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임총 앞두고 14개 시도의사회 총회 종료

일부 시도의사회장단 "총파업 자율에 맡긴다" 입장으로 논란

30일 대한의사협회 임시대의원총회를 앞둔 가운데, 강원도의사회, 제주도의사회를 제외한 14개 시도의사회 총회가 모두 끝이 났다.

총회에서는 시도의사회장단의 회의와 절차를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회원투표를 진행하고 파업을 강행한 의협 노환규 회장에 대한 섭섭함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실제 일부 지역에서 10일 의사 총파업을 앞두고 '파업에 참여해달라'가 아닌 ‘자율에 맡긴다’는 안내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지역 대의원들은 의협 투쟁지침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여도 모자른 상황에서 애매모호한 안내를 했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시도의사회장단도 이번 투쟁이 절반의 성공은 맞다고 해석했다. 2000년 의약분업 파업 이후 14년만의 파업을 한 지금, 지난 4개월을 되돌아보면 언론의 집중 관심을 받은 것이 처음이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경기도의사회 조인성 회장은 “의료계가 주도적으로 보건의료정책 문제 해결 의지를 가지고 주장했다는 점은 가장 큰 변화이자 소득”이라며 “또 저수가·붕괴된 의료전달체계·각종 규제 등 왜곡된 의료환경을 국민들에게 알렸다는 것도 성과이며, 전의총과 전공의, 젊은 회원 중심으로 지속적인 문제의식을 가졌던 결과”라고 인정했다.

그러나 비대위에 의학회·병원계가 배제돼 단결된 내부역량을 결집시키지 못한 점, 파업결정이나 회원투표 과정에 있어 의협정관에 맞게 원칙과 절차적 정당성을 지키지 못한 점, 비대위의 합의된 결정을 비대위원장이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독선적인 파행을 계속한 점 등은 개선돼야 할 점으로 꼽았다.

몇몇 시도의사회장들은 "의협 지부로서 투쟁지침에 따르겠지만, 이미 의협 집행부가 신뢰를 상실했고 내분과 혼란이 거듭되고 있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파업투쟁이 과연 올바른 것인지 의문이었다"며 "특히 휴진 참여시 15일 영업정지의 엄청난 처분을 의협이 책임져주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대전시의사회 황인방 회장은 "노환규 회장은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하면서 소통이 부족하다. 의결기구가 아닌 SNS를 통해 이것해라 저것해라는 것은 지시이지 소통이 아니다. 대의원회의 여론을 이끄는 시도의사회와의 소통을 하기 위해선 자신이 먼저 마음을 열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파업 과정에서 시도의사회장단 갈등 촉발 이유는?

총회에서는 파업 결정 과정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회원들을 이해시키려는 회장단의 노력도 있었다.

 

충청북도의사회 홍종문 회장은 “시도의사회장들은 이왕 파업을 하려면 의사들 참여도 많이 할 수 있게 분위기도 만들고 또 전공의들의 참여도 독려해야 해서 상황이 무르익을 때까지 기다리자고 했다”며 “모든 사람이 찬성해 22일로 결정했는데 갑자기 노 회장이 10일에 한다고 발표했다.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고 그래서 시도의사회장들과 벌어지게 됐다”고 밝혔다. 

홍 회장은 “시도의사회장단 회의에서 노 회장의 불신임안을 올려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다”며 “그때 노회장이 긴급하게 사과하고 앞으로 다시는 독단적으로 행동하지 않겠다며 자신을 믿어달라고 했다. 이때 끝까지 믿지 못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다른 시도의사회장들이 다시 믿어보자고 했고 결국 나도 믿기로 했지만, 결국 사태가 여기까지 왔다”고 털어놨다.

울산시의사회 백승찬 회장은 "처음에는 의협 투쟁지침에 따르자는 문자를 보냈다. 9일 오후 6시부터 4시간가량 회의를 거친 결과, 휴진 계획서를 받아들이지 않고 내리는 행정처분인 업무정지 15일은 매우 타격이 클 것으로 판단했다. 9일 오후 10시 쯤 군 ,구 차원에서 회원들에게 파업 참여를 자율적 판단에 맡긴다고 알렸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백 회장은 "관심을 이끌어냈다는 측면이 있지만, 노 회장 혼자 독선적으로 투쟁하자고 부추기면서 무모하게 나서는 모습을 봤다. 잘못된 판단으로 자칫 누구도 책임져주지 않은 채 회원이 몰살될 수 있다고 판단해 적극적으로 동참하자는 의견을 밝힐 수 없었다"고 전했다. 

경상북도의사회 정능수 회장은 “의협 협상 중이라 잘못됐다고 모든 것을 이야기할 수가 없었다. 협상과정에서 정부가 진정성을 의심할 수있기 때문이다"라며 "노환규 회장처럼 SNS를 하는 것도 아니고 전체 메시지 망도 없었다. 집행부 의견만 들어선 안된다. 12월 15일 전국의사대회 때 서울시 회장도 삭발할 정도로 시도의사회 모두 제각각 열심히 했고, 시도회장단의 고마움을 알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1차 협상단에서 정부와 공동으로 발표하되 7쪽짜리 협상안만을 외부에 알리고 36쪽짜리는 회원들끼리 공유하기로 했지만, 절차를 따르지 않고 투쟁을 선동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당초 파업 진행이 부결됐고 휴진 방법 역시 재논의하기로 정했지만, 갑자기 의협 집행부가 시도의사회장단 결정을 무시하고 진행했다고 했다.

정 회장은 "노 회장은 민주적 절차를 무시한 채 완성된 투쟁을 하지 못했다. 자신과 철학이 맞지 않는다고 해서 시도의사회장단의 결정을 무시하고, 상임이사회에서 일방적으로 투쟁위를 설치했다. SNS에도 그간의 과정을 제대로 알리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전공의, 젊은의사들에게 호소해 파업을 선동하기만 했다"고 비판했다.

“우리의 투쟁상대는 내부가 아니라 정부다”

다른 한 편에서는 그래도 의협을 믿고 가야 하며, 우리의 투쟁상대는 내부가 아닌 정부와 국회, 국민이라는 주장도 공존했다.

서울시의사회 임수흠 회장은 “의협은 파업을 불사한다는 의지로 투쟁을 시작했고 지금도 하고 있는데 문제는 우리들이 모두 힘을 합쳐도 어려운 싸움에 누가 옳고 그름을 떠나 의료계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분란의 소용돌이에 빠져서 헤쳐 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 회장은 "의사 사회에도 과별, 직역간 갈등 외에도 예외 없이 세대간 갈등이 심해지고 젊은 의사들은 힘들어 하며 절망하고 있다"면서 단결로 위기를 극복해 나가자“며 "내가 다 옳지는 않다. 의견이 다르다고 상대편이 다 틀리지도 않다. 우리 모두가 같이 가야만 이번 투쟁을 이길 수 있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이라고 주문했다.  

부산시의사회 김경수 회장은 "일단 1차 총파업을 통해 정부와 국회, 국민에게 원격진료와 의료영리화 등이 문제점이 많다는 것을 인식시켰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면서 "하지만 아직 파업은 끝나지 않았다. 유보됐을 뿐이다. 어려운 시기에 대동단결해야 해야 힘이 실린다“고 주문했다.

노환규 회장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도 제기됐다. 의협회장 역사상 다시는 나올 수 없는 인물로, 변화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

충청남도의사회 송후빈 회장은 "지난 수십년간 내부개혁을 제대로 못한 의료계는 2년전 의협회장선거를 통해 엄청난 변화의 소용돌이에 빠졌다. 의료계 기성세대 대부분은 노환규 협회장 당선을 한 번쯤 있을 수 있는 쿠데타로 생각하고 변화를 인정하지 않았으나 지난 2년을 되돌아보면 회장선거는 쿠데타가 아니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변화를 원하는 열망이 의료계 기존 질서에 대한 반발이 분출된 것이 2년 전이다. 그들이 꿈꾸는 미래를 위해 이제 기성세대의 희생과 양보가 필요한 때"라며 "충남의사회 정기총회에서 의료계 투쟁에 힘을 싣지 못하도록 불참하거나 반대한 시도지부회장들을 문책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고 전했다.

이런 의견은 젊은 대의원들 사이에서 특히 두드러졌다. 이들은 “시도의사회장단이야말로 제대로된 정보를 주지 않았다. 대의원 제도는 그저 명예직이고 병원도 잘 되는 기득권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미래가 불확실한 젊은 의사들은 앞으로의 현안 해결에 절실하고, 노 회장이 SNS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현안을 알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큰 역할을 했다”고 오히려 시도의사회장단을 질타했다.

한 대의원은 "현안에 뒷짐만 지고 투쟁이 아닌 점진적인 변화를 모색하자는 원로 회장단, 대의원들의 입장을 들어보면 우리가 아예 해결할 기회조차 갖지 못할 것처럼 보인다. 정부와 국민을 상대로 이만큼 달려온 노 회장을 인정해야 한다. 당장 그에 대한 비판보다는 중장기적으로 의료계 미래를 내다보고 일치단결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노환규 회장은 "개혁(치료)을 위해서는 진단부터 필요하다. 1주일에 한 번 열리는 상임이사회, 2개월에 한 번 열리는 시도의사회장회의, 1년에 한 번 열리는 대의원총회인 반면 의료현안은 시시각각 매 순간 숨가쁘게 돌아간다"며 전체 회원 의견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한편, 논란이 분분한 가운데 의협 임시대의원총회가 오늘 오후 2시 의협회관에서 열린다. 부의안건은 3가지로 △이번 투쟁과 협상에 관한 회무감사 보고의 건 △감사보고에 따른 사후대책 및 처리의 건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운영 및 재정에 관한 건 등이다.

감사단은 “회원투표는 정관과 규정, 선거관리위원회의 승인을 받지 않아 엄밀히 절차를 따르지 않았다. 지금 진행하는 2차 파업 찬반투표조차 상임이사회 의결없이 노 회장의 임의로 진행한 단독 결정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며 부정적인 결과가 나온 것을 암시했다.

특히 의협 상임이사회에서 '총파업 재진행' 안건을 임총에 부의할 것을 대의원회에 정식 요청했으나, 대의원회는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의협 집행부와 대의원회 간 갈등이 촉발된 상태다. 

이에 한 시도의사회장은 "시도의사회장단, 대의원회를 무시하고 노 회장 혼자 일방적으로 결정하더니 갑자기 대의원회에 의견을 물으면 당연히 누구도 따르지 않을 것"이라며 "그간의 행동은 대통령이 최고의 의결기구인 국회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14개 시도의사회 정기총회 종합=손종관, 박선재, 임솔, 서민지, 김지섭, 임세형, 원종혁 기자]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