 정부는 원격의료시행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으며, 2차 의정 협상 결과 의료계 중심으로 한다는 시범사업과는 전혀 방향이 다르게 정부 주도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경기도의사회는 시범사업 뿐 아니라, 향후 국회에서 진행되는 원격의료 법안을 경기도 의사회의 총력을 모아 저지할 것임을 밝히는 바입니다. 
 
존경하는 회원 여러분, 
지금 의료계의 현실은 정말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앞으로도 더욱 나빠질 수도 있습니다. 18년째 개원하고 있는 저의 경우를 봐서도 그렇습니다. 병원은 병원대로 경영수지가 악화되고 있어 의사들의 입지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전공의와 공보의 회원들은 불안한 미래에 근심이 많습니다. 이대로 가면 정말 수년 내에 실제적인 폐업 상태가 되어 모두 거리에 나갈 그 날이 오고 있습니다.  
 
또한 지금 의료계는 극심한 혼란에 처해 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내부의 갈등을 봉합하고 극복하여 새로운 시대로 나설 수 있는 정말 중요한 기로에 서 있습니다. 앞으로도 경기도의사회는 위의 목표들을 이루기 위하여, 회원들의 권익과 의료계의 발전적 변화를 위하여 전 직역의 총의를 모아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일찍 찾아온 봄 더위에 항상 건승하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14. 4. 2  경기도 의사회장  조 인성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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